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관에서 강점과 욕구 이해
김고은 (태백시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1. 강점으로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
작은 걸음이 만든 변화
나는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힘을 발견하고
그것이 삶 속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함께 걷는 일이 사회복지사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당사자들을 만나다 보면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각자의 삶을 버텨 온 힘이 있으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바라는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강점 관점은 사람을 문제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무엇이 부족한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이 사람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한다.
내가 처음 철수 씨를 만났을 때, 그의 삶은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신체적 장애와 반복된 질병, 가족관계의 단절, 일상생활의 제한, 심리적 불안까지
한 사람의 삶에 너무 많은 무게가 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철수 씨는 젊은 시절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에도 폐암과 대장암 수술, 항암치료 후유증, 보행의 어려움, 치매 진단, 한쪽 눈 실명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일상생활이 점점 힘들어졌다.
한때는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었지만, 점차 몇 걸음도 혼자 걷기 어려워졌고
화장실 이용조차 쉽지 않아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철수 씨의 삶에는 가족관계의 아픔도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가 되었고, 이후 가족처럼 돌봐준 이웃 누나에게 많은 의지를 하며 살아왔다.
결혼 후 두 아들을 두었지만, 작은아들은 세상을 떠나고, 큰아들과도 최근 연락이 끊기며 마음의 의지처가 더욱 줄어들었다.
처음 철수 씨를 바라보면 건강 문제와 가족관계의 단절,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먼저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그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강점이 있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리고 가족처럼 곁을 지켜주는 이웃의 따뜻한 관계가 있었다.
만약 철수 씨를 문제 중심으로만 바라보았다면 그는 ‘보행이 어려운 사람’, ‘질병이 많은 사람’, ‘가족관계가 단절된 사람’,
‘돌봄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휠체어 없이는 외부 활동이 어렵다고 했지만, 이웃 모임에 참여하면서 철수씨는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수 씨는 지금도 완벽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고, 건강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빠르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씩 걸었다.
이제는 경로당에도 다니며 이웃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단절되어 있던 일상 속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고,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에는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강점 실천은 어려움 속에서도 남아 있는 힘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철수 씨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관계 속에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복지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는 때때로 아프고, 복잡하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는 반드시 강점이 있다.
나는 그 강점을 발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강점을 지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철수 씨가 다시 걷기 시작한 작은 변화처럼 나는 그런 작은 걸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2. 욕구를 이해한다는 것
외로움 뒤에 놓인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
지역사회에 나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다를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집 안에만 머문다.
어떤 사람은 외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타인에게 많이 의지한다.
처음 그 모습을 보면 우리는 쉽게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외부 활동에 관심이 없다’,
‘혼자 생활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배운 것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욕구를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내가 만난 영수 씨도 그랬다.
영수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가족 없이 혼자 지내고 있었다. 일상은 조용했고, 관계는 많지 않았다.
활동지원사 선생님과 복지관 선생님들이 거의 전부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로움도 커져 갔지만 영수 씨는 혼자 외출하는 것을 꺼려 했다.
낯선 길,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혹시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외부 활동은 거의 없었고, 누군가의 도움이나 동행에 많이 의지했다.
외부 활동이 거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날 기회도 줄어들었고,
작은 일 하나까지 복지관으로 전화하는 것을 반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수씨를 조금 더 알아가다 보니,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을 좋아했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들이 찾아와 주거나 말을 걸어 주면 반가워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이웃 모임과의 연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았고,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모습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모임에 익숙해졌고, 이웃들과의 관계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수 씨는 복지관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웃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함께 요리 활동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영수 씨의 전화를 받으며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도움을 주기보다 받는게 더 익숙했고 혼자 외출을 꺼리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공간으로 이웃들을 초대하고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변화는 작지만 큰 의미가 있었다.
영수씨는 더 이상 이웃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으로만 머물지 않았다.
이웃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었다.
외로움 속에 닫혀 있던 일상이 이웃을 향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욕구를 이해한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문제를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두려움 뒤에 숨어 있는 그 사람의 바람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묵묵히 기다려야 했다.
내가 만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욕구는 언제나 분명한 말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의존적인 모습으로, 때로는 반복되는 요청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이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것을 넘어,
그 말 뒤에 있는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혼자 외출하지 않는 모습 뒤에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고,
타인에게 의지하는 모습 뒤에는 안전한 관계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
영수 씨가 이웃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한 순간,
나는 한 사람의 일상이 다시 지역사회와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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