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한 달 살기가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한 달 살기 여행은 기존 여행 판도에 새로운 진입자로 들어가 새 바람을 불어 일으켰다. 단순히 장소를 찍고 찍는 식의 여행에서 벗어나, 한 지역에 길게 머무르며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는 깊이 있는 여행은 만인의 로망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가는 문이 닫힌 지금, 한 달 살기는 국내 여행 산업에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짧게는 3일, 길게는 한 달을 여행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선정된 여행자는 여행을 한 후 후기와 홍보 글 등을 작성하는 조건으로 소정의 여행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그 안에서 지자체와 여행자가 윈윈할 수 있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우연히 기사를 통해 접한 후, 경남형 한 달 살이 참가자를 모집하는 지자체 중 창녕에 지원했다. 고민 끝에 불과 마감 수 분 전에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얼마 후 선정되었다는 메일이 날아왔다. 지난 늦봄, 그렇게 열흘간 이어질 창녕 살이이자 여행이 시작되었다.
남지철교
창녕에서 첫 번째 목적지로 택한 곳은 남지읍이다. 남지읍은 창녕읍과 함께 창녕군에 존재하는 두 개 읍 가운데 하나로 창녕읍만큼 인구가 많고 규모도 큰 지역이다. 여느 지역처럼 평범해 보이는 남지읍이지만, 그 속에는 특별함이 녹아 있다. 창녕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남지읍은 낙동강을 끼고 있는데, 이 낙동강에서 파생된 아름다운 자연미와 역사의 상흔이 공존하는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남지버스터미널을 통해 지역에 드나들 수 있다. 대구와 부산, 서울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남지를 경유하는 시외버스가 다녀 창녕읍에 내리지 않고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따.
남지에 도착한 날 저녁부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했다. 첫 일정부터 꼬이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했지만, 다음날 오전엔 다행히 비가 그쳤다. 그 틈을 타 남지철교로 향했다. 숙소 앞 사거리에서 보이는 교량의 끄트머리에 궁금증이 상승했다. 남지고가교 밑으로 내려가 계단을 오르면 고가도로 위 작은 사거리가 나온다. 고가도로가 그대로 뻗은 방향대로 가면 차들이 통과하는 제2남지철교고, 강변으로 내려가면 자전거와 보행자만 통행 가능한 파란 남지철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2남지철교
남지철교는 고가도로 아래로 내려가 남지체육공원을 가로지르면 닿을 수 있다.
마치 형제처럼 닮은 두 철교는 낙동강을 가로질러 창녕과 함안 사이를 잇는다. 둘 중에 형은 파란색 남지철교다. 남지철교는 1931년에 지어지기 시작해 1933년에 완공되어 1994년까지 무려 60년간 두 도시를 잇는 교량으로 제 역할을 다 했다. 6.25 전쟁 당시에는 유엔군이 최후의 저지선인 낙동강을 사수하기 위해 처절한 전투를 이어 나갔던 그때를 고스란히 겪었다. 그 여파로 일부가 파괴되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그 날의 모습을 속으로 그려 보며 조금은 숙연한 마음으로 걸어갔다.
직선 부재들이 삼각형 형태로 배열된 트러스 구조인 남지철교는 당대에서 최신 건축 기술들이 들어간 우수한 건축물로, 국가등록문화재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각지면서 유연한 철교의 모습에 기품이 느껴졌다.
멈췄던 비가 내려 바닥이 다시 촉촉이 젖었다. 남지철교는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이름나 사람들의 발길이 제법 이어지는 곳이지만, 흐리고 비가 오는 오전 시간대의 이곳엔 아무도 없었다. 구조물 사이를 액자 삼아 담기는 낙동강은 낮고 옅은 비구름에 살포시 덮이니 신비하면서도 적적한 풍경이었다. 회색빛 하늘과 콘크리트 바닥 사이 푸른색 철교가 흑백 사진 속에서 홀로 컬러로 살아난 피사체처럼 서서 짙은 빛을 뿜어냈다.
맑은 날엔 남지철교가 푸르른 강물에 반사되어 그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으로 나타난다. 다리를 감싼 구조물에 햇살이 부서져 들어오며 도로에 멋진 그림을 아로새긴다. 일몰이 질 때면 은은하고 따뜻한 빛으로 포근해진다. 그러나 남지에 머무는 동안은 단 1초도 태양 구경을 하지 못해 아쉬움만 삼켜야 했다.
함안군 방면으로 철교를 건너면 나오는 작은 쉼터는 철교가 한 점에서 두 갈래로 뻗어져 나오는 듯한 풍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이다.
처음엔 남지에서 숙박할 생각이 없었으나, 굳이 머물렀던 큰 이유는 야경 때문이었다. 밤이 되면 남지철교는 가로등을 받아 빛난다.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본 그 모습은 꽤 볼만해 보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날은 야경이라기엔 유달리 빛이 약했다. 통행하는 사람들이 앞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철교 사진을 찍다가 한 현지인을 만나 얘기를 잠깐 하였는데,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세금을 아끼려고 약하게 튼 게 아닌가 하는 농담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게 원래 모습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비록 기대했던 그림들은 볼 수 없었지만, 남지철교는 꽤 흥미로운 장소였다. 남지철교를 걸을 때 재밌었던 것 중 하나는, 낙동강을 경계로 지역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며 함안과 창녕을 오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닿게 되는 함안의 끝자락에는 강을 따라 용화산 합강길이 나 있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강 위로 솟은 낮은 수직 절벽 위에 터를 잡은 아담한 능가사는 풍경을 더욱 고즈넉하게 만들어 준다. 잔잔히 흘러나온 염불 소리는 걷는 이들의 마음을 맑게 해 준다. 능가사 뒤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전망대는 두 철교와 창녕을 담을 수 있는 포인트이다. 빗줄기가 거세진 탓에 이후로 더 올라가진 못하고, 다시 강을 건너 창녕으로 돌아갔다.
능가사 뒤 전망대에서 본 남지철교
남지유채단지
매년 봄이면 유채꽃이 남지를 뒤덮는다. 매년 4월 남지철교 바로 옆 남지 유채단지에서 열리는 창녕 낙동강 유채 축제는 관련 축제 중에서 전국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그러나 올해 축제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취소되어, 유채는 조용히 피어 조용히 짧은 일생을 살아가다 조용히 졌다.
꽃들이 자취를 감춘 유채단지는 인적도 드물어 휑해 보였다. 비는 끊임없이 내려 숙소로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차라리 비가 오는 이때 넓은 밭을 돌아보기로 했다. 겉으로 볼 때와는 다르게 의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봤다.
유채밭 안에는 사진 스팟과 조형물 등 소소한 구경거리가 꽃이 빠진 빈자리를 채웠다. 이곳의 핵심인 유채꽃이 없어서 그런지, 그 조형물들에 눈길이 많이 갔다. 이들은 아름다운 꽃들이 없어도 찾아오는 이들이 심심해하지 않고 추억을 쌓아갈 수 있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텅 빈 밭에 한 아름 핀 데이지 꽃이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났다.
창녕의 명물인 우포 따오기가 거대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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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자연의 창녕'은 창녕군의 도시 브랜드 슬로건입니다. 창녕의 자연뿐만 아니라 역사도 다룰 예정이기에, 슬로건에 역사를 추가해 시리즈명으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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