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 난 학교를 마치고 늘 바둑학원으로 향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C가 바둑을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나도 그 친구만큼 바둑을 좋아했다. 적막 속에 딱-딱- 울려 퍼지는 돌 소리가 좋았고, 두시간씩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는 게 이상하게도 좋았다.
10살 내 인생의 최대목표는 C를 이기는 것이었다. C는 초등학생의 나이임에도 아마추어 1단이었고, 나는 기껏 해야 2급에서 3급 정도를 두었다. 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중학교 1학년과 싸워서 이기고 싶다는 소망이었으니 이뤄질리 없었다. 나는 평소에는 C를 좋아했으나, 바둑교실만 가면 C를 원수처럼 미워했다.
한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는 드디어 C를 이겼다. 한, 두 집의 아주 근소한 차이였지만 이긴 건 이긴 거였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바둑판을 떠올리며 행복해했고 바둑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가끔씩 미웠던 C도. 그리고 아주 최근의 술자리에서야 그날의 C가 나에게 일부러 져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C는 그 전날 바둑에서 져서 눈물까지 훔치는 나를 계속 이기는 것이, 바둑에서 지는 것보다 훨씬 마음 아팠다고 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두 판을 내리 졌다. 나는 프로바둑기사를 꿈꿀 정도로 진심으로 바둑을 사랑했고, 이세돌은 그런 나의 위대한 우상이었다. 우상의 패배는 나 자신의 패배보다도 잔인하다. 집에 돌아와 술을 마셨다.
일각에서는 인류의 위대함이 드디어 끝을 보는 순간이라고 한다. 기계가 도전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영역인 바둑마저, 비교적 손쉽게 승리했으니 말이다. 바둑은 시작이다. 구글은 한국인의 영원한 마음 속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다음 주자로 노리고 있으며, 축구로봇이 나와 메시의 공을 아주 손쉽게 뺏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만든 기계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위대함이 끝났다.’는 의견과는 생각을 달리 한다. 무엇이든 최고로 잘 하고, 어떤 상대방도 이기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애초에 생각하지를 않는다. 진정 위대함이 그것에 있었다면, 인류가 꽃피운 화려한 문명은 진작 몰락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이 진짜 위대한 이유는, 어떤 조건에서도 상대방을 분석하고 해부하여 비참하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가 흘리는 눈물을 보고 마음을 바꿔, 슬쩍 져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우사인 볼트보다 100m를 더 빨리 뛸 수는 있겠지만, 옆 레인에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주기 위해 입력된 값을 포기하고 달리기를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류가 인공지능에게 패배했지만, 인류는 여전히 위대하다. 비록 나를 포함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잊은 채 살아가는 ‘위대함’이지만 말이다.
-출처 : 서울대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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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소름..
와..
와......글 진짜 잘쓴다
넘나,, 멋있는 것,,
멋있다 진ㅁ짜...
오..ㅍ감탄함 ㅜ멋있음
와 글진짜 잘쓴다..
대박이에요 완전 감동
오......맞는 말이다 그리고 어짜피 알파고도 사람이 만든것 부수면 그만인 것을.....
와 눈물났음
와...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