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 정비 엔지니어링의 정의
지난주 이야기는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2)”였습니다.
30가지 성공 레시피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늘은 회사 이야기를 드릴 차례인데 정비 업무를 해보지 않은 분들께서는 조금 생소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의 기술변천사가 우리나라 정비기술의 변천사일 텐데 아직까지도 정비기술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는 듯하다. 사 창립 초기 기능에서 기술로 변화하여야 한다고 했으나 요즈음에는 정비엔지니어링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혹자들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기술은 뭐고 정비엔지니어링 기술은 무엇인가? 라며 반문 하면 명확하게 설명 하지 못한다.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우리 회사가 보유한 기술과 당신이 보유한 기술은 엔지니어링 기술이 아닌가?
정비기술은 외국에서 유래되었으므로 국어사전에서의 정의보다는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듯하다.
o maintenance(정비): Restore to original condition, Activity involved maintaining something in good working order.
o skill(기능): an ability that has been acquired by training.
o technology(기술): the practical application of science to commerce or industry.
o engineering(엔지니어링): the practical application of science to commerce or industry.
* 주1) 영영사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음
* 주2) 찬찬히 읽어 보신 분들은 technology와 engineering의 뜻이 한 글자도 다르지 않고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비엔지니어링(maintenance engineering)이란 무엇인가? 정비엔지니어링이란 설비가 원상태의 성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공학적으로 설명, 입증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 회사가 행하는 정비는 고장정비, 예방정비, 예측정비로 구분될 수 있다. 모든 정비행위에 대해 공학적으로 설명 입증할 수 있다면 이것이 정비엔지니어링이다. 발전소에서 흔히 발생되는 사례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고장사례) 전동기가 운전 중 차단기가 동작하여 멈췄고 수리요청서가 발행되었다.
정비내용) 1. 전기회로 점검결과 특이점이 없었고 열동계전기가 동작했으므로 불량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특성시험을 했다. 특성시험결과 만족했다. 이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기술은?
o 특성시험기술과 열동계전기 합부 판정기술
2. 소손된 ball bearing교체
o 베어링 하우징 내경측정, 베어링 선택, 가열온도 적용 및 장착기술
3. ball bearing소손의 근본 원인은 펌프와의 Mis Alignment였다.
o Root Cause 규명기술
4. Alignment공식에 의거 2/100mm로 Alignment를 수행했다.
o Alignment기술
5. 시운전 결과 운전전류는 정격의 30%, 진동은 2mm/sec, 베어링 하우징 온도는 37도로 만족했다.
o 전류, 진동, 온도 측정후 판정기술
6. 운전 유의사항 권고
o ball bearing은 이상적 운전조건에서는 10만 시간 동안 운전이 가능하나, 본 전동기는 고온다습, 분진등 주위 운전조건이 열악하므로 반기 1회 정도 진동, 온도를 측정하는 예방점검이 필요함
- 부품의 수명과 운전조건을 감안한 예방정비 권고기술
o 유사 조건에서 운전 중인 전동기의 정비실적을 분석해 보니 1만 시간 운전시 마다 ball bearing을 교체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본 전동기는 1년 5000시간 운전되니 2016.06월중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함. 또한 과다 주유도 베어링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현행 월 1회 주유를 2달 1회로 조정할 것을 권고함
- 운전 상태를 고려한 예측정비 권고기술
* 발전소 정비경험이 없다면 소유하고 계신 선풍기나 환풍기의 모터베어링을 생각하시면 된다.
간단한 사례지만 우리 회사에서 일상적으로 행하는 정비는 엔지니어링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후발업체에서 이러한 공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권고능력이 없다면 후발업체는 기능수준이고 우리 회사는 기술수준이며 엔지니어링수준이다.
그러면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우리 회사가 아직까지 접근하지 않았던 분야에 대한 평가와 해석기술과 미 확보된 정비기술을 지칭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정비추세는 maintenance(정비): Restore to original condition에서 Upgrade or Restore to original condition로 정의 된다. 종전에는 증기발생기 튜브의 건전성검사후 일정크기 이상의 결함이 검출되면 Robot를 이용하여 plugging과 sleeving으로 조치를 했다.(이러한 기술도 국내에서는 우리 회사만 시행할 수 있는 상당한 선진기술이다.) 최근에는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PWSCC(Primary Water Stress Corrosion & Cracking)현상에 대한 해석, 1차계통수의 흐름이 기기에 영향을 주는 유체공학을 이용한 유한요소 모델링기술, 슬러지의 거동분석등을 통한 정비방법, 재질개선, 교체주기 결정 등에 필요한 기술 등 기존에 우리 회사가 행하지 않았던 방법 또는 기술을 정비엔지니어링 기술이라고 칭하는 것 같다.
기술의 끝은 어디일까?
이야기되고 있는 정비엔지니어링 기술을 자립하면 정비기술의 끝판왕이 될 수 있을까?
정비 기술에 대해 수많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본 경험상 늙어 죽어도 끝은 없다. 내 자신도 청춘일 때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해서 흰머리 성성한 지금까지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니 끝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플랜트 설비의 효율개선을 위해 제작사에서는 신형설비를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고 결함이 발생되어야 이를 고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정비기술의 특성상 플랜트 설비가 존재 하는 한 정비기술은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될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원전의 제염/해체기술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이듯 “기술은 생물과 같아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며, 우리는 잡히지도 않는 파랑새를 잡기 위해 쫒아 다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엔지니어링이란 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싶다. 엔지니어링 기술의 발단과 발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정의했기에 제가 내린 정의는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정의가 아니라 다소 인문학적인 정의이다.
기술은 왜?(Why), 어떻게?(How)등의 의문부호에 의해 끊임없이 연구되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 현재의 기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반화 되고 수많은 의문부호는 신기술의 탄생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왜? (Why), 어떻게?(How)가 엔지니어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역설적으로 우리가 왜?(Why), 어떻게?(How)라는 의문을 갖지 않는 멍청이가 된다면 신기술도 없고 끝판왕도 될 수 없으며 기술뿐 아니라 모든 업무를 하면서 “왜?(Why), 어떻게?(How)”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만 자기 발전이 있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정리를 하면, 엔지니어링과 기술의 정의가 동일하므로 엔지니어링기술이란 서울역전앞과 같이 같은 의미의 단어가 중복되었으나 회사 내에서 고유 명사화된 단어이므로 이를 꼬집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저급기능이자 기술이고 향후 확보해야 하며 선진국이 갖고 있는 기술이 엔지니어링 기술이라고 칭하는 것은 오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회사가 보유한 기술이 엔지니어링 기술임에는 틀림이 없고 부족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우리가 사내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정비엔지니어링 기술(maintenance engineering technology)이란 영영사전에도 정의되어 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밝혀두며 제가 내린 정비 엔지니어링의 정의 또한 사전적 정의가 아닌 유추 해석적 정의임을 밝힌다.
어느 분께서 엔지니어링의 정의에 대해 질의를 하셨기에 원고 청탁을 받았다 생각하고 나름의 정의를 내려 보았는데 “303. 이기는 전략, 전략의 중요성”과 같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시험볼 때 인용해서 오답처리 되었다고 항의해도 제 책임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류의 정의나 결론을 일컬어 사람들은 “개똥철학”이라 한다.
2014.06.09 기술개발실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