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께 오기 전에 서비장 나리를 만났소이다, 서비장은 곧 소인을 앞장
세워 현동성을 탈환하겠다고 하셨소이다."
"그 자는 군략을 모른다."
황문기가 잘라 말했을 때 진막 안으로 마침 환관 서비장이 들어섰다. 오
늘도 동료 환관과 동행이다.
"선봉장, 마침 지군감과 같이 계시니 잘되었소."
서비장이 서두르듯 다가와 옆쪽 걸상에 앉더니 황문기를 보았다.
"지군감이 현동성의 허실을 샅샅이 안다하니 곧 군사를 움직여 현동성을
공략하십시다."
"안되오."
황문기가 일언지하로 거절했다.
"언제는 군사를 돌려 본대와 합류하자더니 오늘은 북상하여 현동성을 치
자는 것이오? 도원수의 지시가 올 때까지 여기서 머물 것이오."
"내가 본진의 부원수께 사람을 보냈소, 부원수께서도 응락하실 것이오."
"도원수의 지시가 있어야 되오. 나는 부원수의 지시는 받지 않소."
"그 말씀을 그대로 부원수께 전하지요."
눈을 치켜 뜬 서비장이 말했을 때 마침내 황문기의 화가 폭발했다.
"사사건건 군사 일에 나서지 마라! 네가 무얼 안다고 군략을 논하느냐?"
버럭 고함을 치자 놀란 유호봉이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황문기가
다시 소리쳤다.
"한번만 더 입을 놀렸다가는 내가 손수 군령을 어긴 죄로 너를 베겠다,
목이 떨어지고 나면 고자질 할 수도 없겠지."
"선봉장 그대가 나를 베겠다구?"
서비장이 눈을 치켜 떴다. 선봉장이 아니라 도원수 시천이라 해도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환관 서생은 천하를 손아귀에 넣고 있는
대 환관 왕직의 총애를 받고있는 터였다.
왕직이 누구인가. 황제를 대신하여 명 제국의 국사를 총괄하는 천하제일
의 실권자이다. 분을 참지 못한 서비장이 발을 굴렀다.
"어디, 베어 보아라! 선봉장 주제에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구나!"
악을 쓰듯 소리친 순간이었다. 황문기가 허리에 찬 대도를 선뜻 빼어 들
었고 미처 유호봉이 말릴 겨를도 없이 칼을 후려쳤다.
"아 앗!"
비명소리는 옆에 서 있던 지재덕이 질렀다. 황문기의 칼이 그대로 날아
환관 서생의 목을 쳐 떨어뜨린 것이다. 서생은 머리가 떨어져 땅바닥에 구
르는 바람에 소리지를 겨를도 갖지 못했다. 칼을 치켜 든 황문기의 두 눈은
번들거렸는데 한 걸음 더 나서더니 다시 동료 환관의 가슴에다 칼을 깊숙하
게 박았다.
"어억!"
놀라 입만 딱 벌린 채 넋을 잃고 있던 동료 환관이 단발마의 신음을 뱉으
면서 주저앉았을 때 황문기는 칼을 빼내고는 유호봉을 보았다.
"유비장, 저 놈을 베어라!"
황문기의 시선이 지재덕에게 옮겨져 있었다.
"아, 아니!"
지재덕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 걸음 물러섰을 때였다. 유호봉이 허리에
찬칼을 후려치듯 빼내면서 지재덕의 몸통을 베었다.
"대 금국에 투항하겠다."
칼에 묻은 피를 쓰러진 서생의 옷에 문질러 닦으면서 황문기가 말했다.
이미 결심을 굳힌듯 두 눈에는 초점이 잡혔으며 목소리도 또렷했다.
"환관 놈들에게 놀아나는 황제 놈 따위에게 내 충절을 바치지는 못한다."
"제가 서둘러 대 금국의 진영으로 달려가 대금 황제를 만나겠습니다."
눈을 치켜 뜬 유호봉도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대 금 황제는 조선 명장의 아들로 뜻이 넓은 영웅이라고 들었소이다."
"내가 3만 군사를 이끌고 기다릴 테다."
"사흘만 기다려 주십시오."
유호봉이 진 막 안에 널린 세 구의 시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먼저 환관 놈들의 부하들을 몰사시킨 다음에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그 날 밤, 명의 부원수 정윤은 청정산의 기슭에 4만5000의 군사를 숙영
시키고 있었는데 기세가 자못 등등했다. 정윤으로서는 이만한 군사를 이끌
고 나선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구중 궁궐에 박혀 10여 년 간 황제의
측근에서만 생활 하다보니 조정 대신들이 다 눈 아래로 보였으며 변방의 왕
이나 야만족들은 벌레 취급을 해온 정윤이다.
