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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인상의 충격으로 공모부동산펀드 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소수의 부동산에 집중된 투자 구조와 작은 펀드 규모, 운용 역량 축적의 어려움, 유동성 문제 등은 현재 공모부동산펀드가 직면한 주요 문제들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펀드의 성과 지속성을 저해하며, 일반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반면,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는 오랜 운용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함으로써 일반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성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 사례는 국내 공모부동산펀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공모부동산펀드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인상의 충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정부의 규제 완화1)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한 공모부동산펀드는, 저금리 시기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2015년말 기준 순자산 규모가 0.7조원에 불과했던 공모부동산펀드 시장은 2019년말 기준 4.2조원으로 약 6배 성장하였고, 같은 기간 펀드 수는 4개에서 46개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2)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증가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 연장이 어려워지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공모부동산펀드 시장은 침체기를 맞았다. 2024년 8월말 기준 펀드 수와 순자산 규모는 각각 30개, 2.5조원으로 2019년말 대비 35%, 40% 감소했다. 특히, 현재 남아 있는 펀드 중 절반이 만기가 이미 지났거나 향후 1년 이내에 도래할 예정인데 반해, 2022년 5월 이후 신규 펀드 설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시장이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공모부동산펀드의 성과를 보면, 저금리 시대에는 높은 수익성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가치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모부동산펀드의 2015년말 기준 순자산 가중 수익률 지수를 100으로 설정하여 이후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2022년 10월까지 꾸준히 상승해 180을 기록했으며,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9%에 달했다.3) 그러나 이후 하락 반전하여 2024년 8월말 기준으로 141에 머물고 있으며, 2015년 이후의 연평균 수익률 역시 4%로 크게 낮아졌다. 부동산펀드의 특성상 가치평가 결과가 시장을 후행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는 한 이러한 수익률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위험-중수익을 기대하며 공모부동산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펀드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부동산을 매각하지 못하고 투자자의 환매 요청에 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제법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통상 60% 수준의 LTV(loan-to-value) 비율로 대출을 받고 있는데, 담보가치 하락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출 연장마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해당 펀드의 만기 연장 과정에서 연장에 찬성하는 투자자들이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다.4)
문제점 진단
국내 공모부동산펀드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모부동산펀드는 대부분 단일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소수의 부동산에만 투자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전체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특정 자산의 개별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된다. 통상 부동산펀드는 주식과 채권 위주의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대체투자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소수의 부동산만 보유한다면, 이러한 다각화 효과를 누리기 어려우며, 임차인의 계약 연장 실패나 대출 연장 불발과 같은 돌발 악재 발생 시 성과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여러 개의 부동산펀드에 동시에 투자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반면, 일반투자자는 그렇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공모부동산펀드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는 기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성과 변동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공모부동산펀드의 개별 규모가 작고 상품 공급이 꾸준하지 않아 투자기회가 제한적이다. 2024년 8월말 기준으로 공모부동산펀드 1개당 평균 순자산 규모는 800억원에 불과하다. 설정액을 기준으로 봐도 2016년 이후 설정된 펀드의 90%가 1,500억원을 넘지 않으며, 3,000억원을 넘는 펀드는 전무하다. 