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서둘러 민박집을 나왔다
주인 아주머니께 버스편을 물어보니 30분은 남아
천천히 걸어가다 타면 되겠다 하고 유유자적 걸었다
히치 할까? 후배가 웃으며 말한다
사람은 느낌이란 게 있는걸까?
걸어가는 뒷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웬 맘 좋은 아저씨가 차를 세운다
진안까지 태워다 주겠다니 이런 고마울데가...
천도복숭아 하나 답례로 드리고
진안에 대한 좋은 느낌 하나 가져본다
고향이 고창인 아주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하여
근처 갈만한 곳을 물으니 격포를 추천한다
전주에서 격포까지는 약 두시간정도 소요되는데
해수욕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변산해수욕장도 좋고 격포의 채석강도 좋으리라
채석강은 강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강은 아니고
지층이 깍여져 바다에 연하여 있는 이 곳
지명인가 싶다
안내판에 나와 있는걸로는 주변에 볼만한 곳이
많은 것 같은데 차도 없고 이따금씩 비도 떨어지고
숙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후배 그리고
다음 날 찢어져야하는 우리로서는 많은 시간을
격포에서 보내기가 마땅치않아 채석강을 둘러보곤
다시 전주로 향했다
오랫만에 차는 원없이 타는 것 같았다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나오면
관광안내소가 보인다
그 곳에서 전주에 대한 관광안내도를 보니
이런~ 전주에도 볼 것이 왜 이리 많은지
도시라 별 볼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잘못된 생각이였다
전주하면 비빔밥이 아니던가
전주 다녀왔다 하면 비빔밥은 먹어봤냐고
물어볼텐데 꼭 비빔밥을 먹고야 말리라
강력하게 비빔밥을 주장해서 후배와 비빔밥을 먹었다
특미 비빔밥을 이천원을 더 주고 만원에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조금 짰다
짜다고 밥을 조금 더 달라하니 인심 좋은 아주머니
밥 한공기를 가져다 준다
가리는 것은 없이 먹는 나지만
맛 있는 거 없는 거는 가려먹는 입맛을 가진터라
일단 내게 짜게 맛보인 전주 비빔밥은 그냥
전주에 다녀온 기념으로 생각하려 한다
아랫층에 내려가보니 천원짜리 세상이 있어
호기심에 한번 둘러보았다
거의 모든 물건이 천원인데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니
저렇게 파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전주에 가면 전주한옥마을이 있는데
처음 앞길에는 표시가 잘 되어 있어
그대로 따라가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맨 처음에만 표시가 되어 있을뿐
중간중간 표시가 없어 많이 헤매었다
아마 누구라도 헤매지 않을 수 없으리라
우리가 찾으려고 한 곳은 동학혁명 기념관과
술 박물관이였는데 동학혁명 기념관은
천도교 전주 무슨 교구라고 되어 있고
이층이 전시관인데 올라가보니 문이 걸려있었다
그래서 다시 술박물관을 찾아 헤매기를 10여분...
문이 굳게 잠겨있고 사람이 없어
한옥마을에 갔던 우리는 한옥으로 된 집들의
겉만 보고 와야했다
진안에서 그래도 깨끗한 민박집이였는데
후배에게는 성이 안찼던가 보다
다른건 몰라도 욕실은 제대로 된 곳이라야
편하다고 호텔에 가자한다
모텔로 가자하니 요즘 호텔 별로 안 비싸단다
마침 주변에 리베라 호텔이 있어
후배에게 숙박료를 물어보라고 했다
허걱! 자그마치 169,400이란다
170,000 이면 170,000이지 169,400은 또 뭔가
안내지도를 보니 전주에는 코아호텔이 있다
그 옆에 코아백화점도 있고
호텔을 찾아가는 길에 백화점에 한번 들려보니
폐문시간 15분전이다
에스칼레이터 한번 타고 올라갔다
내려와 1층에서 지갑하나 사고 코아호텔로 들어갔다
다시 숙박료를 물어보니 여기는 150,000이란다
바로 나와 안내지도를 펴들고 속닥속닥
코아직원이 나와서 이것저것 묻더니
숙박료를 11~12만원까지 할 수 있단다
후배가 계속 안내지도를 보고 있자
전주에 아중리라는 신시가지가 있는데
그 곳에 모텔들이 새로 지어 깨끗하고 괜찮단다
한 삼만원이면 될꺼라고 한다
여행하는거면 돈을 아끼라고 조언까지 한다
여러분들 중에 혹시 전주 근처에서 일이 있어
잠을 자야할 상황에 처해진다면
아중리에 가서 잠을 자라고 하고 싶다
호텔에 가본 것은 아니지만
작은 호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깨끗하게 잘되어 있다
인터넷이 되고 대형 평면 TV가 있고
정수기가 있고 냉장고가 있고
전자레인지가 있고 에어콘이 있고
드라이기도 있고 여하튼 가격에 비해(사만원)
시설이 상당히 잘되어 있다
그 곳 모텔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새로 생긴 곳들이라 거의 다 그럴 것이니
새로 지은 것처럼 보이는 곳을 들어가면
포근한 잠자리는 틀림없으리라 생각한다
짐을 풀고 전북대 앞으로 갔다
그 곳에 가면 덕진공원이 있는데
정말 데이트하기에는 딱인 코스다
연꽃이 하나 둘 밖에는 없는 것이 아쉬움이지만
음악이 흐르는 분수랑 구름다리 같은 연화교
그리고 오래전 도령과 아씨가 걸었을만한
나무로 된 연지교는 연못을 가로질러 양쪽을
아름답게 잇고 있었다
이 다리 이름 알아내는 것도 여기저기 물어보다
이정표를 통해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곳 사람들은 늘상 있는 것들이니
별다른 감동없이 당연하게 가지며 사나보다
은은히 풍기는 창포향과 연꽃향기도 합세한
아름다운 밤~
아! 전라도 사람들은 정말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였다
♬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자전거 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