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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스윙과 빠른 발놀림, 그리고 근성까지 갖춘 KIA 타이거즈 좌타 외야수 이용규에게 지난 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시즌이었다. 시즌 초반 외야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히면서 발목 부상을 당해 한 시즌을 허송세월해야 했다. 국가대표 주축 선수로 맹활약하는 등 자타가 인정하는 이용규로선 답답한 시즌이었다.
재활에 열중하며 벼르고 벼른 이용규가 올 시즌에는 지난 해 못 다한 몫까지 해낼 전망이다. 톱타자로서 공격의 돌파구를 열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이다.
올 시즌 부활을 다짐하며 이용규는 스윙과 방망이에 변화를 줬다. 이용규는 기존에는 무게 850g. 길이 33인치의 배트를 썼는데 올 전지훈련 때부터 870g. 33.5인치의 배트를 쓴다. 타격폼도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고. 스윙 전반을 간결하게 하는 식으로 바꿨다.
지난 겨울 혹독한 훈련으로 바꾼 배트와 스윙폼에 적응한 이용규는 “올해는 안타도 많이 뽑고. 도루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최다안타. 도루 40개가 올시즌 그의 목표다.
이용규가 정상 가동되면 KIA 타이거즈의 정상 수성 가능성도 한층 밝아진다. 이용규가 출루하면 중심타선에 포진한 쌍포 김상현-최희섭이 불러들이는 ‘공격 방정식’이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SK Wyverns 엄정욱
이미 팀의 핵심 전력으로 구분된 선수들은 키 플레이어가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몫을 하는 것뿐이다. 김성근 감독의 계산에 들어있지 않은 곳에서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튀어나올 수 있는 선수라야 진정한 키 플레이어로 꼽을 수 있다. 계산 안에 들어와 있지는 않지만 은근히 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엄정욱이다.
엄정욱은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고 구속인 158km를 기록했던 투수다. 구위가 살아난다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마무리로도 쓸 수 있다. 오른손 셋업맨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채병용이 해줬던 부분을 엄정욱이 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 차례의 수술과 재활을 거치면서 다소 위축됐던 모습을 털어냈다.
김 감독은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린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그리고 6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8회에 등판해 스피드건에 최고구속 155km를 찍으며 ‘와일드 씽’의 부활을 예고했다. 커브 컨트롤이 다소 불안했지만 자신 있게 포크볼을 구사하며 위기를 넘겼다. 관건은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이다.
Doosan Bears 캘빈 히메네스
두산은 지난해 선발 마운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믿을만한 투수가 없어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하기도 힘들었다. 김선우가 11승을 올렸지만 방어율 5.11을 기록했고 평균 5이닝 정도밖에 던지지 못했다. 2년차 신예 홍상삼이 5월 혜성같이 나타나 9승이나 올렸지만 역시 신인티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맷 랜들이 허리 골절상을 당한 후 뒤늦게 대체 요원으로 데려온 후안 세데뇨와 크리스토퍼 니코스키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올해는 우완 캘빈 히메네스, 좌완 레스 왈론드 등 두 명의 외국인투수를 보강했고 히어로즈에서 13승을 거둔 좌완 이현승도 데려왔다. 김선우와 홍상삼 등이 건재해 외형상으론 5선발까지 틀을 완벽히 만들었다. 그러나 숫자만으로 마운드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히메네스가 확실하게 에이스 노릇을 해줘야 마운드가 튼튼해질 수 있다. 히메네스는 시범경기 SK전에서 4이닝을 던져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9㎞까지 나왔고 변화구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몸 쪽 승부를 할 줄 알고 공을 다룰 줄 안다고 만족해하고 있다.
Lotte Giants 라이언 사도스키
롯데는 지난 해 구원 왕을 차지했던 존 애킨스를 버렸다.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갖고 있지 않은 롯데가 애킨스를 포기한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마무리투수 공백을 각오하면서까지 롯데가 원했던 것은 확실한 외국인 선발투수였다. 그래서 데려온 선수가 라이언 사도스키다.
