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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판단하는 지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경기선행지표 등과 같은 지표들이나 정부 정책결정자들의 코멘트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제학과 관련된 책이나 자료들을 보게 되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지는 않지만,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짧은 치마효과’다. 짧은 치마 효과는 경제가 안 좋아지면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의 마브리(Mabry)라는 경제학자가 71년에 스커트 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를 내놓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짧은 치마 효과가 왜 생겨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지만 과거에 영국 정부가 2차 대전 때 전시 물자 비축을 목적으로 치마를 짧게 입으라고 한 데서 기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학자들이나 투자자, 그리고 심지어는 정책 결정자들까지도 경제 현상을 판단하거나 예측하는데 있어서 심리적인 측면이나 특정 현상들을 참고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인물 중에 한 명이 미국 전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을 역임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다. 앨런그린스펀은 연방 금리 결정을 앞두고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분석했다는 일화는 꽤나 유명하다.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의 양과 세탁소의 세탁물 등을 점검해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참고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의 회장인 레오나르드 로더(Leonard Lauder)는 립스틱 인덱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경기와 립스틱 매출을 비교해 보니 불황기에 립스틱의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마찬 가지로 시장 조사분석 회사인 NPD그룹의 캐런 그란드(Karen Grant)는 립스틱 인덱스 보다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뷰티 인덱스(Beauty Index)를 설명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실크 스카프나 디자이너의 명품 구두를 사는 대신에 마시크라나 아이 쉐도우를 사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경제 현상이 특정 제품의 구매 촉진 등으로 연결 되는 재미 있는 현상이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분야에서도 이런 심리적인 지표(sentimental index)들이 있다. 심리적 지표들은 외국에서는 보편화 되어 있어서 심리적 지표들을 제공해 주는 전문적인 회사나 사이트까지 있을 정도다. 국내에는 이런 심리적 지표들이 널리 알려진 계기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본격적인 금융 위기 이후다. 시장 전반적으로 공포가 극대화 되고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 해지자 VIX지수 등과 같은 심리적 지표들이 신문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VIX는 언론을 통해서 ‘공포지수’라는 이름을 붙여서 자주 등장해서 우리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용어다. 신문에 나온 VIX의 정의를 보면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상장된 S&P500 지수옵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불안심리나 공포감이 크다는 뜻’이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 조금 만 부연 설명을 하자면, VIX는 등가격(ATM: At The Money-옵션 행사가격과 기초자산의 현재가격이 동일한 상태)을 중심으로 위와 아래의 행사겨격과 콜옵션과 풋옵션의 최근월물과 차월물을 대상으로 각각 4개씩 선택하여 총 8개 옵션의 내재변동성을 이용하여 계산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내재변동성이라는 것은 옵션투자자들에 의해 결정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옵션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VIX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면 알아야 할 부분들이다)
VIX의 과거 사례를 보면, 87년 블랙 먼데이 당시에는 172.8까지 급등했고, 9.11테러 당시에도 역사적 평균 값들의 고점인 40을 넘어서 79.13을 기록한 것으로 것으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40를 넘어가게 되면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으로 인해서 투매에 나서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림) VIX지수 추이 (최근 3년)
VIX를 활용한 투자 전략은 VIX지수를 반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역사적 평균 값의 고점 값인 40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투자에 유의하고,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반대로 극단적인 고점을 나타내고 하락하는 것을 확인 하게 되면 다시 위험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활용하면 된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09년 까지의 언론 기사를 찾아보면 VIX의 언급 사례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당시에 언론은 주로 시장의 패닉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VIX를 활용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극도의 패닉 상태는 곧 투자에 있어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개인투자가 협회인 AAII(American Association of individual investors)에서 집계해서 발표하는 AAII Bull ratio(강세론자들의 비율), Bear Raito(약세론자들의 비율)이 있다. (AAII사이트 (www.aaii.com)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특정 기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앞으로의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투표를 한 후에 이를 집계하여 발표한다. 예를 들어 2009년 12월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향후 주식 시장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비율이 높다면 Bull ratio는 높아지고, 반대로 향후 주식 시장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Bear Ratio는 하락하게 된다.
그런데 이 지표의 포인트는, 지표 자체를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표를 반대로 해석을 해야 한다. 이런 지표들을 Contrary indicator(역방향 지표)나 Contrary Index(역방향 지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지표나 지수의 결과치를 반대로 해석한다는 의미다. AAII의 지표들도 강세장(Bull)으로 보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은 과열권에 도달하여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을 하고, 약세장(Bear)으로 보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의 저점이 가까워졌다고 판단한다.
