'가을바다'는 '여름바다'와 '겨울바다'에 비해 다소 생소하게 들린다. 하지만 바다도 계절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청정 가을바다는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바다의 먹거리는 왠지 입맛을 더 돋게 하고, 보양식일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가을분위기에 어울리는 전경과 축제가 있으면 더할 나위없다. 그런 곳을 찾아 가을여행을 떠난다.
글 황숙경 편집위원 사진 남해군
9일부터 사흘간 남해 독일마을서
'더 가깝게, 더 강하게, 더 놀랍게'
익스트림 스포츠의 구호가 아니다. 9만여㎡에 38가구 주민수 60명 남짓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마을축제에 붙은 슬로건이다. '독일마을 맥주축제'. 지난해 3일간의 행사에 7만5000여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젊은 축제이다. 6회째를 맞는 올해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독일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이국적인 풍경에 끌려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독일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주민들에 의해 처음 기획됐다.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인 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독일에 살면서 몸에 밴 독일문화를 소개하고, 방문객들과 함께 즐기고자 소박하게 시작된 마을축제가 '경남 대표축제'로 발전했다.
독일과 맥주, 가슴 저린 스토리 융합
2010년 첫해에는 10월 16일 하루를 잡아 축제를 벌였다. 세계 3대 민속축제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200년 역사의 뮌헨 옥토버페스트를 본떴다. 맥주로 대표되는 독일문화에 대한 즐거운 호기심에, 독일식으로 건축된 교포마을이라는 외형적 조건과 맞아떨어져 입소문이 났다.
처음 축제를 기획한 석숙자(68) 독일마을 행복공동체 대표는 "우리가 30년, 40년을 독일에서 산 교포이기에 가능했다. 현지 옥토버페스트를 실제로 즐겨본 우리가 벌이는 데다, 파독 근로자 출신이어서 더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석 대표의 말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초석이 됐던 파독 광부·간호사의 존재는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중심 요인이다. 가난했던 역사와 가슴 저린 개인사가 곁들여지고, 누구나 참여해 함께 마시고 즐길 수 있는 행복감이 더해지면서 인기축제가 됐다. 거기다 남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이국적인 분위기와 먹거리가 매력을 더하면서 관광객의 환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인기축제가 됐다.
남해서 '뮌헨 옥토버페스트'를 본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호응도와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남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를 찾았던 외국인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행사에도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한다. 스스로 독일 전통의상을 입고 축제에 참가해 아코디언을 직접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운 독일인이 있을 정도다.
해를 거듭하며 축제 형태와 내용이 모양새를 갖춰가면서 다양한 세부행사도 눈길을 끈다. 옥토버페스트를 벤치마킹한 만큼 최대한 독일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한 프로그램들이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축제 시작을 알리는 '환영 퍼레이드'와 '오크통 개봉식'은 뮌헨 현지의 축제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먼저 생화로 장식된 트랙터와 맥주오크통 마차, 독일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의 독일마을 주민들과 남해대학 관광과 학생 등이 참가해 펼치는 퍼레이드는 전문 타악기 공연팀 연주와 함께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퍼레이드에 이은 '오크통 개봉식'은 오리지널 맥주오크통 개봉과 함께 독일 민속춤과 노래 등 독일마을 주민들이 직접 꾸미는 환영공연이다. '환영 퍼레이드'는 9일 오후 5시에, '오크통 개봉식' 은 오후 6시에 독일마을 광장 '도이처플라츠' 메인무대에서 펼쳐진다.
밤엔 K-POP과 함께 뮤직페스티벌
9일과 10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는 K-POP과 독일의 대중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뮤직페스티벌이 불꽃놀이와 함께 펼쳐진다. 내외국인 모두 즐길 수 있는 맥주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연출된다. 지난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비어 퐁(beer pong) 토너먼트 경기와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키즈존, 그리고 상시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넌버벌 공연장이 운영된다.
'독일마을 맥주축제'의 주인공은 당연히 맥주. 시중에서 맛보기 어려운 독일 전통 맥주 브랜드인 마이셀, 비트버거, 쾨스트리처, 랜드비어 등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생맥주, 흑맥주, 병맥주, 캔맥주, 무알코올맥주 등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경상남도 대표축제 2년 연속 선정
독일마을 맥주축제 작은 마을축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경상남도 대표축제' 나아가 '대한민국 대표 맥주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 그리고 지역문화, 관광자원과 연계된 프로그램 개발, 축제의 효율성과 안전성, 발전 가능성 등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문화관광축제 선정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2014년에 이어 올해도 경상남도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2010년 10월 첫 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회 행사를 치른 신생 축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유사행사가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유명 호텔이 기존의 이벤트성 행사에 벤치마킹할 정도로 '독일마을 맥주축제' 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
독일마을 주변엔 이런 곳도 있다
아픈 역사 되돌아보는 시간여행
파독전시관
지난해 개봉해 1000만 명이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영화 반열에 오른 영화 '국제시장'도 독일마을 알리기에 한몫했다. 영화의 주인공을 통해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재조명되면서 남해 독일마을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아름다운 유럽풍의 집을 구경하러 찾아오던 방문객들도 이제는 파독 근로자의 노고와 애환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겸해 마을을 찾는다.
마을 맨 위 광장 '도이처플라츠'에는 파독전시관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70달러에 불과했던 1960년대에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 2만여 명의 파독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인 전시관은 파독, 역경, 환향 그리고 파독역사 관련 영상물 상영실로 구성돼 있다.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마을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문화해설사로 봉사하고 있어 생생한 회고담도 들을 수 있다.