"내일이면 역도들을 잡을 수가 있겠다."
정윤이 수염 없는 턱을 쓸면서 호기 있게 말했다. 그의 척후는 다가오는
타이란의 5000 기마 군을 발견한 것이다.
"이곳과의 거리가 아직 100여 리라니 내일 오후에는 놈들의 흉한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이곳이 적을 맞아 치기에 적당합니다."
부장 온기달이 말했다.
"먼저 기마군을 보내어 기선을 제압한 다음 보군으로 결판을 내시면 됩니
다."
이쪽은 적의 10배 가깝게 되는 대군이다. 온기달은 무장으로 여러 번 전
장의 경험이 있는 터라 지리에도 익숙했다.
"날이 밝으면 진을 벌려 역도를 맞겠소이다."
그 때 진 막 안으로 위사장이 들어섰다.
"대감, 호군이 뵙겠다고 찾아 왔소이다."
정윤이 퍼뜩 눈을 치켜 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들라고 해라."
잠시 후에 들어선 호군 소유종은 기마 군을 지휘하는 금위 장군 척신의
부장이며 형양부사를 지낸 인물이다.
"부원수 나리, 적의 기마 군이 지금 70여 리 떨어진 흑수 옆에 숙영하고
있다는 간자의 보고를 받았소이다."
정윤의 앞에 선 소유종이 서두르듯 말했다.
"금위 장군이 기마 군 5000을 이끌고 적을 기습하도록 해 주십시오, 오
늘 밤 안에 적의 전력을 탐지하겠소이다."
"승산이 있는가?"
정색한 정윤이 묻자 소유종이 머리를 저었다.
"적도 야습에 대비하고 있을 터인즉 승산을 자신 할 수는 없소이다, 다
만 내일의 결전에 나설 때 기력이 반으로 줄어들어 있을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적의 전력을 탐지하고 피로하게 만들겠다는 말인가?"
"그렇소이다, 나리."
"허락하지 않는다."
정윤이 자르듯 말하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기마 군 5000을 승산도 없는 야습에 보내어 전력을 불안하게 할 수는 없
다, 그리고."
말을 멈춘 정윤이 진 막에 모인 장수들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미 숙영지의 방비책이 다 되어 있는 터에 군사를 이동시키면 남은 군
사들이 편히 쉬지를 못하게 된다."
"지당하신 말씀이오."
중랑장 임수가 커다랗게 말했고 머쓱해진 소유종이 시선을 떨구었다. 소
유종이 진 막을 나갔을 때 정윤이 온기달을 보았다.
"적의 야습에 대한 방비는 다 되어 있겠지?"
"함정을 만들어 놓았으니 야습만 해온다면 오늘밤에 싸움이 끝나게 됩니
다."
"매사에 빈틈이 없도록 하라."
정색한 정윤이 지시를 하는 것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진 막을 나온 온기
달은 어둠 속에서 다가온 장수 하나를 보았다. 그것은 정윤에게 무안을 당
하고 먼저 나갔던 소유종이다.
"아직 진 막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소?"
온기달이 묻자 소유종이 어둠 속에서 흰 창을 번뜩이며 말했다.
"장군, 적의 기마 군은 기동력이 우리보다 배나 빠르오. 놈들이 숙영지
에 있을 적에 치는 것이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을 모르시오?"
"적이 숙영지에 있을지, 아니면 지금 야습을 해올지 모르지 않소?"
부드럽게 말한 온기달이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내가 적장이라면 오늘밤이 야습해올 기회요,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소
이다."
온기달은 그런 복안으로 소유종의 야습에 찬동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소유종이 온기달을 향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셨구려, 나는 그저 부원수의 비위만 맞추려 드는 중랑장 임수처럼
장군마저 물이 든 것으로 알았소"
"하지만 나는 가슴이 답답하오."
길게 숨을 뱉은 온기달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눈앞에 보이는 금 군보다도 내부의 갈등과 반목이 더 큰 적이오, 도원
수와 부원수가 군사를 나누어 갖게 되었으니 명 군의 전력은 반으로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소."
소유종이 따라서 한숨을 뱉더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믐밤이었으나
별빛이 맑았고 바람 한 점 없는 서늘한 날씨였다. 소유종이 다시 한숨과 함
께 말을 뱉았다.
"아아, 피 냄새가 나는구나."
