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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10.29참사 이태원 시민분향소 찾아 유가족 위로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전주교구장)가 29일 이태원 시민분향소를 방문해 가족들과 만났다.
김선태 주교를 만난 가족들은 심경을 전하며, 힘이 돼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계속 손잡아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상지종 신부(주교회의 정평위 총무), 조민철 신부(전주교구)가 동행했다.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김 주교와 사제들. 김 주교는 참사 현장으로 알려진 도로변 골목과 뒤편 골목까지 둘러보며, "그야말로 어이없는 참사"라고 안타까워했다. ⓒ정현진 기자
“한 시민이 분향소에서 제 아이 사진을 보더니, 자신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던 아이인데 왜 여기에 영정사진이 있냐고 물어요. 고통스러워서 듣고 싶지 않지만,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될수록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겪고 어떻게 죽어갔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집이 가까워서 아마 가장 빨리 현장에 왔던 가족일 거예요. 내 아이는 내가 잘 아니까 같이 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계속 쫓겨났습니다. 억울해서 죽는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어요. 저는 피해자이자 가족이고, 아이들이 쓰러져 있던 현장을 직접 봤던 목격자입니다. 진상 조사를 하는 데 왜 목격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참사 희생자 최민석 씨(라파엘)의 어머니 김희정 씨(안젤라)는 쉼 없이 20여 분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처음 20여 일은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고 쓰러져 지냈지만 그다음은 아들의 죽음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어났고, 다른 가족들을 만나 비로소 위로를 얻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58개의 칼이 한꺼번에 가슴에 꽂히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희정 씨는 당시 혼돈과 절망 그 자체였던 현장을 아들을 찾기 위해 헤매면서 목격했고, 그다음은 정말 힘들었지만 아들이 사고를 당한 현장과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며 3번을 오갔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국정조사위 조사 내용, 그에 대한 언론 보도 등에서 발견한 것은 “거짓”뿐이었으며, 끝까지 목격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정 씨는 심지어 참사가 난 공간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고 그렇게 보도가 되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참사와 관련해 추정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반드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끝까지 가족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은 너무 순하고, 어디서 고함을 쳐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런 우리를 정부와 사회, 그리고 일부 시민들이 자꾸 자극하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자꾸 큰 소리를 내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선태 주교와 상지종, 조민철 신부는 조문을 마친 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현진 기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마친 김선태 주교 등은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둘러본 뒤 기도를 바쳤다.
김선태 주교는 이날 방문에 대해, “그동안 마음의 빚이 많았고, 한 번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마침 참사 두 달째인 오늘 찾아오게 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처음 참사 소식을 뉴스로 접한 뒤,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는 김 주교는 “오늘 가족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니 그 고통이 더 깊고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옆에 있어서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무력감이 있었는데, 가족들의 이야기나마 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도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교회는 고통당한 이들과 함께해야 하고 그들에게 힘이 돼 주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할 당위와 의지가 있다”면서, 가족들의 당부와 요청을 잘 담아 해야 할 일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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