세계 정원 한자리서 감상
원예예술촌
최근 들어 독일마을 못지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 원예예술촌이다. 독일마을과 가까이 있어 마을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찾아가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수 방문코스이다. 지난 2009년 5월 15일 개장한 원예예술촌은 원예전문가를 중심으로 20여명의 원예인들이 집과 정원을 개인별 작품으로 만들어 이룬 마을이다.
프랑스, 뉴질랜드, 네덜란드, 일본, 핀란디아,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정원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가옥, 수목, 화초까지 각 나라 정원의 특징을 살려 조성돼 있어, 눈길 가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지는 곳이다.
40여종 수목 우거진 산책로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광장에서 물건리 바다를 내려다보면 해안선과 나란하게 초승달 모양으로 우거진 팽나무숲이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물건리 방조어부림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숲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지만 길이 1500m, 너비 30m에 수목의 수가 1만여 그루에 이른다고 한다. 나무의 키도 10~15m에 이르러 방조림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어군(魚群)을 유도할 목적과 함께 마을과 농작물을 풍해에서 보호하는 방풍림의 구실을 하도록 370여 년 전 조성됐다. 300년이 넘은 팽나무뿐 아니라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이팝나무, 후박나무 등 큰 나무들과 키 작은 산딸나무, 때죽나무, 쥐똥나무, 붉나무 등 40여 종의 나무들로 이루어져있다. 나무들 사이로 인동덩굴, 새머루, 줄딸기, 청미래덩굴, 댕댕이덩굴, 복분자딸기, 노박덩굴, 송악 등의 덩굴식물이 엉켜 자라고 있어 자연식물원을 방불케 한다.
일출과 일몰 무렵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호젓한 느낌과 함께 마음 속 깊이 남는 추억을 만들기 좋은 곳이다.
맛으로 즐기는 남해 가을바다
식감 좋고 고소한 가을전어
나들이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먹는 즐거움이다. 가을 바다와 맞아떨어지는 먹거리는 누가 뭐래도 '전어'. 남해군 미조면에서 3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석수(53) 씨는 "전어를 여름부터 먹긴 하지만 9월부터가 제철"이라고 말한다. 성장기의 여름전어는 뻘이나 얕은 해안가에서 서식하는데다 수온이 높아 살이 찰지지 않고, 겨울전어는 뼈가 억세져 맛이 떨어진다. 가을전어가 기름기도 많고, 식감도 좋으면서 뼈도 부드러워 먹기가 좋다. 씹는 식감을 즐기려면 회나 회무침으로, 고소한 맛을 즐기려면 '집 나간 며느리도 불러들인다'는 가을전어 구이가 제격이다.
미식가가 손꼽는 요리 갈치회
남해의 가을은 갈치회를 빼놓을 수 없다. 제철을 놓치면 맛보기 어려운 음식중의 하나가 갈치회다. 처음 갈치회를 먹어본 사람은 갈치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없는 것에 신기해한다. 막걸리 식초에 버무려 탱탱한 식감을 살린 회무침은 회덮밥으로도 먹는데, 등뼈가 쫄깃하게 씹히는 맛도 인상적이다. 갈치회의 원조로 알려진 미조항 공주식당 김정선(62) 씨의 갈치회 탄생이야기가 재미있다. 없는 살림에 수족관 없이 식당 영업을 하다 보니 활어를 취급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만들게 된 음식이 갈치회라고. 별미를 찾는 미식가라면 가을철 남해에서 놓칠 수 없는 맛이다.
볼만한 10월의 경남 축제
진주유등축제
10월 1~11일 진주남강 일원과 진주성 내
축제 콘텐츠가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까지 수출된 대한민국 대표축제다. 올해부터 유료화를 통해 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시도한다. 유서 깊은 남강변에서 등을 직접 띄우고, 유등에 얽힌 이야기와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 유등축제 마지막 일정이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와 겹쳐 연계 가을여행으로 추천할 만하다.
양산삽량문화축전
10월 2~4일 양산시 북부동 양산천 둔치
'삽량' 은 신라 눌지왕 2년(서기 418년)부터 경덕왕 16년(서기 757년)까지 340년간 불러온 양산의 옛 지명이다. 삽량문화축전은 신명을 통해 고대로부터 전승되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양산의 기질을 보여주는 축제다. 용신제와 기우제, 풍물놀이가 융합된 가야진용신제와 우수공연단체 초청공연 등이 펼쳐진다.
거창한마당대축제
10월 1~4일 거창군 거창읍 시가지 및 스포츠파크
거창의 모든 매력을 한마당에 담아내는 축제로 군민의 날 기념식, 군민체육대회, 아림예술제, 평생학습축제, 녹색곳간 농산물대축제와 부속 행사 등으로 꾸며진다. 거리 퍼레이드, 조명쇼, 감악산 전국산행대회, 풍물한마당, 향토음식경연대회, 사과마라톤대회 등 다양한 행사로 구성된다.
김해분청도자기축제
10월 23일~11월 1일 김해시 진례면 김해분청도자관
한국도자기 사상 가장 한국적인 미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분청사기 제작·전시·판매 축제다. 도자기홍보관과 가야토기재현 전시관도 있어 도자기 관련 볼거리가 많다. 전통 가마를 행사장에 설치, 불을 지펴 관광객에게 도자기 생산과정을 보여준다.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를 현장에서 직접 경매로 판매하기도 한다.
마산가고파국화축제
10월 30일~11월 8일 마산합포구 옛 마산항 제1부두 자리
국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축제. 매년 특화된 기술로 창의적인 작품을 제작 전시한다. 국화 한 줄기에서 1000송이 넘게 꽃을 피우는 다륜대작, 한 개 줄기에서 여러 색의 꽃을 연출한 국화, 수천 송이 국화의 조합,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기술 등을 접목해 여러 가지 형태로 꾸며진 다품종 국화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