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32] 최봉춘(崔奉春) - 일본 개척의 감회 5. 갈 곳 없는 전도사 - 1
1 기차는 밤새도록 동경을 향해 달렸고 이튿날 마침내 동경에 가까운 아다미(熱海)에 기착하였다. 기차가 꽤 오래 정차하고 있었다.
2 그 사이에 동경의 신주쿠(新宿) 행 기차가 건너편에 있어 갈아탔다. 혹시 그 사이에 요양소 탈출이 탄로가 나서 수배를 받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3 정오 조금 지나 기차는 신주쿠역에 도착하였다. 1953년 동경을 떠난 뒤 실로 7년 만의 재입경인 것이다.
4 이 첫날밤은 무리한 대로 한국 YMCA에서 보내고 다음 날에는 몇 곳을 찾아보았지만 누구도 방을 내주지 않아 YMCA에서 사흘 밤을 보냈다.
5 그 후 여관에서 3, 4일간을 지내다가 잔금이 떨어질 지경이 되어 생각 끝에 야마나시현(山梨県)에서 목사로 일하고 있는 옛 친구 이와시다(岩下)씨를 찾았다. 여기서 별다른 일이 없어 원리해설의 번역을 하다가 얼마 후 동경으로 다시 올라왔다.
6 그러나 어디를 찾아가 봐도 누구 하나 안정된 거처를 제공해 주는 이가 없었다. 나는 3일 만에야 방을 하나 세 내어 잠자리를 마련하고 오차노미즈에 있는 학생회관을 찾아가서 학생을 대상으로 전도했으나 법적인 거주의 자유가 없어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7 30엔어치 빵을 사서 2~3일간 물과 함께 먹었다. 돈이 완전히 떨어져서 더 이상 어디에 갈 수도 없었다. 힘없는 다리를 이끌고 목사나 이웃 YMCA에 가서 전도를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8 옛날 친구를 찾아가면 더러는 이사를 가고 더러는 남아 있었지만 얼굴이 노랗고 머리를 짧게 깎았으니까 수상히 여기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 집에서는 이틀간을 머무르니 미안하지만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