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침에 아산시 '송악면'으로 갔다.
깨복쟁이 친구들과의 정모가 있었다.
모임은 정오였지만 내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이유는 순전히 '광덕산' 때문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니다.
그냥 지나치기 싫었다.
'광덕산'은 충남에선 꽤 인기가 많은 장소였다.
깊고 울창한 산이었다.
그간 천안시 '광덕면' 쪽에선 2번 정도 산행을 했었다.
하지만 아산시 '송악면' 쪽에선 아직 하이킹을 해보지 못한 상태였다.
마침, 모임 장소가 '송악면'의 어느 조용한 숲속 펜션이었기에 '광덕산' 서쪽의 또 다른 모습과 풍광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아산시 쪽에서 제일 인기 있는 루트는 '외암 민속마을'이 있는 '강당골'이었다.
'강당골' 주차장에 차를 놓고 '광덕산'에 올랐다.
고온다습하여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기분만은 최고였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일망무제였다.
충남의 북동지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사위가 싱그럽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하산 후 친구들과 해후하여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하고 송악면의 자랑인 '송악저수지'의 수변길을 걸었다.
일명 '송악저수지길'이었다.
울창한 수목으로 인해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햇볕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산들바람이 불었고 '레이크뷰'도 일품이었다.
약 3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마치고 펜션으로 향했다.
야외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밤이 깊도록 와인파티를 하며 대화 삼매경에 빠졌다.
죽마고우들이어서 그런지 더욱 다감한 시간이었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위로와 격려의 여름 밤이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고 일요일 오전엔 광덕산 중턱에 뻗어 있는 천혜의 임도를 함께 걸었다.
울창한 숲속, 인적 없는 오솔길은 그 자체가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었다.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쏟아 냈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트레킹 코스가 있는 지 몰랐다면서 모두가 싱글벙글이었다.
깊은 숲길을 자주 걸어보자.
잠들어 있던 사유의 편린들이 뭉게뭉게 깨어날 것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잊고 지냈던 진정한 자아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참을 걷다가 아예 생각조차 놓아버리면 나라는 존재도 이내 사라지고 급기야 나는 한 떨기 바람이 되고 한 그루의 나무가 될 터였다.
또한 풍경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신이 예정하신 일정표대로 생을 마감하고 자연의 일부가 될 테지.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은 존재의 전제다.
존재에 대한 사색과 생에 대한 성찰은 장거리 트레킹이 주는 덤 같은 축복이었다.
바쁜 일상은 지나치게 분망하고 현실은 너무나도 목표 지향적이지 않던가.
우리네 삶 자체가 대개 그랬다.
그래서 정신적 치유와 영혼의 힐링을 위해 우리는 걸어야 한다.
조화와 균형, 건강한 심신을 위해 우리는 또 걸어야 한다.
마치 숨을 쉬고 밥을 먹듯이 말이다.
걷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보배요 은총이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상관 없다.
어차피 나의 주관적인 개똥철학이니까.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내가 일생 동안 금과옥조처럼 신봉하며 실천했던 인생의 좌우명 중 하나였다.
일박이일 간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알콩달콩 멋진 추억을 엮었다.
저마다 알차게 인생 2막을 경작해 가고 있는 깨복쟁이 친구들.
모두에게 건강과 평안이 가득하길 빈다.
죽마고우들에게 다시 한번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강당골 참 좋은 곳이지요.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갔던 기억이 나네요.
시원한 계곡과
멋진 남자들의 따뜻한 우정이 너무 보기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