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우리는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았습니다. 분단이후 60여년만에 처음으로, 단절되어있던 경의선 구간에 서로의 열차가 각각 북으로, 그리고 남으로 향하였습니다. 그후 7개월 뒤 12월에는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으로 화물열차 운행이 개시되어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남북관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 두 건의 사건은 전 세계의 언론사가 총출동하여 보도하였고, 이렇게 알려지므로 인해 칵스는 2007년 5월에 운행한 열차들과, 이후 12월부터 개시된 정기 화물열차 운행이 남북을 오간 열차의 전부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열차들 외에 또 다른 열차가, 정확히는 철도차량이 이북에 들어갔다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2007년 5월의 주인공 7435호가 개성역까지밖에 운행하지 않았지만, 이 열차는 개성역을 지나 평양, 그리고 신의주까지 운행하여 코레일에서 운용하는 철도차량들 가운데 가장 북쪽으로 올라간 차량이 되었습니다.
코레일 사보인 <레일로 이어지는 행복 플러스>의 2008년 2월호 30쪽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링크 (e-Book 32쪽)
(파이어폭스에서는 잘 열리지 않으니 가급적 IE로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해랑을 베이징 올림픽때 공동응원열차로 활용하기 전, 그리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궤도 점검 등의 시운전 목적으로 2007년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코레일 남북철도사업단 협력사업팀의 주관하에 북측 열차 편성에 남측 철도차량 3량(발전차, 침대차, 침식차)이 조성되어 북측 선로를 운행했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칵스는 처음에 표지 사진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표지로 대문짝만하게 나온 사진은 북측에서 쓰이는 도색을 한 디젤기관차 뒤로 갈색의 북측객차가 연결되어 있고, 그리고 그 뒷쪽으로 어디서 많이 보던, 발전차와 리미트형 침대객차가 연결되어진 장면인데 이 모습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졌고, 평부선의 청계역 역명판 뒤로 코레일의 마크가 선명한 침대차의 사진에서는 '헉'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평부선은 경의선의 구간들 중에서 북측에서 임의로 지정한 "평양-부산 노선"이라는 뜻으로 지금의 '평양-개성' 구간을 일컫습니다)
이때 들게 되는 가장 큰 의문은 "북측의 연결기에 남측 열차를 연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인데 남측과 북측 모두 AAR E 규격의 자동연결기를 사용하기에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연결기의 높이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 차이는 1cm에 불과(남측 880mm, 북측 890mm)하기에 큰 문제는 없고 제동 방식 역시 양측 공히 공기지령식을 사용(단, 화차의 경우에만 해당, 남측 여객열차는 전기지령식)하고 있어서 이 역시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시험에 사용된 차량들은 객차들이기에 제동관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을텐데 아마도 제동을 잡기 시작하면 남측 열차는 물리적 충격으로 쿵쿵거렸을것이라 추측합니다(-_-)
시운전을 위하여 판문역에서 미리 내려온 북측의 열차 편성에 남측의 객차를 조성했다고 하는데 두 철도차량간의 연결기가 연결되면서 만든, 남북이 손을 맞잡은 형상에서는 참으로 뭉클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순풍을 받고 탄력적으로 진행되던 이 사업은 새 정부의 출범 이후 경색되어가던 남북관계에 급기야 찬물을 끼얹은, 올림픽 개막 직전 터진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인해 결국 해랑을 이용한 응원열차 운행은 무산되고 이후 2008년 12월 1일의 '12.1 조치'로 인하여 화물열차 운행마저 중지되어버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비록 2009년 8월에 '12.1 조치'가 해제되었지만 실익이 없어 아직도 화물열차 운행은 하지 않고 있고, 비싼 돈 들여 연결시킨 경의선 & 동해선 철로는 비바람을 맞고 녹이 슬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운행할 수 있지만, 단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념과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반세기가 넘도록 운행하지 못하는 이 두 노선, 그리고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경원선과 금강산전철...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며, 아직은 가야할 길은 멀고 넘을 산은 많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꿈을 상상해봅니다. 지금은 없어진 통일호가 부활하여, 철조망을 넘어 개성, 평양, 신의주, 그리고 멀리 베이징이나 모스크바, 유럽에까지 당도하는 꿈을 말입니다.
P.S.-이와 맞물려서, 2007년 5월에 새마을호 편성에 조성되어진 99537호가 북측으로 올라간 유일한 코레일 소속의 발전차라 생각되었지만, 번호 확인되지 않은 이 발전차가 이제 북측으로 올라간 두 발전차 중 하나, 그러면서 코레일에서 가장 북측으로 올라간 발전차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P.S.2.-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관광때 버스를 활용한 관광만 시행하고 있었지만 철도와 같은 좋은 시설을 갖추고도 이를 활용하지 않았음은 무척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이렇게 시행하기 위해서 이미 두 역에는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는데 말입니다.
P.S.3-2007년 5월에 가진 연결구간 시운전에 대하여 "정식 영업노선도 아닌 곳을 시운전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승객을 태우고 운전하였다"라는 지적이 있었던 사실도 참고삼아 같이 언급하여봅니다.
P.S.4-2000년 6월 15일에 있었던 "6.15 남북공동선언"의 10주년에 맞추어 다른 곳에 올린 글을 다시 올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칵스가 북측이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즐겨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순수하게 철도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자 게시한 글입니다.
이 게시물의 댓글에서 이념과 관련된 말은 (불필요한) 논쟁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중하게 사양함을 알려드립니다.
첫댓글 당시 개인적으로 관련 소식과 문서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는데, 워낙 사안이 중차대하다 보니 공표(?)하지는 못했던 내용입니다. ^^ 사보에 소식이 실린 줄은 몰랐군요. ^^; 연결기 너클 치수라든가 하는 것은 남북이 같고, 제동변도 구형화차용 AAR식에 한해서는 이름만 달리 붙였을 뿐 거의 동일한 형식을 쓰고 있고, 신형 P4a인 경우에도 신속완해 밸브가 있으면 호환은 됩니다. 단 객차 전기지령식은 아무래도 직호환이 어렵겠지요 ^^
헐.. 7435호가 평양, 신의주까지요..? ㄷㄷㄷ 몰랐네요..;;
글내용을 좀 잘읽어보시기 바랍니다 7435호가 평양 신의주를 갔다는게 아니고 7435호는 개성까지 시험운행 갔다온 차고 신의주까지는 북한기차에 매달려서 우리나라 객차 몇개가 갔다고 하지않습니까
한가지 딴지를 걸자면 한국철도에서 현재 기관차가 앞에서 견인하는 형태의 객차 중 전기지령식 사용하는 객차는 한량도 없습니다 오로지 순공기제동입니다
그 열차에 일주일간 탑승하였지만 탑승 내내 쿵쿵거리는 충격은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