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자 마음속의 강역 - 순망치한의 역사
2. 동북아의 불행 - 이 모두가 장개석 탓?
3. 후청의 시대
4. 조공의 멍에
5. 중국을 대하는 MB 정부의 자세에 대한 고찰
2. 동북아의 불행 - 이 모두가 장개석 탓?
‘역사에 만약은 없다’는 게 절대 명제이긴 하지만, 정말 만약에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1949년에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타이완섬으로
패퇴하지 않고 최소한 남중국이라도 지켜냈으면, 동북아시아의 역사와 지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모습일게다.
대략 상해를 중심으로 하는 남중국(중화민국)이 과거 南宋 정도의 강역을 차지하고 있을 테고, 북경을 중심으로 북중국(중화인민
공화국)이 적절히 대등한 경쟁관계 아래 대치중인 상황이 우선 그려진다-음… 홍콩과 마카오 반환이 좀 골치 아펐겠다. 아직까지도
반환되지 않고 영국/포르투갈령이려나?
북쪽의 몽골은 황당하게 내몽골을 중국에 내주지 않고 지금보다는 강성한 국가를 세웠을 테고, 서쪽의 티벳은 淸나라 이전으로
돌아가 독립국을 이루고, 신장/위구르 자치주는 당연히 이슬람 국가를 세워 동투르키스탄이라는 국명을 회복하고, 남쪽 타이완섬은
타이완 원주민이 일본병합 이전처럼 다시 주인이 되어 적당히 일본, 남/북중국과 교류할 듯 싶고-이 경우 센카쿠 제도는 일본이
아닌 타이완으로 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대륙의 7분할 형태>
오끼나와는 유구국으로 환원되어 역시 일본-남/북중국-남한/북한과 그 옛날처럼 중계무역과 더불어 관광으로 먹고 살고, 북해도는
일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겠지만 아이누족과 일본 본토민이 어울려 독립국에 준하는 위치를 얻었을 것 같다-아마도 이 경우 북방
4개 도서는 소련 붕괴 이후 북해도국(?)에 별다른 마찰 없이 반환되어 아이누족-러시아인-일본인이 골고루 섞인 국가가 성립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주는 오랜 세월 그래 왔듯이, 후금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 한족과 만주족, 조선족이 각각 30%의 인구를 차지
하고 일부 러시아계가 어우러진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로운 엘도라도의 땅으로 공산진영도 자유진영도 아닌 거대한
독립공화국을 세웠을 것이다-구 만주국의 일제 잔재를 청산 했을 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려본 동북아시아의 모습이다.
지금처럼 중국, 대만, 일본, 남/북한 이렇게 5개 국가가 아니라, 남/북한, 남/북중국, 축소된 형태의 일본국과 만주국, 티벳,
동투르키스탄, 몽골, 타이완, 유구국, 북해도국(?) 등 10여 개가 넘는 국가로 구성된, 지금보다는 훨씬 국가주의 또는 민족주의가
완화된 형태의-마치 EU를 연상시키는- 지역이 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지금의 동북아 역내의 모든 갈등은 완화되거나, 아예 존재치 않으리라 예상된다.
1950년으로 역사의 시계를 돌려보자.
장개석이 타이완으로 쫓겨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남/북중국이 화중지방을 놓고 다투는 팽팽한 대결구도에서, 만주는 자유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상태라면 북한이 과연 남침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
이후 냉전 시기 동안 으르렁거리고 체제 경쟁을 했을지언정 한국전쟁과 같은 전면전은 일어나기 어려웠으리라… 그리고 소련붕괴와
냉전종식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 동/서독 통일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 우리에게만 비켜가리란 법은 없지 않았을까?
설사 통일은 아직 안되었다 하더라도 북한의 대외통로가 소련, 중국, 조총련 이 세 곳이 아니라 훨씬 다양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경직되고 고립된 김씨왕조 후조선 형태의 변태국가가 아니라 정상적인 국가체제를 갖추었을 듯 싶다. 그렇다면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도, 60년간의 남북간 대치로 인한 군사국가의 피폐한 인민의 삶도 많이 나아졌으리라.
우리도 그 혹독한 군사독재의 시기가 없었거나 줄었거나 했을 테고, 1/3 정도의 지분을 가진 만주국을 통해 경제발전이나 자원
개발도 유리했을 것이다. 또한 본의 아니게 섬나라 국가가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이 아니라 영국까지 철도로 여행할 수 있을 정도는
될 만큼 북한과 관계는 유지되었다고 보고, 아마도 북한과 만주를 발판으로 대륙에 한 다리는 걸치고 있을 듯 하다.
중국인민들도 문화대혁명 같은 재앙을 면했을 것이고, 국가의 부는 엄청나게 쌓여가지만 80%의 국민이 준거지 꼴인 지금 경제구조
보다는 나은 상황이 아닐까…
티벳의 처절한 독립운동도, 신장/위구르 자치주의 저항도 모두가 애초에 생겨나지 않을 비극이란 말이다.
다시 말해 휴전선을 경계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지금의 구도가 아니라 만주라는 거대한 완충지대를 둔 상태에서
동북아의 두 강대국 중국과 일본은 자신의 중심 세력권에서 멀어져 원심력이 강한 지역/민족은 몇 천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독립적인 국가 또는 지역으로 두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를 강제로 병합하여 하나의 국가라는 기치아래, 국가주의를 강요하고, 민족주의-중화민족, 일본민족 등의 국가와 등치 되는
大민족주의 개념임. 반대로 小민족(부족)주의, 즉 타이완인, 오키나와인 아이누인 등의 전통과 언어 등은 말살-를 강제하는…
그래서 국가를 구성하는 각 개인의 삶의 자유와 질을 떨어뜨리는 억압된 상황이 지난 60년간의 동북아시아인 것이다.
물론 이 모든 현실의 배후에는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하겠지만, 중국이, 아니 콕 찝어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61년 전에
중국대륙에서 밀려나지 않았다면, 미국의 개입공간은 패전국 일본과 냉전시기 남한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통일된
공산 중국에 대항시키기 위해-물론 소련 견제가 더 큰 이유이겠지만 만주가 공산화되지 않았다면 동북아의 공산주의 위협 정도는
훨씬 낮아졌다고 생각된다-일본을 그렇게 급작스레 원상복귀 시키지도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지금보다는 조금은 동북아 각
개인들의 삶의 질은 조금 더 나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하지만 노르망디 해변의 지뢰(from 메가쇼킹)처럼 곳곳에 산재해 있는 동북아시아의 불행의 싹들을 모두가 장개석과 중화민국,
그리고 미국 탓으로 돌리기엔 그 전에 일제가 저지른 패악의 죄가 수천수만배는 더 크다. 일제의 조선 강제병탄이나 만주/중국
침략이 없었다면, 위에서 말한 모든 가정이 무의미하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동북아 혹은 전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반면 일제가 2차대전에서 주축국에 붙지않고, 연합국 측에 붙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에서처럼
헤이세이 22년이라는 연호를 쓰고 있을지도 모르니…
<이 지도가 굳어졌다면 우리는 지금 平成 22년이라는 연호를 쓰고 있을 듯...헐>
아무튼 불필요한(?) 일본의 통일 두 번으로 고스란히 그 때마다 역사에 씻지 못할 참상(임진왜란, 조선강제병탄)을 겪고,
또한 그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여기저기 앓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중국의 날로 먹은 금번 통일 또한 두렵다. 특히나 이번에는
元이나 淸과 같은 북방민족 국가가 중국 대륙을 접수한 상황이 아니라, 그야말로 오리지날 버전의 漢족중국의 통일국가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