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26.9. 5(토) 09;00-15;00 ★코스;잠실철교 북단-구리시민한강공원-왕숙천-용암천-불암천-삼육대학교-화랑대 -육사 교정 일주-화랑대철도공원- 화랑천-묵동천-중랑천-응봉역 크우익가든(42km) ★참가;마라톤킴, 블랙캣, 쉐도우수, 람보림, 오벨로, 아스트라전, 스머프차 -학교본부 앞에서 화랑연병장과 도봉산 불암산을 배경으로-
여름이 어느새 물러가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지만, 한낮의 햇살은 아직 여름의 미련을 떨치지 못한 듯 뜨겁다. 당분간은 여름과 가을이 동행하는 날씨가 이어질 모양이다. 가을을 맞아 첫 라이딩 목적지를 육군사관학교로 정했다. 56년 전 청춘의 한때를 보냈던 모교를 다시 찾아가는 길이다. 9월 5일 토요일 오전 9시. 잠실철교 북단에 바이콜 전사 7명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마라톤킴, 블랙캣, 쉐도우수, 람보림, 오벨로, 아스트라전, 그리고 스머프차 모두 약속한 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오를 갖추고 일사불란하게 페달을 밟았다. 잠실철교 북단을 출발해 광진교를 지나 구리시민한강공원으로 향했다. 하늘은 청명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자전거 바퀴는 가볍게 굴러갔고, 라이더들의 마음도 덩달아 상쾌했다. 구리시민한강공원은 계절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봄이면 유채꽃이 노랗게 물결치고, 가을이면 황화코스모스가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러나 올해는 기대했던 황화코스모스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그 대신 눈길을 붙잡은 것은 태극기광장의 거대한 태극기였다.
푸른 하늘 아래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니 가슴 한쪽이 뜨거워졌다. 태극기는 단순한 국기가 아니다. 살아온 세월과 나라에 대한 기억, 그리고 젊은 날의 꿈을 불러오는 상징이다. 우리들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문득 광화문광장의 모습도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를 게양하 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의 상징적인 장소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페달을 밟아 왕숙천으로 들어섰다. 구리시민한강공원에서 왕숙천을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아름답고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왕숙천에는 재미있는 지명 유래가 전해진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자의 난 이후 함흥에 머물다 무학대사와 함께 한양으로 돌아오던 중 지금의 남양주시 진접면 팔야리에 8일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 '왕이 자고 갔다.'는 뜻에서 이 하천을 왕숙천(王宿川)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다. 역사와 지명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니 페달을 밟으면서도 옛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토평교 부근에서는 새롭게 조성된 파크골프장이 눈에 들어왔다. 노년의 골퍼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을 치는 모습이 정겨웠다. 우리도 토평교 아래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간단히 에너지를 보충했다.
그러나 육군사관학교 출입 약속 시간이 오전 11시로 정해져 있어 마음은 한가하지 않았다. 다시 속도를 높였다. 사로교를 지나자 왕숙천을 떠나 용암천으로 접어들었다. 용암천은 남양주시 별내동 용암리에서 발원하여 별내 신도시를 지나 왕숙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주변에는 산책로와 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자연과 도시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별내역을 지나 불암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별내선이 개통되면서 이곳의 교통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철도는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모습과 사람의 생활권까지 바꾸어 놓는다.
담터2교차로에서 금강로와 화랑로를 따라 달리자 삼육대학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삼육대학교를 지나면 오늘 라이딩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인 육군사관학교가 지척이다. 그리고 마침내 육군사관학교 간성문 앞에 도착했다. 56년 전 이곳에서 젊은 생도였던 우리들이 지금은 희끗한 머리의 노년이 되어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다. 육군사관학교는 1946년 설립된 남조선경비사관학교를 모체로 발전해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1951년 10월 30일 4년제 정규 육군사관학교가 설립되었고, 휴전 이후인 1954년 6월 23일 태릉으로 다시 이전했다.
1955년에는 4년제 정규 사관학교로서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리고 2026년, 육군사관학교는 창설 8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았다. 안내원의 동행 아래 교정에 들어섰다. 육사 교훈탑을 지나 화랑연병장, 육사박물관, 학교본부, 교수부, 사열대, 범무천 야외전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교정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모교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던 육사와는 너무나 달랐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이럴때 쓰는 모양이다. 56년 전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화랑연병장과 사열대, 강재구 동상, 밴플리트 장군 동상, 국기게양대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화라연병장을 바라보는 순간, 젊은날의 기억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그 시절의 함성과 발걸음 소리, 함께 뛰고 웃었던 동기들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기억만큼은 세월의 손길을 비켜간 듯했다. 학교본부 앞에서서 화랑연병장과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을 바라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풍경이 똑같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에는 네 명의 노년이 서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56년 전의 젊은 생도가 서 있었다.
범무천 야외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군사 장비들이 질서정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벤플리트 장군 동상과 미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출신 6.25 전쟁 참전 장교들을 기리는 추모비도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묵념을 올렸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감사였다. 안내원과 작별하고 육사를 벗어나 화랑대철도공원으로 향했다. 옛 화랑대역은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간이역 가운데 하나로, 과거 생도들이 외출, 외박, 휴가를 나갈 때 이용했던 추억의 장소다.
1939년 경춘선이 개통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싣고 달리던 열차는 2010년 운행을 멈췄다. 그러나 철길을 사라지지 않았다. 폐선된 철로를 그대로 살려 공원으로 꾸민 덕분에 옛 경춘선의 정취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구 화랑대역은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지나간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화랑천과 묵동천을 거쳐 중랑천으로 접어들었다. 겸재교 부근 쉼터에서 마지막으로 숨을 고른 뒤 다시 페달을 밟았다. 살곶이다리를 지나 오후 1시 30분경에 응봉역에 마침내 도착했다.
42km의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오늘 라이딩의 목적지는 육군사관학교였다.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이유는 요즘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삼사관학교 통폐합으로부터 육군사관학교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응봉역 인근 크우익 식당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생오겹살과 된장국수, 된장찌개에 막걸리까지 곁들이니 페달링으로 지친 허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권커니 잣거니 술잔을 나누며 정겨운 이야기가 오갔다. 웃음꽃이 피고, 지난 라이딩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이 이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나이도 잠시 잊는다. 커피로 후식을 마무리한 뒤 우리는 9월12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함께 웃고, 함께 달리고, 추억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이다. 친구가 있는 오늘이 바로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내일도 아니고 먼 훗날도 아니다. 청춘은 돌아오지 않지만, 우정과 추억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달리고 또 달린다. sd16 바이콜릭스(Bikeholics) 브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