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격조건 두번째에 해당하는 소설 연재 분량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니,
자신이 연재중인 소설이 게시되어있는 게시판을 적어주세요.
※ 완결소설 2개 있구요 [각각 99편 80편입니다.]
현재 [문학소설방] 에서 연재중입니다.
- 주제인 '패러디' 에 맞게 단편소설을 쓰셨는지 확인할수 있도록
자신이 패러디한 작품의 이름을 적어주세요.
※ 소설&영화 [이중간첩]
( 원작 소설의 끝부분에 에피소드를 첨가했습니다. )
- 요번에 새롭게 바뀐 우수작가 연령게시판 때문이니,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알려주세요.
※ 15살. 중학교 2학년 입니다.
- 자신이 우수작가에 뽑힌다면 열심히 활동할것인지에 대한 각오!
※ 지금처럼 활동하겠습니다.
지금처럼 한사람의 독자분을 위해서 글을 쓰겠고,
물질적인 것이 아닌 나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글을 쓰겠습니다.
지금처럼- 아니,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것 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유리향기 [부제: et cetera]
패러디 소설&영화 : 이중간첩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오늘도 그는 사정없이 어딘가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오는 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영이 아닌
그저 뚜벅거리는 불안한 발소리 뿐.
그리고 오늘도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흠뻑 젖어버린
식은땀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꿈속에서 들었던 불안한 발소리만큼이나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숨소리와, 작은 신음소리를 동반하며.
" 하악… 하악… 또 이 꿈인가… "
올해로 몇년 째던가. 이 곳으로 넘어와, 똑같은 꿈을 반복했던게.
이젠 꿈속에서 그 소리만을 피해 뛰어다니던 기억만이 가득할 지경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렴풋이 동이터오는 창가를 바라보는 그.
그러더니만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한창 산속에서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는 해를 바라보았다.
" …… "
그저 아무런 말없이 그는 한창 뜨고 있는 해를 보고있었다.
해는 그가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자서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그런 광경을 바라보다가 실없는 미소를 자아내고는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채 조용히 나직였다.
" 드디어 오늘이로군. "
얼마 전, 아니 오랜시간 전에 그는 간첩이라는 명분하에 이 나라로 넘어왔었다.
물론 지금은 간첩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속인채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안기부라는 곳에서 열심히 연기중이지만.
아니, 그 역시도 내일이면 이 나라를 빠져나갈 몸.
그 때문인지 그는 요즘들어 불안한 기분이 한껏 고조되는 중이었다.
띠리리리- 띠리리-
그의 옆에 있던 전화가 조용히 울려댔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수화기를 들고는 조용히 말했다.
" Hello. "
한국어가 아닌 영어였다. 그것도 아주 능숙하고 익숙한 듯한 발음.
그러나 전화를 건 상대방 역시 그런 그의 반응이 어색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답하고는 아주 잠시 동안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Hi.]
" … Who is…… "
[이동은 오늘. 원하는 건 내일 그 곳에서.]
그 말만을 남기고 뚝 끊어진 전화.
그는 귀에 대고 있던 수화기를 떼고는 잠시동안 멍한 눈초리로
수화기의 아랫부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번 끊긴 전화가 다시 걸려올리는 만무했고,
그는는 여전히 멍한 눈초리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의 이름은 임병호. 위에서 말했지만 현재 간첩으로써
자유대한민국에 머물고 있는 중.
하지만 그는 내일, 이 나라의 1급 기밀 자료를 넘겨줌으로써
안전하다고 전해진 다른 나라로 나갈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 넘어와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동무이자,
병호에게 알수없는 감정을 선사한 여자, 윤수미.
그녀 역시 오늘부로 다른 나라로 가게 될 사람이었다.
… 그래, 오늘과 내일만 지나면 우리둘은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의 신분으로 돌아와 있는 거다. 오늘과 내일만 지난다면……
병호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돌자, 며칠동안 지속되었던
스트레스성 편두통이 다시 발생한 듯 한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그러나 머릿속을 한창 헤집고 다니던 생각들은 그리 쉽게 정리될 것 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병호의 편두통은 더욱 더 심해지고 있었다.
결국엔 전화기 옆에 놓여있는 하얀 알약 두어개를 주어삼키는 그.
" 아무래도 비행기 타기 전 두통약을 챙겨놓아야 할 것 같군. "
그제서야 지끈거리던 머리가 진정 되는 듯
가벼운 한숨과 함께 서 있던 자리를 벗어나는 병호였다.
* * *
" 이봐요, 임주임님. 오늘 어디 아프세요?
