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분쟁위, 6개월 거주 요건 미충족 판단
법원 "증거 충분히 검토 안 돼"…절차상 문제 지적
BC고등법원이 세입자를 퇴거시킨 후 아버지 간병을 위해 해외로 출국한 집주인에게 내려진 거액의 배상 명령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산드라 윌킨슨 BC고등법원 판사는 지난 4월 14일 집주인이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위원회(RTB) 청문회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관련 내용은 지난 금요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시이노 미유키 씨는 노스 밴쿠버 몬트로열에 위치한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던 마이크 네언 씨와 수진 렌 씨를 2024년 6월 퇴거시켰다. 시이노 씨는 직접 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임대차법에 따른 퇴거 통지를 보냈으며 2024년 8월 해당 주택에 입주했다.
하지만 시이노 씨는 입주 두 달 만인 2024년 10월 중국에 거주하는 88세 아버지가 흉부 동맥류 파열로 혈관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이노 씨는 즉시 중국으로 출국해 5개월 동안 아버지를 간병한 뒤 아버지의 상태가 호전된 2025년 4월 노스 밴쿠버로 돌아왔다.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위원회의 4만5천 달러 배상 명령
퇴거된 세입자 네언 씨와 렌 씨는 2025년 6월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BC주 법에 따르면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낼 경우 최소 6개월 동안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한다.
분쟁조정위원회 중재인은 미유키 씨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세입자들에게 12개월 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4만5,156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시이노 씨는 아버지의 질병이라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심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BC 고등법원에 사법 심사를 청구했다.
법원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위원회의 절차적 오류 지적
윌킨슨 판사는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중재인이 청문회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중재인은 집주인이 번역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장기 부재 사유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적었지만, 실제와 다른 내용으로 확인됐다.
미유키 씨는 번역된 자료를 제출했고 청문회에서도 직접 상황을 설명했다. 윌킨슨 판사는 거주 여부와 관련된 중요한 증거를 검토하지 않은 점을 명백한 오류로 지적했다. 또 의료 자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점도 공정성을 해쳤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기존 결정과 재심 기각을 모두 취소하고,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단은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라도 가족의 중대한 질병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