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요일 이었다.
고교 친구들 '트레킹 모임'이 있는데 어제는 '수리산'에서 만났다.
오전 10시에 수리산역에서 만나 트레킹을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비가 내리지 않았고, 공기도 산뜻해 감사할 따름이었다.
산을 넘어가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산을 넘어오는 일정이었다.
트레킹 거리는 총 10킬로 정도였다.
가벼웠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수리산역'으로 가는 길에 정자가 있어 그곳에서 잠간 휴식을 취했다.
물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7080 가요도 흥얼거리며 약 20여 분 간 쉬었다.
전철역에서 가까운 '초막골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까지 마시면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 한 친구가 그랬다.
"내 휴대폰이 어딨지?"
그러면서 자신의 배낭과 주머니를 몇 번씩 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끝내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
친구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게 보였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중간에 빠진 듯했다.
우리들이 오는 길에 휴식을 취했던 그 '정자'가 가장 유력해 보였다.
그곳은 임도 옆에 있는 장자여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한 뒤에 거쳐갔을 터였다.
그래도 나는 "한국인들의 '양심'과 '교양'을 믿어보자"고 했다.
다른 친구들을 전철역으로 보내고, 휴대폰을 분실한 친구와 단 둘이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가면서 계속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둔 상태라고 했다.
발걸음이 빨라 졌다.
서둘러 그 정자까지 가보니 친구의 휴대폰이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임도를 걷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떠난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타인의 물건에 좀처럼 손을 대지 않는 편이고 실제로도 그랬다.
나는 믿고 있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의 평균적인 태도와 습성을 믿고 싶었다.
헤어진 자식을 다시 만난 듯이 친구의 얼굴에선 행복과 감사가 진하게 묻어났다.
요즘 휴대폰은 개인의 'everything' 이다.
교통, 통신, 금융, 일정표, 소통, 업무 그리고 개인의 신분증이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으니까.
기쁜 마음으로 역까지 되돌아 왔다.
그 덕분에 그 친구와 오며 가며 참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들.
양심적이고 반듯한 한국인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7월 둘째 주가 시작되었다.
장마철이라 잦은 비에 후텁지근하지만 한번 더 웃고, 한번 더 양보하는 한 주가 되길 소망한다.
오늘도 허락 받은 하루다.
그래서 더 귀하다.
열정과 감사함으로 힘차게 달려보자.
파이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