타이란은 성품이 급하고 격정적이어서 말보다도 칼이 먼저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다 마술과 검술, 궁술이 뛰어났고 힘이 장사여서 싸움에 져
본 적이 없다. 미친 소처럼 날뛰는 그를 당할 자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 금국의 휘하에 들어 이반의 신하가 되면서부터 타이란은 달라
졌다. 이반의 주의가 있기도 했지만 전처럼 망동을 부리지 않았고 가볍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타이란은 대 금국 군의 대장군이었으며 또한 제후로서
북 여진의 왕인 것이다.
이반은 여진 족장들에게 제후를 봉해 주었는데 그것이 비록 아직 영토 없
는 훈작 뿐이었지만 사기를 고무 시켰다. 대 금국의 기반이 굳혀지면 수 십
명의 제후가 일본 땅처럼 각기 가신을 거느린 영주가 될 것이었다.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있던 타이란은 앞쪽 마른 숲을 헤치며 다가오는 두
사내를 보았다. 척후로 보냈던 10인장과 위사장이다.
"대장군께 아뢰오, 명군은 방비망을 굳게 한 채 숙영 중이올시다."
다가온 10인장이 무릎을 꿇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보고했다. 이곳은 청성
산에서 10리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야산 기슭인 것이다.
정윤이 거느린 명의 보기 4만5000이 바로 코 앞에 있다.
"기마 군단은 뒤쪽에 다섯 개로 나뉘어져 있사옵고 보군은 3중의 진을 펼
친 대형이올시다."
"흥, 우리의 야습을 기다리고 있구나."
타이란이 쓴웃음을 지었을 때 옆에 서 있던 감군 호벽이 나섰다.
"정면으로 들어가면 솔개가 병아리를 챈 것처럼 당하게 될 것입니다, 명
의 전통적인 방어 진형이오."
"부랄 없는 환관 놈이 꽤 진법을 아는 모양인가?"
"부장 온기달이 병법에 뛰어났고 기마군의 총수인 금위 장군 척신이 기마
전법의 달인입니다, 정윤이 지용을 겸비한 장수들을 다 제 막하로 끌어들
였지요."
"그렇다면 그 환관 놈은 예삿 놈이 아니다, 용인술이 뛰어나구나."
타이란이 제 성품대로 금방 탄복했다.
"더구나 부랄까지 없는 터라 미인계도 먹히지 않을 테니 난공불락이 아닌
가?"
그러자 뒤쪽 어둠 속에서 부하 장수들이 끽끽 대며 웃음을 참았다. 이것
또한 타이란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이다. 절박한 상황 하에서도 이렇
게 타이란 만큼 느긋해 질 장수는 드물다. 호벽이 웃음 띈 목소리로 타이란
의 말을 받았다.
"명군은 우리가 기마군이며 기동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습지요."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니 말 발굽소리를 울리며 치고 들어올 줄로 예상하고 있겠지요."
그러자 타이란이 어둠 속에서 흰 창을 굴려 호벽을 보았다. 타이란도 둔
한 머리가 아닌 것이다.
"감군, 그렇다면."
숲 속 어디선가에서 산새가 울었다. 야산 주위에는 기마군 5000이 숨을
죽인 채 숨어 있어서 산새도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자시가 되었을 때 청성산 앞쪽으로 10리쯤 떨어진 명군의 보군 초병장은
퍼뜩 눈을 치켜 떴다. 그리고는 엉거주춤 걸상에서 일어났는데 그 짧은 동
안에 소리는 더 커졌다. 말발굽 소리였다.
이제는 땅이 울리는 것이 진동으로 느껴질 만큼 말발굽소리는 확실하게
들려왔다.
"적이다!"
버럭 고함을 친 초병 장이 옆에 놓인 북채를 집어 들었을 때 이미 옆쪽
초소에서 북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옆쪽에서도 북이 울렸고 곧
전 초소의 북이 울렸다. 적 기마군의 야습인 것이다. 말발굽 소리로 계산하
면 수천 필이다.
"북쪽입니다!"
진막 안으로 뛰어 들어든 장수 하나가 소리쳤다. 이제 말굽 소리는 진막
의 기둥이 울릴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아군의 기마군 6000이 좌우를 협공할 것입니다."
온기달이 차분한 표정으로 정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야습에 대비해서 보군의 방어진이 세 겹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부원수께서는 손수 검을 잡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막 안에는 10여명의 장수가 모여 있었는데 모두 중군 소속이었다. 그때
정윤이 온기달에게 물었다.
"왜 말굽소리만 울리고 함성이 일어나지 않을까?"
"일부러 소리를 죽였겠지요."
