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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겨울판화(박윤배)
분홍빛 여자와 Her
윤은희 시인
햇빛의 각도에 따라 푸른 나무가 더 푸르게 보이는 유월
청라언덕에서 셔플댄스를 추며 계단을 오르는 Her
검은 머릿결을 뽐내고 싶어하지
분홍빛 원피스 여자와 Her
빳빳한 여름 햇빛을 부숴버리는 열망으로 마주보고 있다
(검은 고양이의 생각을 들어볼까)
밥을 주는 존재, 나의 기분, 습성을 알고 있지
그녀를 미래의 아내라고 상상한다
Her는 분홍빛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라 부르고 싶다
(푸른빛 거울로 분홍빛 여자의 마음을 비추어볼까)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눈빛과 윤기나는 머릿결 뺏고 싶다
익살스러움을 상징하는 하품, 나른함에 젖은 암컷의 향기
분홍빛 여자는 Her를 ‘만지고 싶은 자’라 부르고 싶다
분홍빛 여자와 Her
청라언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중
◇윤은희= 2009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2011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 ‘아르정탱 엿보다’
<해설> 청라언덕에서 셔플댄스를 추며 계단을 오르는 Her는 현실의 여자일까? 몽상 혹은 이상 속의 여자 일까?는 이시를 이해하는데 어떤 입구가 된다. 유월 그것도 분홍빛 원피스 여자와 Her 열망으로 마주보는 그 둘의 관계는 거울일 수도 있다. 나와 또 다른 나의 마주봄을 통한 내안의 나와 밖의 나가 너무나도 다른 그러나 뗄 수 없는…. 분홍빛 여자와 Her 사이에는 뺏고 싶은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눈빛, 윤기 나는 머릿결이 있다. 익살스러움을 상징하는 하품, 나른함에 젖은 암컷의 향기도 있다. 해서 ‘만지고 싶은 자’ 는 결국 손거울처럼 서있는 나무속에 비친 자신의 이상형 일 것이다. 과거의 천재시인 이상의 시 세계에 잇닿아 있으면서 초현주의 시와도 무관하지 않는 시인의 시세계는 미래 인공지능이 넘보지 못할 인간의 새로운 언어영역과도 잇닿아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