그림) AAII의 Bull Ratio
최근의 사례를 그림으로 보면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림의 상단은 미국의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이고, 하단은 AAII의 Bull ratio이다. Bull ratio가 높다는 것은 시장에 강세론자들, 즉 주식시장의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인데, 강세론자들이 많을 경우 최근 1~2년 간은 주식시장은 고점을 형성 했었다. 반대로 강세론자들의 비율이 적어서 Bull ratio가 하단 값에 위치할 때 시장은 저점을 형성한 사례가 있었다.
이와 비슷한 지표로 Rydex Nova/Ursa 펀드 비율이 있다. Nova는 주식시장 상승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 Ursa펀드는 주식 시장이 하락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다. 쉽게 이야기 하면 Nova는 시장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펀드고 Nova는 시장 하락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펀드다. 이 지표 역시 역방향 지표로 해석하면 된다. 즉, Nova 비율이 많을 경우 시장의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많다는 의미이므로 시장은 과열권을 앞두고 있거나, 정점에 도달했으므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거나 시장을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의미다. 반대로 Ursa펀드의 비율이 많을 경우 시장의 하락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이므로 시장은 저점일 가능성이 높거나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Ursa펀드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아질 경우에는 시장에 비관론자들이 많아지고 언론 등에서도 시장의 안 좋은 부분을 위주로 부각시키기 때문에 투자 심리측면에서는 극도의 위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나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위험자산 비중의 확대를 고려 해봐야 한다.(http://www.schaeffersresearch.com에서 Quotes & Tools에 들어간 다음 Market Tools를 선택하면 Rydex Nova/Ursa Ratio를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지표 중에 Put/Call Ratio가 있다. 풋-콜 레이쇼는 국내 언론이나 증권사 등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데, 풋/콜 레이쇼는 동일한 기초자산과 만기 및 행사가격을 가지고 있는 풋옵션과 콜옵션의 상대 거래 비중을 의미한다. 시장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하락 시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풋 옵션에 거래가 집중되기 때문에 분자인 풋의 수치가 커져서 풋/콜 레이쇼가 고점을 형성하게 된다. 반대로 시장이 상승 하는 시기에는 상승 시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콜 옵션의 거래가 증가하기 떄문에 분모가 커지게 되어 전체적인 풋 콜 레이쇼의 값은 떨어지게 된다.
풋/콜 레이쇼가 극단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였을 경우에는 시장의 바닥이 형성되는 사례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풋/콜 레이쇼가 1.4를 넘어가게 될 경우 유의한 매수 신호라고 판단을 하는데, 과거 KOSPI 주가의 흐름과 풋/콜 레이쇼를 분석해보면 의미 있는 움직임을 발견 할 수 있다. 풋/콜 레이쇼는 증권사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풋/콜레이쇼가 따로 나와있지 않은 경우 풋/콜의 5일간의 거래대금의 합을 5로 나누면 나오게 된다. 풋/콜 레이쇼는 고점을 형성할 때 신뢰도가 저점에서의 신뢰도 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바닥을 확인하는 보조적인 지표로 자주 참고 된다. 실제로 2008년 10월 금융 위기 이후 풋/콜 레이쇼는 1.9를 넘어가면서 극단적인 고점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이 고점 이후 시장은 큰 폭의 반등, 그리고 되돌림 이후에 다시 반등의 추세로 접어드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심리적 지표는 이 밖에도 메릴린치 펀드 매니저들의 설문조사(Merrill Lynch Fund Manager Survey), UBS 낙관주의 투자자 설문(UBS Investor Optimism index), AMG 펀드 유출입 동향, 컨퍼런스 보드 지수, 헤지펀드 현금 보유 비중 등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이들 지표들 역시 인터넷 등을 통해서 상당 부분 무료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참고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사실 위에서 소개한 심리 지표들은 Contrary indicator(역방향 지표)로 분류 되는데, 우리가 주식 투자에 있어서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 와 더불어 심리적 지표를 통한 시장 분석(Sentimental Analysis)에 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는 주식 투자 참고 지표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피델리티의 대표적인 펀드 매니저로는 피터린치가 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면서 피델리티의 역사를 함께 한 세계적인 펀드 매니저인데, 이 피터린치가 극찬하는 펀드 매니저 앤서니 볼턴의 경우에도 심리적인 지표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 그가 지은 책이나 최근에 한국에서 강연을 했을 때 자료들을 보게 되면 그는 심리적 지표들의 활용에 상당한 신뢰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는 ‘시장 전망을 평가할 때 내가 중점적으로 보는 세 가지와 고려하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고려하는 한 가지 중에 하나가 투자자 의견과 행동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가 보는 지표들은 대략적으로 보면 풋/콜 비율, 변동성, 뮤추얼 펀드 현금 보유 비중, 헤지펀드, 전문가 견해 등이다. 심리적 지표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참고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도 한번 투자자의 입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