시기에 따른 상품 공급 규모의 차이도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요즘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는 신규 펀드가 아예 출시되지 않아 투자할 방법이 없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비교적 많은 펀드가 새롭게 설정되지만, 그마저도 펀드 규모가 작아 조기에 완판되는 경우가 많으며 원하는 금액만큼 투자하기 어렵다.5) 이처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투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모부동산펀드 투자에는 제약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성과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재 폐쇄형 펀드 구조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우량 자산을 선별하고 적절한 매수/매도 타이밍을 결정하는 등의 운용 역량을 축적하기 어렵다. 펀드는 특정 부동산을 만기까지 보유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설정되며, 펀드매니저는 이미 보유한 부동산을 관리하는 제한적 역할만을 맡는다. 운용기간에 비례하여 보수를 수취하는 수익 구조로 인해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는 만기 시점에 기계적으로 부동산을 매도한다. 운용사 차원에서도 신규 펀드를 설정하여 운용자산규모를 늘리려는 유인은 강하지만, 기존 펀드를 잘 관리하여 초과수익을 내려는 유인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에 따라 대표 펀드를 육성해 장기 운용 실적을 관리하기보다는 일회성으로 판매되는 펀드를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가치의 60%에 달하는 대출을 활용함에 따라, 자산 가격 하락의 영향이 배가되는 레버리지 위험과 대출 연장 시에 발생하는 금리 변동 위험에 크게 노출된다는 점도 성과의 지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펀드의 유동성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공모부동산펀드는 보통 5년 이상의 만기를 가지며 해당 기간 동안 환매가 불가능하다. 대신 투자자의 환금성을 보완하기 위해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하지만, 대부분의 펀드에서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만기 시점에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소수의 부동산만을 보유하고 있어 적합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현금 부족으로 인해 투자금을 적시에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 운용사가 만기 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찬성하는 투자자와 반대하는 투자자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즉, 반대하는 투자자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가장 유동성이 높은 펀드 자산을 먼저 현금화하면, 남아 있는 투자자들은 비유동자산을 떠안아 향후 높은 거래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참고사례: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 사례를 살펴보자.6)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개방형 부동산펀드 제도가 가장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2023년말 기준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310억유로(188조원)로 국내 공모부동산펀드 시장의 약 60배에 달한다. 독일에는 총 52개의 개방형 부동산펀드가 있으며, 이들의 평균 순자산은 3.6조원에 달할 정도로 대형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Deka사의 유럽부동산펀드(ImmobilienEuropa)는 2023년말 기준 184억유로(약 26조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펀드는 총 140개의 부동산을 편입하고 있으며, 보유가치 합계는 183억유로에 이른다. 오피스 68%, 리테일 11%, 물류 8%, 호텔 5% 등으로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독일 34%, 프랑스 18%, 영국 16%, 네덜란드 8% 등 16개국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성과를 온전히 추종하고 개별 위험을 충분히 분산시키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는 이 펀드 하나만으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또한, 개방형펀드이기 때문에 언제든 원하는 만큼 가입할 수 있어 투자 접근성도 뛰어나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일반투자자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손쉽게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현할 수 있다.
Deka ImmobilienEuropa를 포함해 독일에는 100억유로 이상의 대형 부동산펀드가 2024년 6월 3일 기준으로 모두 5개 존재한다. <표>는 이들 펀드의 주요 특징을 보여준다. 이 펀드들은 모두 오랜 경험을 통해 상당한 운용 역량을 축적했으며, 각각 100여개의 부동산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모두 20% 이내로 낮게 관리되며, 환매 요청에 대비해 15% 내외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과거 1/3/5/10년 기간 동안 모두 손실 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나타냈다.7) 이는 펀드매니저의 풍부한 경험,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 그리고 낮은 레버리지 비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독일 부동산펀드 제도는 몇 가지 주요 특징을 가진다. 우선, 독일의 부동산펀드는 개방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폐쇄형보다는 개방형 구조가 다수의 부동산에 분산투자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유동자산을 주로 편입하는 만큼, 개방형 구조에서는 유동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유동성 관리 도구(Liquidity Management Tools)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이며, 독일도 개방형 부동산펀드에 대해 다양한 유동성 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최소 2년 동안 이를 의무 보유해야 하며, 해당 기간 동안 환매가 불가능하다. 