아니면 바쁜 일 있는건가? 혹시 오늘 수미씨랑 약속있는 거에요? "
"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
" 그래요? 이런 날엔 쉬셔야 하는데… "
넉살좋은 표정으로 병호에게 다가오는 상욱.
상욱은 안기부에서 병호에게 붙여준 감시자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집에서 나갈 때나, 집으로 돌아갈 때,
심지어 안기부에서 일할 때 조차도 그와 함께여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유난히도 병호의 표정을 보고
그의 생각을 곧잘 읽어내곤 했고, 오늘도 병호의 얼굴빛을 보고는
대뜸 저런 말을 날리며 병호를 차에 태우는 것이였다.
" 흠. 나도 쉬고는 싶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걸 알잖아. "
" 에이, 알고 있어요. 아, 그럼 출발합니다. "
병호와 상욱이 탄 검은빛 커다란 차가 출발했다.
병호는 차 안에서 상욱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가벼운 한숨과 함께 다시 창문쪽으로 고갤 돌렸다.
… 어쩌면, 아주 어쩌면 오늘로 마지막인건가.
그동안 정이 많이들었는데,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쉽군.
" 임주임님. 오늘 정말 수미씨랑 약속있어요?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하고 계세요? "
" 음… 그냥. 오늘 수미씨가 먼 곳으로 떠나거든. 비행기타고. "
" 그래요? 멀리간다라… 그럼 공항엔 배웅 안가셔도 될려나?
어때요? 아직 비행기 출발시간 조금 남지 않았어요?
정부쪽에 허락은 내가 맡아놓을테니 가볼래요? "
상욱의 말에 병호는 순간 귀가 솔깃해졌다.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평소엔 정부쪽에 허락을 맡지 않는 이상
그 쪽에서 정해준 거리 이외 더 먼곳으로는 나갈 수 없었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 정말 … 갈 수 있는건가. "
" 나를 뭘로보고 그런 소릴 해요.
연인께서 비행기타고 멀리 가신다는데 배웅정도는 해야죠. "
상욱의 말에 병호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욱은 바뀐 신호등을 바라보며 급히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넉살좋은 말투로 말하길-
"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빠른 속력으로 안기부로 갑니다.
아, 가자마자 공항 갈 준비하시라구요. 알겠죠? "
" …… "
상욱에 말에 무언으로 답하는 병호.
그러나 그 무언은 분명 긍정의 뜻을 답하는 것이리라.
상욱은 그런 병호의 심정을 알아챈 듯, 급히 핸들을 꺾으며
조금씩 속력을 높여가고 있었다.
* * *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안기부.
병호는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듯,
아까전부터 계속 창밖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병호의 어깨를 치는 누군가의 손.
" 임주임님. 가요. "
" 응? 아, 상욱이구나. "
" 공항가자구요. 몇 시 비행기에요? "
병호는 상욱의 말에 대답이라도 할 마냥 손목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손목시계는 이미 멈춰버린 듯 이상한 시간을 가르키고 있었고,
결국 병호는 벽에 걸린 벽시계를 보며 상욱에게 답했다.
"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2시간 남았군. "
" 2시간이면 충분해요. 얼른 나가자구요. 이러다가 수미씨 놓쳐요. "
" 뭐 어차피 며칠 후면 볼텐데. "
" 그래도 떠나는 연인을 그렇게 보내면 안되죠.
얼른 나와요, 임주임님. 공항가자니까요. "
결국 상욱의 손에 이끌린 병호는 차에 올라탈 수 밖에 없었고,
공항으로 가는 내내 상욱은 뭐가 그리 좋은지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결국 그런 상욱의 수다에 또다시 편두통이 발생한 병호는
한손을 휙휙 저으며 상욱의 말을 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 응? 왜 그래요, 임주임님. 또 머리아픈거에요?
그러길래 며칠 전부터 병원가라고 말했잖아요. "
" 알았으면 좀 조용히 하라구. "
" 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조금있음 공항인걸요. 준비하세요. "
도대체 뭘 준비하라는 건지.
병호는 상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초리로 바라보고는
그저 아무런 말 없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후 상욱이 예고했던 시간, 즉 아주 잠시 후 차는 공항에 들어섰고
병호는 차를 주차시키기 위해 공항안을 맴도는 상욱은 내버려 둔 채로
혼자서 공항 안으로 들어가 수미를 찾기 위해 고개를 휘저었다.
" 어머, 병호씨~ "
그러나 그녀를 찾기위한 병호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듯,
저 멀리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수미.
병호는 길고 검은 생머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그녀를 보며
오늘따라 유난히 청아하다는 생각이 한발 먼저 찾아오고 있었다.
