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캐비닛이 특정 정치인의 무기로 변모하는 순간,
검찰의 정보력은 곧바로 막강한 정치권력으로 둔갑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계하고 또 경계해 온 ‘검찰
정치’의
부활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된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다시 한번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김 후보자가 과거 식약처장에게 신속한 승인을 부탁했다는 의혹 자체도
논란이지만,
정작 정치권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쏠린다.
“도대체 이 사적인 대화 녹취록을 한동훈 의원이 어떻게 손에 넣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출처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당사자가 직접 제공했거나 수사기관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라는
점에서 의문은 증폭된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는 한 의원이 정치적 위기 때마다 검찰 수사
자료를 연상시키는 무기를 꺼내 드는 모습은,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경계해 온 ‘캐비닛
정치’의
단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캐비닛
정치’란
단순히 비밀자료를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과거 수사와 감찰,
인사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 가운데 현재의 정치적 필요에 맞는 것을 꺼내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을 말한다.
독자적인 당의 조직이나 기반이 부족해 당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기
어려운 정치인이,
과거 검찰에서 쌓은 정보력을 현재의 정치적 자산으로 바꿔 쥐는 행태다.
현재
국민의힘을 떠나 무소속인 한 의원의 처지를 보면 이러한 무기의 필요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조직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독자적 기반을 다지기 힘든 상황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그에게 가장 익숙하고 강력한 무기는 결국
‘검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의원의 정치에서는 무엇을 주장하느냐만큼이나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그가 무언가를 꺼내 들 때마다 세상은 출처를 묻게 된다.
검찰의 과거가 곧 한동훈의 현재 정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거대한 제도적 충돌이 진행되는 시점이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전직 검찰 수장 출신 정치인이 과거 수사 자료를
무기로 여권을 공격하는 모습은 묘한 역설을 낳는다.
한 의원 개인에게는 정치적 생존을 위한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검찰 조직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축적해 온 정보망이 검찰개혁에 맞서는
마지막 정치적 방파제로 오인되거나 활용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실제로 한 의원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자료를 건넸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이를 사실처럼 단정해서도 안 된다.
다만,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한 의원을 정치적 대안으로 바라보고,
한 의원 역시 검찰에서 쌓은 과거의 인연과 정보력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김승원
후보자의 청탁 의혹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녹취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역시 국민 앞에서 명확히 해명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그
녹취는 어떻게 한동훈 의원의 손에 들어갔는가.”
수사기관의
캐비닛이 특정 정치인의 무기로 변모하는 순간,
검찰의 정보력은 곧바로 막강한 정치권력으로 둔갑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계하고 또 경계해 온 ‘검찰
정치’의
부활이다.
첫댓글 늘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