의무 보유 기간을 채운 다음 환매할 경우에도 실제 투자금의 상환은 환매 신청일로부터 1년 후에 이루어지며, 환매 신청 후에는 이를 취소할 수 없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잦은 환매와 펀드런을 방지하고, 펀드매니저는 환매 요청에 따른 1년간의 현금흐름을 미리 예측해 유동성을 확보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환매 요청이 몰리고 보유한 부동산의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다. 이를 대비해 독일의 자본투자법(Kapitalanlagegesetzbuch, KAGB)은 다음과 같이 관련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첫째, 유동자금이 부족할 경우 운용사는 환매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둘째, 환매 중단 후 12개월이 지나도 유동자금이 부족할 경우, 환매를 계속 중단하며 이번에는 최대 10%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 셋째, 24개월 후에도 유동자금이 부족하면, 최대 20%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 넷째, 36개월이 경과하면 운용사의 권한이 소멸되고 펀드는 청산된다. 이처럼 펀드의 유동성 부족 상황에 대비해 최장 3년 동안 대응 절차를 사전에 마련해 둔 점은 유사시 펀드 운영과 관련된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운용사가 환매 중단 조치를 남용하지 않도록 최근 5년 내에 3회 이상 환매를 중단한 경우에도 운용권이 소멸되고 펀드는 청산된다(이상 KAGB 98조, 257조). 이외에도 단일 부동산에 15% 이상 투자하지 못하는 분산투자 요건(KAGB 243조), 최소 5%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유동성 요건(KAGB 253조), 그리고 보유 부동산 가치 대비 대출이 3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레버리지 요건(KAGB 254조) 등도 개방형 부동산펀드를 규율하는 주요 제도다.
맺음말
현재 국내 공모부동산펀드가 직면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펀드 구조가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한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본고에서 언급한 독일의 사례를 비롯하여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개방형 부동산펀드 제도를 오래전부터 발전시켜왔으며, 2008년 금융위기, 2016년 브렉시트, 2020년 코로나19 등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며 지속적으로 보완해왔다. 공모펀드의 특성에 부합하는 부동산펀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유럽의 이러한 경험을 참고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업계의 상당한 노력이 있지 않으면 공모부동산펀드 시장의 발전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펀드 내 다각화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설정 초기부터 운용사를 비롯한 관계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8) 독일과 달리 국내 운용사들은 규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영세하여 지원 부담이 클 수 있는 만큼, 기존에 활성화되어 있는 사모부동산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모부동산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거나 만기가 도래한 사모펀드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함으로써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만약 독일과 같은 형태의 개방형 부동산펀드 제도를 도입한다면 다른 펀드들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것도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즉, 구조적으로 유사한 폐쇄형 공모재간접펀드, 자본시장법상 부동산펀드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비슷한 속성을 가지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금융위원회에서 2016년 5월과 9월에 각각 발표한 보도자료 ‘국민재산 증식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상품 혁신 방안’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령 등 입법예고’를 참고하면 된다.
2) 본고에서 ‘공모부동산펀드’는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사모부동산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공모부동산펀드 또는 공모부동산파생형펀드를 의미한다. 리츠 또는 상장 증권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는 이와 성격이 매우 다르므로 본고의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다.
3) 이 수치는 펀드의 모든 분배금을 반영한 값이다.
4) 뉴시스, 2024. 5. 10, 손실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 연장 두고 투자자도 ‘고심’ 기사 참고
5) 데일리안, 2017. 6. 27, 공모형 부동산펀드 조기 완판 행진 왜?, 동아일보, 2019. 3. 12, 10분만에 750억… 부동산펀드 나왔다하면 ‘완판’ 기사 참고
6)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는 일반투자자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공모부동산펀드 제도와 동일한 목적을 가진다.
7) 본문의 표에는 과거 3년 수익률만 기재하였지만, Scope(2024)의 원문에는 1/3/5/10년 수익률이 모두 표시되어 있다.
8)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 시장 발전에는 운용사와 더불어 계열 은행의 네트워크와 자금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 금융 산업의 유니버셜 뱅크(universal bank) 구조도 여기에 일조하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단행본을 참고하면 된다.
Sebastian, S., Strohsal, T., Woltering, R., 2017, German open-end real estate funds, In Just, T., Maenning, W., (Eds.), Understanding German Real Estate Markets, 279–293,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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