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희·김진홍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7일 콜레스테롤이 어떻게 노화세포와 노화연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지에 대한 작용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생물의 세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화학반응인 물질대사(Metabolism)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최근 게재됐다.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중성지방‧저밀도지단백(LDL)‧고밀도지단백(HDL)과 결합하는 지질(lipid)의 한 종류로 세포를 둘러싸는 세포막의 구성성분이며, 각종 호르몬과 비타민 등을 합성하는데 쓰여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이 신체 요구량보다 많거나 구성성분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혈관벽을 파고들어 각종 염증반응을 일으킨 후 덩어리처럼 뭉쳐 혈관을 좁히고 원활한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다양한 심뇌혈관질환을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최근 국내외 통계적 분석‧연구와 역학조사에서 콜레스테롤이 세포노화(Cellular senescence)와 노화세포 다양한 노화연관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게 확인됐으나, 그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세포노화에 따른 노화세포 축적이 암과 치매‧심뇌혈관질환‧퇴행성 질환 등 여러 노화연관질환의 주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노화세포 표적기술(Senotherapy)이 차세대 노화치료제 후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노화세포의 특성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제어방법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노화세포가 새롭게 분열하지 않는 세포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영양‧에너지 대사 경로가 활성화되고 있고, 콜레스테롤 대사가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포단위에서의 콜레스테롤 대사는 세포가 성장‧증식‧분열하며 세포막을 만들기 위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후 연구팀은 세포단위 분석‧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이 노화세포 내 리소좀(lysosome)에 특이적으로 축적되고, 노화세포로부터 발생하는 해로운 염증유발인자(SASP) 생성에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콜레스테롤 대사의 변화가 세포노화를 유도하는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콜레스테롤 유출‧조절인자인 ABCA1의 세포 내 위치를 세포막에서 리소좀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라는 작용원리를 규명했다.
리소좀은 세포내 소(小)기관으로, 작은 지질주머니 안에 각종 가수분해효소들이 들어있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대사를 위해 세포내로 들어온 물질들을 분해‧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ABCA1 이동으로 노화세포의 리소좀 내 콜레스테롤 축적되면서 리소좀이 특이적 구조변화를 일으켜 영양‧에너지대사 조절인자인 mTORC1를 증가시키고 비정상적 활성화를 일으켰다”며 “이에 따라 노화연관염증인자(SASP)의 생성 촉진으로 만성염증과 노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홍 교수는 “이 연구결과 리소좀 특이적 ABCA1의 활성 억제제가 노화연관 염증반응으로 의해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염의 효과적인 치료제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됐다”며 “ABCA1 억제제는 노화의 기본 단위인 노화세포를 표적하기에 더욱 광범위한 노화연관질환의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강찬희 교수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콜레스테롤의 노화유발 작용기전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이를 활용해 효율적인 노화세포 표적 전략 수립에 힘쓸 것”라며 “리소좀 특이적 콜레스테롤 축적은 암세포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