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펭귄*
전자윤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아?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길을 잃어버렸다며
그럼, '운 나쁜 펭귄'이잖아
- 아니! 난 운 좋은 펭귄이야
길을 잃었지만 새로운 길을 알게 됐잖아
남극으로 가야 하는데
엉뚱하게 뉴질랜드 바닷가로 갔다며
- 그래도 난 운 좋은 펭귄이야
마침 지쳤을 때 쉴 곳을 찾았잖아
그때 바닷가 모래를 눈인 줄 알고 먹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며
- 그래도 난 운 좋은 펭귄이야
죽을 뻔했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았잖아
하긴, 나중에 사람들이 도와줘서
남극으로 무사히 되돌아갔다며
제목은 바꾸지 않아도 되겠다
- 맞아! 난 운 좋은 펭귄이야
내가 지은 제목 그대로
나만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거야
* 길 잃은 남극 황제펭귄이 뉴질랜드에서 발견되어 구조된 일이 있었다.
오징어 빛나는 밤
어떤 오징어는
무서워서 화가 나서
까만 먹물을 터트리고
까맣게 물들어요
어떤 오징어*는
무서워도 화가 나도
반짝반짝 별을 꺼내놓고
까맣게 물들지 않아요
* 매오징어는 발광 세포가 있어서 스스로 빛을 낸다.
시집 『시와 소금』 2023년 봄호
전자윤 시인
2018년 <부산아동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동시집으로 <까만 색종이도 필요해>. 동화집으로 <개똥이- 서해 바닷물을 다 마시고도 짜다고 안 한 아이>
<다람쥐 귀똥 씨와 한 밤 두 밤 세 밤> <비밀은 아이스크림 맛이야> <읽는 사람 김득신> <그림자 어둠 사용법>이 있음. 샘터상. 한국안데르센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