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과 사위가 모임이 있다며
저녁시간에 손주녀석을 좀 봐달라고 합니다.
집사람이 몸살 기운 때문에 병원을 다녀온 끝이라
밖에서 저녁을 때우기로 합니다.
홈플러스 유성점 4층에 가면
몰레꼴레라는 이태리 음식점이 있는데...
손주녀석이 그곳 스파게티를 잘 먹습니다.
까르보나라 2인분과 마르가리따 피자 하나를 시킵니다.
그런데... 손주녀석이 스파케티 보다는
에스컬레이터 앞쪽에 놓인 장난감 자동차에
필이 꽂혀서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음식 나오기 전에 다녀온다며
집사람이 먼저 데리고 갔다 와보지만
또 가겠다며 떼를 씁니다.
할 수 없이 이번에는 내가 데리고 가봅니다.
앞뒤로 두 명씩 아이 넷이 탈 수가 있는데...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경적이 울리면서 차체가 1분쯤 들썩들썩 합니다.
한번 끝나고 나니
다른 아이 부모가 다시 동전을 넣고
또 다른 부모가 또 넣고 해서
연속으로 서너 번을 탑니다.
다른 아이들은 조금 아쉬운 듯 하면서도
스스로들 물러나는데
이 녀석은 엄지와 검지를 붙인채
내 쪽을 향해 뻗으며
동전을 더 달라는 시늉을 합니다.
국수 먼저 먹고 와서 또 타자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럼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타자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차에서 내리겠다기에
이제는 포기하려나 보다 하며 내려줬더니만...
동전교환기로 달려가서
동전 나오는 구멍에 손을 넣고 더듬으며
동전을 찾습니다ㅎㅎ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고...
절대 내가 그 녀석을 이길 수 없음을
새삼스레 깨닫고 맙니다.
두 번인가 세 번을 더 타고서야
지나가는 아이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에
사러 가자고 달래며 억지로 끝을 냅니다.
한데... 집사람 말이 콧물 나와서
아이스크림은 안된다고 합니다ㅠ.ㅠ
결국 저녁을 제대로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남은 국수와 피자를 싸달래서
딸네집으로 향합니다.
P.S. 돈을 많이 벌어야겠습니다.
손주 녀석 손벌리면 동전도 쥐어주어야 하고,
손주 자랑 마음껏 하려면 내야 할 돈도 만만치 않을테니...ㅋㅋ
조정래씨의 산문집에 실린 '나의 사랑 재면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늙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차츰차츰 상실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늙음은 그늘지고 우울하고 적막하고 서글프다.
그런 노년을 갑자기 찬란한 꽃이 만발하게 하고,
푸르른 싹들이 파릇파릇 돋게 하고,
눈부신 햇살이 반짝반짝 넘치게 하는 것이 손자의 탄생이다.
그건 어쩌면 하늘이 모든 노년 인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위로인지도 모른다.
세상사를 바라보면서 웃을 일이 전혀 없는
나의 삭막한 가슴은 손자를 보면서
꽃들이 만발한 꽃밭이 되었고,
새싹 싱그럽게 돋는 넓은 초원이 되었고,
눈부신 햇살이 가득 넘치는 하늘이 되었다.
그런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
어찌 늙는다는 것이 아쉽고 쓸쓸하기만 하랴.
늙는 것도 값진 것이다.
첫댓글 윤갑이가 이번 고성 갈 때 자기 스마트폰에 있는 손자 사진 보여주며,"니는 없재?" 하는 바람에 약올랐는데 또 어떤 놈이...
그래? 나도 보여서 약 좀 올릴껄.찬스를 놓쳤네.
올 가실에는 한놈 처분하신다고 하셨는데...그래도 손자 볼려면,아니 할배 될려면 멀었지롱.....언제 손자 바보 되실려나.
"손자예찬"~픽션으로 한문장 하심도...
아 !!!!!! 어느 세월에.....꿈 같은 말씀들....
조정래씨는 내가 아는 글쓰는 전자쟁이 인데.................
태백산맥 조정래는 아니지? 나는 한 놈 보냈으니 희망은 있네.
손자 보기 전에는 그래도 아저씨인데...손자 보고 나면 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