" 어떻게 나왔어요? 설마 몰래 빠져나온건 아니죠? "
" 아니. 정상적으로 나왔으니까 걱정은 하지 말라구. "
어느덧 병호의 앞까지 쪼로로 달려와서는 웃으며 말하는 수미.
병호는 그런 수미를 바라보며 여느때와 다름없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어찌보면 퉁명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수미는 그런 병호의 말투엔 익숙하다는 듯이,
계속 방글방글 웃으며 병호에게 말하고 있었다.
" 근데 왜 상욱씨는 안보여요? 원래 상욱씨도 있어야 하잖아. "
" 주차 때문에 차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을꺼야. "
" 그래요? 아, 저기 오네. 주차했나봐요. "
수미의 눈길이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러나 병호는 수미의 눈길을 따라가지 않고,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아름다운 연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수미역시 그런 병호의 눈길을 눈치 챈 듯,
다시 시선을 병호에게 돌리며 나직이 속삭였다.
" 내일… 올거죠? "
" 갈 수는 있겠지만 만나지는 못해. "
" 그럼 결국 정해진 날에 보자는 거군요. "
" 그게 안전하니까. "
시끌시끌한 공항에서 두 사람은 너무나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비록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 한쌍의 커플이 헤어지기 전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목숨과도 직결된 대화였다.
그런 대화를 누군가가 듣게 된다는 건 그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소리와 같은 소리.
그 때문인지 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
" 알았어요. 그럼 그 때 봐요. "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눈웃음을 비쳐주며
수미는 병호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아마 그녀는 상욱이 이미 저 멀리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최대한 연인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런 듯 싶었다.
" 이게 뭐- "
" 과업. 우리 최대한 연인으로 보여야한다는 거 잊으셨어요? "
" 그건 그렇지만… "
그러나 병호의 말은 수미의 미소에 의해 저지당했고,
수미는 병호의 목을 조금더 잡아당겨 자신과 가깝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너무나 조용하고, 너무나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길.
" 일주일 후, 비둘기가 거니는 곳. 맞죠? "
" …… "
수미의 말에 다시 한번 무언의 표현을 보여주는 병호.
그러나 수미는 그걸로도 충분하다는 듯,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주며
병호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자신에게로 잡아당겼다.
그러더니만 병호의 입에 가볍게 자신의 입을 맞추는 수미.
" 그럼 조금 나중에 봐요. 그리고… 우리 말이죠. "
수미의 돌발적인 행동때문일까.
병호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며 수미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아까전부터 아파온 머리가 더욱 더 아파지는 느낌때문에
그녀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병호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수미는 계속해서
웃고만 있었고, 결국 병호는 작은 목소리로 수미에게 얘기했다.
" 수미씨… "
" 잠깐만요. 그냥 말하지 말고 있어봐요.
우리… 잠시동안 서로 잊고 있으면 안될까요?
그리고는 다시 만나서 내가 병호씨 안아주는 그 때, 그 시각부터
우리 다시 사랑이란 거 시작하기로 약속할래요? "
수미의 말에 병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추스르며
두어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수미는 밝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미소를 내비치며
병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고는 중얼거렸다.
" 이제 우리 약속한거에요. 알았죠? "
" 그래. 약속… "
" 그럼 나중에 봐요. 굿바이~ "
애써 밝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을 하며 공항 팜플렛으로 달려가는 수미.
병호는 그런 수미의 뒷모습을 보며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저 여전히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꾸욱 누를 뿐.
그 때, 뒤에서 상욱이 다가와 병호에게 말을 걸었다.
" 이봐요, 임주임님. 정말 괜찮긴 한거에요? "
" 응. "
" 수미씨 만나면 두통 좀 덜해질까 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나봐요. 하하. 이거 조금 미안하네. "
웃는 낯에 침 못뱉는 다는 말이 이래서 생긴 것일까.
병호는 상욱에게 애써 웃음짓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 아니, 괜찮아. 그럼 이만 가자구. "
" 알았어요, 임주임님. "
* * *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비행기 안.
수미는 그 안에서 불안한 듯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으며
가만히 앉아있는 중이었다.
손에는 리우데자네이루라고 쓰여있는 티켓을 꽈악 쥔채로.
" 흐응… "
안내방송이 끝나자 비행기는 약간의 소음과 함께 하늘로 떠올랐다.
수미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눈을 감고는 편안히
의자안으로 파고들어 가만히 몸을 진정시켰다.
… 조금만 기다리자.
조금만 기다리면 그 사람도, 나도 전부 무사하게 되는거다.
