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무릎 지팡이로 받쳐 들고 며칠 비우면 곰팡이 핀다며 행주와 걸레 빨랫줄에 널고 잠긴 마루 문 두 번 세 번 당겨보고 내일 비 올 것 같으니 땔감인 빈 깻단을 창고에 넣어라, 고집이시다
급기야 장독대로 간 어머니 멸치젓 항아리 뚜껑 열고 검지로 장을 찍어 쩝쩝 입맛 다시다 청방 배추로 김장하면 정말 맛있겠다, 하신다
며칠 있다 오실 거죠 감나무에 터를 잡은 까치 부부 반복해 묻는데 낱낱이 보고 들은 속을 비운 오동나무는 묵언이고 올려다보시는 어머니 눈에 별빛이 반짝 어깨와 다리를 쏙 빼닮은 오십 지기 삽짝과 눈빛, 가슴 말 나누고
오전 내내 씨름 끝에 병원 가시는 어머니 거르지 않던 낮잠도 잊고 눈 카메라로, 스쳐 지나는 산천을 찍고 계셨다
■약력: 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2012. 시 등단: 문장 가을호. 2020. 수필 등단: 선 수필 가을호. 2018. 매일 시니어 문학상 대상외 다수. 대구문인 협회. 문장작가회 .선 수필 작가회. 수필집: <길고 긴 하루>가 있음.
■해설: 어머니는 시골에서 집을 지키고 사시는 어머니다. 이미 시에 다 드러나 있지만 시인은 지금 그런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러 가서 오전 내내 일어나는 일들과 어머니의 여러 동작과 말을 고스란히 옮겨놓음으로써 아름다운 서정시를 완성해 놓고 있다. 참으로 어머니의 외출은 점검할 게 많으시다. 불은 다 껐나! 물은 잠근 건지, 고장 난 무릎이면서도 세세하게 둘러보시는 과정을 그대로 시로 옮겨놓고 있음이 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찡하게 한다. 며칠 있다 오실 거죠? 라는 감나무에 터를 잡은 까치 부부 반복되는 물음이 있었고 이때 어머니 눈에 별빛이 반짝이는 걸 아들인 시인은 알아챈다. 어깨와 다리를 쏙 빼닮은 오십 지기 삽짝과 눈빛, 가슴 말 나누고 나서도 어머니의 눈은 스치는 산천을 찍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까 이 시를 쓴 시인은 효자 시인이 틀림없다. -<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