쓴웃음을 지은 온기달이 대수롭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병 진지에서 야습 신호의 북소리가 울린 후에 명군의 대응은 일각의 빈틈
도 없이 일사불란했던 것이다.
먼저 금위장군 척신이 지휘하는 기마 군단이 둘로 쪼개져 적을 중앙으로
몰아 넣었으며 보군 5000이 적을 정면으로 받아치려고 앞으로 나섰다. 이제
적은 가깝게 다가올수록 함정에 더 빠지게 될 것이었다.
그때 귀를 기울여 말굽소리를 듣던 온기달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놈들이 방향을 틀었는가?"
혼잣소리였으나 말투는 가벼웠다. 온기달이 정윤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부
드럽게 말했다.
"말굽소리가 가까워지지 않는걸 보니 방향을 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
면 아군의 기마군과 일찍 부딪치게 됩니다."
"그렇군."
정윤이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이자 온기달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래도 적은 옆에서 아군 보군의 습격을 받을 테니 태반이 살아 돌아가
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때 진 막의 문이 젖혀지면서 전령군관이 서둘러 들어섰다. 기마 군단
휘하의 전령이다. 털썩 무릎을 꿇은 전령이 정윤을 향해 소리치듯 보고했
다.
"대감, 적이 말머리를 돌려 후퇴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정윤이 눈을 치켜 떴다.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니 온기
달의 예상이 어긋났다. 정윤의 힐난하는 듯한 시선이 온기달에게 옮겨졌을
때였다. 밖에서 소란스런 발자국 소리와 함께 함성이 울렸으므로 정윤의 얼
굴이 굳어졌다.
"아뿔사!"
씹어 뱉듯 말하면서 자리를 차고 일어난 장수는 온기달이다. 그 짧은 순
간에 함성은 더 가깝고 크게 울렸다.
"대감, 적이 진 안으로 숨어 들어온 것 같소이다, 어서 밖으로 나가시
기를."
온기달이 다급하게 말했을 때 함성소리는 더 커졌다. 그리고는 진막 안으
로 장수 하나가 구르듯 들어섰다.
"대감, 적이 뒤쪽에서 들어왔소이다!"
이미 주위는 함성과 비명으로 뒤덮여 있었으므로 장수가 목소리를 높였
다.
"놈들은 보군이올시다! 이미 중군 안에까지 깊숙이 침투했으니 대감께서
는 어서 대피하시기를!"
"으 으음."
이미 자리를 차고 일어선 정윤이 온기달을 노려보았지만 지금 꾸짖을 상
황이 아니다.
"대감, 이쪽으로."
위사장이 정윤을 보호하는 듯 바짝 다가섰으므로 진막 안은 소란스러워졌
다. 진막을 나온 정윤은 남쪽에서 피어오르는 불기둥을 보았다. 명군의 진
막들이 타고 있는 것이다.
적은 기마 군을 내세워 속임수를 쓰고는 보군으로 뒤쪽에서 숨어 들어온
것이다.
"정윤이 저쪽에 있다!"
하사이가 벽력 같이 소리치고는 칼끝으로 앞쪽을 가리켰으나 이미 부하들
은 그를 앞질러 달려갔다. 부하들이 먼저 본 것이다.
6척의 키에 몸무게가 20관이나 나갔지만 하사이는 날렵했다. 여진의 바시
르족에서 매년 열리는 사냥 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하여 금 화살을 받은
실력인 것이다.
칼을 수수깡처럼 휘두르며 가로막는 명군을 베면서 하사이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목표로 삼은 진막은 이제 오십 보쯤 앞으로 다가왔다.
사방에 화광이 충천한 터라 대장군기가 꽂혀 있는 대형 진막은 좋은 표적
인 것이다. 저곳이 명의 부원수이며 부랄 없는 환관인 정윤의 진막이다. 부
원수 정윤을 베는 자는 당장에 300인장이나 500인장으로 출세를 할 것이다.
하사이는 앞에서 창을 내 지르는 명군 하나를 창 자루와 몸통까지 한꺼번
에 베었다. 사방은 함성과 비명소리로 진동했으며 가로막는 명군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옆으로 동료 20인장 하나가 맹렬하게 자신을 추월해 갔으므로 하사이는
이를 악물었다. 공을 빼앗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타이란이 이끄는 5000 기마 군중 3000이 말을 버리고 명군의 진지 안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타이란도 뒤쪽 어디에선가 달려오고 있다.
대장군 진막이 10보쯤 앞으로 다가왔을 때 하사이는 동료 20인장이 명군
들에게 에워싸인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눈 깜박할 사이에 창에 찔리고 칼
에 베어져서 쓰러지는 것이었다.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