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한가위) 내 영혼을 위한 기꺼운 투자
오래 쉬다가 또는 주일미사를 많이 거른 교우가 고해성사를 받을 때 주로 하는 권고가 있다. 주일미사 1시간과 성당 오고 가는 시간 1시간 해서 일주일에 2시간 정도는 내 영혼을 위해서 기꺼이 투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일에도 여전히 활동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미사 성찬례는 그렇게 매력적인 시간이 되지 못한다. 레저 활동에도 밀리는 거 같다.
교리적으로는 미사가 성사이고, 예수님께서 또다시 인류 구원을 위해서 수난 죽임 부활하시는 시간이라지만 미사 참례로 그 은총을 받는다고 느끼기 어렵다. 사제인 나도 잘 못 느낀다. 교우들을 위해서 정성스럽게 미사 경문을 읽고 거기 있는 지시대로 행할 따름이다. 일반 본당 미사가 대수도원 전례처럼 장엄하거나 엄숙하지 않고, 깊은 감동을 주는 강론을 해주는 사제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좋은 내용과 감동과 웃음까지 주는 훌륭한 강의를 인터넷에서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2시간만 내 영혼을 위해서 기꺼이 내놓는 게 좋지 않겠냐고 거의 구걸하다시피 권고한다. 믿음이 없으면 미사 참례도 시간 낭비에 귀찮은 의무가 될 거다. 믿음은 정말이지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다.
새로운 시작에 설렘과 감사가 설날의 정서라면, 수확의 기쁨과 감사가 한가위 정서다. 농사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하늘을 무시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분야는 매우 적다. 땀 흘려 일하고 수확한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가려내어 하느님께 감사하며 바치는 농부의 마음은 참 아름답다. 우리는 우리 삶을 하느님께 바친다. 아니 되돌려 드린다. 다섯 탈렌트 혹은 두 탈렌트를 더해서 되돌려 드린다. 죄인이 정말이지 없는 힘까지 만들어 어렵게 어렵게, 때로는 목숨까지 바쳐가며 하늘나라 계명을 지키며 가꾼 영혼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린다. 농부가 하는 거처럼 내 영혼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을 키워 수확하여 하느님께 바친다.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 126,5-6)
하느님은 햇곡식도 햇과일도 드시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친다. 제사 음식을 거기 모인 자손들이 나눠 먹는 거처럼 하느님께 바친 건 사제와 가난한 이들이 먹는다. 하느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영혼을 위해서 일주일에 2시간이라도 나의 시간을 내어 드려야 한다. 하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영혼을 위해서다. 사람은 하느님, 하늘나라, 영원 등 영적인 존재와 세상을 생각하지 않으면 세속에 몸과 마음을 빼앗기게 되어 있다. 탐욕스럽게 된다. 그러면 십중팔구 오늘 복음에 나오는 그 어리석은 부자 꼴이 된다. 자녀들을 성당으로 강제적으로 가게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나도 안 가고 하느님 없이 살면, 자녀들은 나중에 연옥에 있는 나를 위해 아무것도 바쳐주지 않을 거다. 보고 배운 게 없으니 말이다. “(이)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루카 12,20-21)
예수님, 거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가려내서 하느님께 감사하며 바치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저는 저를 통째로 바쳤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봉헌과 축성을 잊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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