진정하자, 진정해. 괜히 초조해해봤자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허공이야. 그래, 여기서만은 안전하겠지… 제발 진정하자, 윤수미.
한창 여러가지 생각들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고 있을때,
누군가가 수미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 May I help you?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 No, thank. [아니요, 괜찮아요.] "
그 소리에 고갤 돌린 수미가 가볍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애써 창밖을 바라보고는 아래에 보이는 흰구름들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현재 이 곳은 허공. 지상이 아닌 이상 수미는 안전했다.
* * *
다음 날, 이른 새벽.
어제와 다름없이 똑같은 꿈을 꾼 병호는 소스라치는 소름들과
차가운 식은땀과 함께 잠에서 깨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거친숨소리를 진정시키던 병호는
문득 오늘 비행기 시간이 생각난 듯, 급히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정말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려있는 겉옷을 집어드는 병호.
그러더니만 그 옷을 대충 걸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밖엔 여느때와 다름없이 상욱의 차가 서 있었다.
" 으음? 임주임님? 오늘은 일찍이네요. "
" 응. 빨리 좀 안기부로 가자구. "
"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오늘따라 왜 그러세요? "
" 조금 급한 일이 있어. 어서 가자. "
상욱은 영문도 모른채 병호의 말대로 급히 차를 운전했다.
병호는 안기부에 도착하자마자 어디론가 향했고,
상욱은 그런 병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병호가 안기부에 들어가자마자 도착한 곳은 1급기밀 자료실.
병호는 그 곳에서 꽤나 많은 양의 자료들을 여기저기서 긁어모으더니
며칠 전 누군가가 선물한 성경책 케이스를 열어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 때, 누군가가 기밀자료실 안측에서 스윽 나와 병호를 바라보았다.
" 아, 임주임인가? 누군가 했군. "
순간 병호의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싸늘한 식은땀 한 줄기.
아무래도 이 곳에서 자신을 본 사람이라면 후에 일이 커질 터.
병호는 순간 저 사람의 입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 왜그래, 임주임. 어디 아픈가? "
" 아, 아닙니다. "
어느덧 병호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의 안부를 묻는 그 남자.
그러나 그에 따른 병호의 부정때문인지 그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다시 뒤로 돌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는 하루종일 이곳에서 쳐박혀 살다시피하는 사람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나가지 않는다 해도 이상할 건 없는 터.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게 붉은 빛 혈흔이 병호의 볼에 남았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붉게 물드는 병호의 성경책 케이스.
병호는 비명한번 없이 쓰러진 그 사람을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벽돌을 빼고는 다시 그 안에
1급기밀 자료 문서들을 가득 채워넣었다.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급히 그 곳을 빠져나오는 병호.
" 임주임님! 또 어디 가시게요? "
" 아니, 그냥… 상욱아. 오랫만에 식사나 하지 않을래? "
" 식사요? 좋지요. 그럼 가자구요. "
" 나도 같이 가자구. 이봐, 두 사람만 먹으러 가는 건 아니겠지? "
누군가가 상욱과 병호사이에 쑥 들어와서 말하자,
병호는 고갤 돌려 느닷없이 끼어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 사람은 현재 같은 안기부에서 근무중인 상사였다.
병호는 그에게 애써 미소를 보여주며 긍정의 대답을 하고는
상욱의 귀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속삭였다.
" 상욱아. 잠깐 정동진 좀 내려가주겠냐. "
" 네? 거긴 왜요? "
" 거기서 기념품 하나만 사다줘라.
수미씨 돌아오면 선물로 줘야하거든. 알겠지? "
" 에이, 알겠어요. 그럼 전 먼저 갈께요. 식사잘해요. "
병호가 상사와 함께 있겠지라고 판단한 상욱은 의외로 쉽게 답을 내주었다.
상사와 식사를 한다는 뜻은 자신이 굳이 감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상욱은 급히 내려와 차를 몰고 정동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욱이 한창 정동진에 향하고 있는 시각.
병호는 상사와 함께 식사를 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 흐음. 여기 음식맛이 참 괜찮지? "
" 그렇네요. "
" 근데 임주임. 자네 오늘 꽤나 부산해보이는구만. 무슨 일 있는건가? "
" 별일… 없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
" 마음대로 하게. "
상사에게 허락의 말을 들은 병호는 급히 화장실로 들어와
나갈 길을 찾는 듯 여기저길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조그마한 창문 뿐.
여차저차하면 빠져나갈 수는 있겠다만 여긴 2층이었다.
괜히 섣부른 판단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 …… "
아무런 말 없이 창문가까이로 걸어가 다시 고갤 두리번 거리는 병호.