사도스키는 지난해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25인 로스터에 있었던 투수다. 나이도 젊다. 기존의 국내 용병과는 급이 다르다. 사이판과 가고시마에서 열린 롯데 전지훈련에서 사도스키는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자로 잰 듯한 컨트롤과 다양한 변화구에 로이스터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싱커, 커터 등 다양한 종류의 패스트볼은 그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공이 낮게 제구 되는데다, 공의 변화도 심해 공략이 쉽지 않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제구력과 다양한 구질이 만족스럽다. 과거 두산에서 뛰었던 리오스와 스타일이 비슷하다”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사도스키는 시즌 초 롯데의 2~3선발에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 조정훈이 4월말에나 합류할 것으로 보여 사도스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Samsung Lions 배영수
삼성은 올해 ‘선동렬 감독 집권 2기’를 맞아 2005년과 2006년 연속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 지난해 다승 공동1위(14승) 윤성환을 선두로 나이트~크루세타~장원삼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선발 로테이션을 갖추게 됐다. 문제는 제5선발이다. ‘왕년의 에이스’ 배영수와 구자운, 정홍준, 차우찬 등이 경쟁하고 있다.
선 감독은 배영수가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가장 좋은 그림으로 여긴다. 배영수는 삼성의 연속 우승 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에 시달렸다. 2007년을 재활로 흘려보낸 뒤 2008년 9승8패 방어율 4.55로 부활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1승12패 방어율7.26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그라운드를 떠나 재활에 매달리며 절치부심 부활을 꿈꿨다. 올 해 출발은 좋다. 3월 11일 LG와의 시범경기에서 4이닝 4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고 구속은 130㎞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볼 끝이 좋고 컨트롤도 안정됐다. 이제 구속 150㎞짜리 강속구는 없다. 따라서 투구 밸런스가 중요하다. 과연 배영수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Nexen Heroes 손승락
올 시즌 넥센의 최대 약점은 마무리투수 부재다. 마무리투수 후보였던 조용준은 스프링캠프 시작과 동시에 부상으로 다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대체 마무리요원으로 여겨졌던 신철인 역시 부상으로 재활에 들어갔다. 마무리투수 공백을 메울 기대주로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손승락이 꼽히고 있다.
손승락은 당초 선발 후보였다. 140㎞ 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경찰청에서 연마한 스플리터와 커브로 선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마무리로 전환했는데, 성공가능성은 반반이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손승락의 구위는 타 구단 마무리투수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시즌 중반 이후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심리적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LG Twins 박경수
LG는 유망주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기대 이상의 성적도, 최악의 상황도 거둘 수 있다. LG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2루수 박경수. 그는 올 시즌 LG 공수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용택, 이진영, 이택근, 이병규, 이대형이 버티는 LG 외야에는 빈틈이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야에는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박경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박종훈 감독은 박경수를 믿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오지환을 새로운 유격수 카드로 쓰고 있다.
타선에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박경수는 다양한 작전을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타자다. 2번이나 하위타선에서 찬스를 연결해주는 구실을 해야 한다. 박 감독은 부임 후 줄곧 “박경수를 주목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후 마무리훈련 때부터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원석’ 박경수를 다듬었다. 박경수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8년차인 그는 선배와 후배의 가교 노릇도 해줘야 한다. 지난해 소통의 부재로 홍역을 치른 LG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Hanwha Eagles 최진행
한대화 감독은 올 시즌 키 플레이어로 최진행을 점찍었다. 김태균과 이범호의 일본프로야구 진출로 타선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는데 최진행이 공백의 절반을 메워줘야 한다는 얘기다. 한화는 최진행이 중심타선에서 장거리포로 타점을 쓸어 담아줘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최진행과 함께 타선의 주축으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태완은 스프링캠프 도중 옆구리 부상으로 조기 귀국해 아직 정상궤도에 올라서지 못했다. 최진행에 쏠리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2004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최진행은 지난해까지 고작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1 11홈런 36타점 34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2006~2007시즌에는 경찰청에서 뛰느라 1군 경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2008년 한화에 복귀했지만 잠재력을 발산하지는 못했다. 올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호기를 맞았다. 덕수상고 동기동창으로 절친한 사이인 KIA 이용규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있다. 이용규의 올 시즌 연봉은 1억6000만 원이고 최진행의 연봉은 3000만 원이다. 오기가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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