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불법 성범죄물의 판매 경로로 알려진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의 국내 이용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미성년자 성착취물이 유포됐고, 최근에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마약을 수급했던 그 메신저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안드로이드+iOS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텔레그램의 국내 월간이용자(MAU)는 204만 5147명으로 집계됐다. 월간이용자가 200만명을 넘은 건 처음이라고 하니, 텔레그램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두로프 최고경영자, 최근 사흘간 텔레그램 신규 사용자 2천500만명 등록 밝혀/얀덱스 캡처
텔레그램의 인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전세계적으로는 고공행진 중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텔레그램 개발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는 12일 메신저 사용자가 지난 3일간 2,500만 명 늘어났다고 밝혔다. 신규 사용자의 38%는 아시아 지역에서, 27%는 유럽인, 21%는 히스패닉, 8%가 중동 지역 출신으로 분석됐다. 텔레그램 사용자는 총 5억명에 이른다.
주목되는 것은 미 트럼프 대통령의 텔레그램 효과다.
텔레그램은 지난 12일 하루동안 미국에서 2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분석됐다. 지난 6일부터 1주일간 다운로드 횟수는 약 54만5.000회에 달했다. 그 전주에 비해 3배나 많은 횟수라고 한다.
그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사건과 맞물려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난 6일 관련 계정을 대거 차단했다. 차단된 계정 이용자들이 우루루 텔레그램으로 몰려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텔레그램, 미국서 트럼프 관련 계정 폐쇄로 다운로드 앱 순위 2위/얀덱스 캡처
텔레그램의 인기에는 또 다른 주요 메신저인 왓츠앱(WhatsApp)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왓츠앱은 지난 8일부터 모든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페이스북과 통합 관리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이용자들도 개인정보 통합관리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이 차단된다. 이에 따라 왓츠앱 사용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혹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텔레그램으로 갈아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텔레그램 사용자는 앞으로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된다. 텔레그램 측은 애플(IOS)의 사파리(Safari) 브라우저용 웹 버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제품군 사용자들의 텔레그램 접속이 더욱 편리해질 게 분명하다.
텔레그램의 수익화사업/출처:러시아 rbc영상 캡처
텔레그램의 최대 강점은 암호화된 비밀대화 기능이다. 보통 메신저와 달리 대화 내용이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 서버의 위치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높은 보안성 때문에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나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등에서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대화 채널로 인기를 끌었다.
텔레그램은 올해부터 광고를 게재하고 유료 채널을 도입하는 등 '제2의 탄생'을 준비중이다. 두로프 CEO는 지난달 “회사 성장에 최소 연간 수억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2021년부터 광고 페이지와 유료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최근 '음성 채팅방'을 전격 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