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사람이 떠났다.
'생자필멸'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뭔가 가슴이 저릿해 지고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이 우리들 곁을 떠났다.
2024년 7월 15일.
향년 82세였다.
그는 부산 출신이었다.
국민들이 그의 이름을 알기 까지 매우 오랜 세월 동안 그는 무명으로 활동했다.
곤고하고 핍진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종국엔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더불어 대한민국 트로트의 4대 천왕으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8090 시대에 그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찰지고 구수한 그만의 창법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감동했다.
숨가빴던 고도 산업화와 민주화 투쟁 시대에 그의 간드러지는 노랫장단은 국민들의 시름을 녹여 없앴다.
그리고 우리 민족 고유의 서정과 감수성으로 그는 한 시대를 멋지게 풍미했다.
그의 히트곡은 셀 수 없이 많았으나 대표곡은 역시 '봉선화 연정'이었다.
그 밖에도 주옥같은 노래들이 즐비했다.
'아미새',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청춘을 돌려다오', '보고싶은 여인', '남자의 눈물', '사랑의 이름표',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등 다 기술할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언제나 푸근했고 다감했던 남자였다.
오다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격의 없이 막걸리를 대작해 줄 것 같은, 그러면서 무시로 따뜻하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었던 동네 형님 같은 가수였다.
그는 꾸밈이 없었고 늘 진솔했다.
그랬던 귀인이 홀연이 떠났다.
세월이 간다.
총알보다 더 빠르게 세월이 간다.
번갯불 같다.
누구에게나 생의 마지막 무대는 찾아온다.
삶과 죽음의 무대에 예외란 있을 수 없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외딴 길이다.
그때 신에게 최후를 준비할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애원하지 말자.
그것 조차도 교만이고 욕심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성숙한 인간이라면 이점을 꼭 잊지 말자.
또한 절대로 "나중에"란 단어를 쓰지 말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하고,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당장 하자.
기왕 할 바엔 대충 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
그게 최선의 삶이다.
이것 말고 우리네 인생에 또 다른 대안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한국은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다.
대부분 한두 달이나 서너 달도 안 되는 시간에 병석에 누워 생을 마감한다.
치료를 안 할 순 없지만 너무 과도하게 의술에 매달리지 말고 차분하게 죽음을 준비하자.
그것이 현명함이고 지혜라고 믿는다.
잘 사는 방법은 수만 가지겠지만 잘 죽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지막을 슬기롭게 준비하는 것이다.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기도하자.
그리고 마음 속으로 단디 예비하자.
허락 받은 오늘이다.
이 하루가 신이 주신 최고의 은총이며 내게 임한 기적의 전부임을 잊지 말자.
늘 고마웠고 사랑했던 한 사람.
그 분의 명복을 빈다.
하늘에서도 다감하고 구수한 당신만의 노래로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해 주시길 기도한다.
"형님 덕분에 매양 감사했습니다.
병마 없는 세상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현철 형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