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자취 감춘 그 빈대, 서울 모텔서 확인… 해외서 들어왔나
정채빈 기자
입력 2023.04.12. 14:36
업데이트 2023.04.12. 15:53
A씨가 묵은 모텔에서 발견된 벌레./온라인 커뮤니티
“허리, 엉덩이 등 온몸에 다 물려서 응급실도 한번 다녀왔다. 가려워서 잠을 잘 수조차 없다”
서울 금천구의 한 모텔에서 묵은 투숙객 A씨는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체 모를 벌레에 물려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 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객실의 침대 매트리스를 감싸고 있는 천 아래에서 이 벌레를 발견했다고 한다. 실제 A씨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흰색 천을 들추자 어두운 갈색의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갈색 물질들이 천에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A씨가 촬영한 영상./온라인 커뮤니티
A씨가 촬영한 영상./온라인 커뮤니티
이 벌레는 일명 베드버그(Bed bug)라고도 불리는 ‘빈대’로 추정된다. 1970년대 이후론 국내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해충이다.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양영철 교수는 12일 조선닷컴에 “100% 빈대 때문에 물린 자국”이라며 “A씨가 촬영한 영상을 봐도 다른 해충은 의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영상을 보니) 빈대들이 이곳에서 약 6개월 정도는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에도 빈대로 인한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빈대가 서식했으나 현대 사회에선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빈대 발견 사례가 종종 신고되고 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수년 전에도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와 서울 목동의 한 찜질방에서 빈대가 나와 이용객들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두 곳 모두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던 곳이라고 한다.
양 교수는 “1960년대만 해도 국내에 빈대가 있었지만 산업화가 진행된 후로 거의 사라졌다. 특히 연탄을 사용하면서는 일산화탄소 때문에 가옥에서의 해충이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관광객 등 해외 입국자들을 통해 빈대가 들어오기도 한다. 현대에는 대부분 이 같은 방식으로 빈대가 유입된다”고 했다.
벌레에 물린 A씨의 팔./온라인 커뮤니티
벌레에 물린 A씨의 팔./온라인 커뮤니티
빈대는 모기처럼 흡혈을 한다. 평소에는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 벽의 틈, 옷장, 소파 사이 등에 숨어지내다가 이른 새벽에 사람의 체온과 체취 등을 감지해 흡혈 활동을 한다. 양교수에 따르면 빈대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흡혈 활동을 시작한다. 성충의 경우 크기가 5밀리미터(㎜) 정도인데, 자기 몸의 최대 2~2.5배에 달하는 양을 흡혈할 수 있다. 한 번 흡혈을 하면 일주일 정도는 다시 흡혈하지 않는다고 한다. 빈대에 물릴 경우 피부 발진, 두드러기, 심각한 가려움, 흉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 번에 흡혈하는 양이 많다 보니 발진은 10원짜리 동전과 같은 크기로 생길 수 있다. 이외에도 가려움증으로 잠을 자지 못해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발생한다. 다만 빈대는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처럼 야외를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병원체 등을 옮길 확률은 적다.
빈대는 해충들 가운데 번식력이 매우 뛰어난 편은 아니다. 양 교수는 “한 번에 알을 낳을 때 2~5개 정도로, 2~3일 간격을 두고 낳는다”며 “보통 2달 가까이 사는데, 일생 동안 알을 200개가량 낳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빈대는 알에서 부화해 성충이 되는 속도 또한 온도에 따라 느려지기도 한다. 3월 기준 15도 정도의 실내온도라면 성충이 되기까지 약 200일이 걸린다. 그러나 손님이 와서 난방을 하거나 날이 따듯해져 실내온도가 23도 정도까지 올라가면 성충이 되기까지 기간이 60일 정도로 단축된다.
/유튜브채널 '오브리더'
/유튜브채널 '오브리더'
그러나 빈대를 박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양 교수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빈대 100마리 중 10마리만 남아도 계속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해외에서 유입된 것들은 살충제 저항성을 갖고 있는 개체도 있어 일반 살충제에는 잘 죽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빈대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전문 방제업체가 10번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빈대는 납작한 몸으로 가구 틈새뿐만 아니라 스탠드, 전기 콘센트 내부 등 곳곳에 숨는 특성이 있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아울러 빈대가 확산했을 가능성도 있어 주변의 다른 방도 빈대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묵게 될 숙소에 빈대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양 교수는 빈대가 특유의 얼룩과 냄새를 남긴다며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침구를 잘 보면 마치 곰팡이가 슨 것처럼 거무죽죽한 얼룩이 있을 것”이라며 “이는 빈대가 흡혈한 것을 소화하고 배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공개한 영상처럼 침대 시트 등을 살짝 들춰보면 얼룩과 함께 갈색의 알 껍질, 탈피 껍질 등도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빈대가 있는 공간에는 특유의 퀴퀴한 곰팡이 냄새나 지하실 냄새 같은 냄새가 난다”며 “이 냄새는 개체가 많을수록 짙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냄새를 맡으면 알아차리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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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r
2023.04.12 15:37:06
보나마나 중국 관광객이겠지.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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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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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song
2023.04.12 18:57:33
ㅎㅎ 중국과는 단교하는것이 맞겠죠?
옳은이
2023.04.12 15:24:15
이래서 동남아 쓰레기 바퀴벌레들 입국을 금지해야 하는거다 저것들이 국내에 이런 해충들을 유입 시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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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늙은이
2023.04.12 18:53:23
빈대?? 그것은 수심년전에 없어졌었느대ㅔ 왜 지금 다시 나타나거지요?? 하늘에서 소나기타고 왔을리는 없고~~!! 어느지역 사람이나 그곳을 여행하였던 사람들이 옮겨온것 아닌가 싶은데 속히 전국적으로 박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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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
2023.04.12 20:18:07
짱꼴라를 비롯한 불법외노자성지가그동네잖아..그러니 온갖 해충이 들끓는건 당연한거다..
답글작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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