그러더니만 창문문을 활짝 제끼고는 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배수구관을 따라서 천천히 내려왔다.
바닥으로 내려온 그는 급히 상사의 차를 찾았다.
아까 식당에 올 때, 운전이 미숙한 상사 대신 자신이 운전을 했기 때문에
그에겐 미처 돌려주지 못한 상사의 차열쇠가 있었다.
병호는 급히 차키를 문에 있는 열쇠구멍에 끼어넣어
차문을 열고는 차안에 순식간에 올라탔다.
그리고 잠시 후. 병호가 탄 차는 이 곳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 * *
병호가 식당으로 다시 나오지 않아서 일까.
식당안에 있던 상사는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걸 감출 수 없었고,
결국 그는 직접 화장실로 들어가 이리저리 고갤 돌려보았다.
그러나 어느곳에도 병호는 없었고, 다만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실바람이 자신을 맞아줄 뿐이었다.
그제서야 병호가 도망갔음을 눈치챈 상사.
그는 급히 밖으로 나가 전화로 정부측에 연락했다.
" 이, 임병호! 그 녀석이 탈출했어!! 어서!! "
[뭐, 뭐라구?]
" 임병호 그 자식이 여길 탈출했다고! 빨리 애들 풀어!! "
그러나 그들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리라.
그를 찾아서 다시 이 곳으로 돌려놓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 * *
병호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성경책 케이스와 미리준비된 커다란 가방을
한손에 꽈악 쥐고는 공항 팜플렛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작은 메모지를 바닥에 툭 떨어트린 후 비행기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스튜디어스의 안내방송이 비행기안을 가득 메웠으나
병호의 귀는 이미 그런 쪽엔 관심이 가지 않았다.
" 이 비행기는 브라질의 리우데자이네루로… "
어찌보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병호에게는 무척이나 긴시간으로 느껴지던
안내방송시간이 끝나자 드디어 비행기가 출항했다.
병호는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는 듯,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곤 스르륵 눈을 감았다.
분명 몇시간 후면 자신은 듣도보도 못한 나라에 가 있을 것이다.
대신에 자신이 지금까지 머물렀던 두 곳, 한반도 어느곳에도 발을 붙이진 못하겠지.
그것이 비록 남한이 되든 북한이 되었든 말이야…
괜시리 감상적으로 변해서일까.
병호는 두어번 고갤 휘젓고는 다시한번 잠에 빠지려 노력했다.
여섯일이 지난 후, 리우데자이네루의 큰 공원.
수미는 그 곳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카페에서 향기좋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가 입은 하얀색 원피스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병호는 검은색 조그마한 가방과 함께 이 공원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며칠 전 공항에 떨어트렸던 메모를 기억하며
이리저리 고갤 저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병호는 그들에게 1급기밀정보를 이 곳에서 전해주기로 했었다.
수미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남한이 아닌 이곳에서 전해주기로 한것이다.
그 때문에 병호는 이 곳에서 그들을 만나기로 한 것이였고,
지금 그가 들고있는 검은 가방은 정보가 담겨있는 가방이었다.
그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병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병호는 햇살때문에 눈을 조금 찌푸리고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이
수미라는 것을 알아채자 환한 미소를 비쳐주며 그녀에게로 달려나갔다.
뭐라고 소릴 지르고 있었지만 너무 멀기 때문일까.
수미의 소리는 병호에게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승용차 한대.
갑자기 승용차 뒤에서 꽤나 커보이는 기관총 하나가 쑥하고 튀어나왔다.
타다다다다-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병호의 몸이 이리저리 뒤흔들렸다.
그리곤 차가운 땅을 붉은 빛으로 적시는 그의 혈액.
승용차에서 나온 누군가는 그런 병호의 시체는 신경쓰지도 않고,
그저 그의 옆에 있는 검은빛 가방을 들고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또 다시 승용차 뒤에서 작은 권총의 총구가 삐져나왔다.
탕- 하는 단말마 같은 소리와 함께 수미의 이마에서 한줄기 혈액이
또로록 굴러떨어져 그녀의 하얀색 원피스에 물들었다.
잠시 후.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지듯 그대로 쓰러지는 수미.
그들 사이엔 지금의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 마냥
깨져버린 유리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치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는 커다란 은하수 처럼.
… 수미와 병호의 눈이 머무른 깨어진 유리조각에선 향기가 나고 있었다.
비릿한 혈향이 아닌 두 사람의 그리움의 향기가.
그 향기는 어느덧 그들의 가슴속으로 가만히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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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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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미르★] ※ 유리향기 (부제: et cetera)
푸른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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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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