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癖(시벽) 이규보(止軒 李奎報1168~1241;고려 의종)

[정대구]

詩癖(시벽) 이규보(止軒 李奎報1168~1241;고려 의종)

年已涉從心(연이섭종심) 나이 이미 칠십을 넘었고

位亦登台司(위역등태사) 지위 또한 정승에 올랐네. *台별태

始可放雕篆(시가방조전) 이제는 시 짓는 일 내려놓을 만도 하건만

胡爲不能辭(호위불능사) 어찌해서 그만두지 못하는가.

無奈有魔者(무내유마자) 어찌할 수 없는 시마(詩魔)란 놈

一着不暫捨(일착부잠사) 한 번 붙으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夙夜潛相隨(숙야잠상수) 아침저녁으로 몰래 따라다니며

使我至於斯(사아지어사)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日日剝心肝(일일박심간) 날이면 날마다 심간(心肝)을 깎아내

汁出幾篇詩(즙출기편시) 몇 편의 시를 쥐어 짜내니

滋膏與脂液(자고여지액) 기름기와 진액은 다 빠지고

不復留膚肌(불부유부기) 살도 또한 남아 있지 않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