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맑은 새벽 향기롭고 따사한 백매白梅 간송미술관을 가다
봄볕이 향기롭고 따사하다
매화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따사로운 봄볕에 미소를 짓는다
향기를 뽐낸다
봄맞중을 대구 수성구 간송 미술관으로 갔다
알송회 회원 25명 참 멋있는 봄 나들이 었다
김홍도의 백매를 만나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모든 작품들을 실사로 관찰할수있다는 귀한 경험,,,
꽤 오랜시간 작품을 뚫러져라 보고온 것 같다
가치가 있는 작품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엄청난 힘이 있다
김홍도, <백매白梅>
대구간송미술관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은 겨울날 멀리 팔공산의 위엄을 보며 간송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다소 심심한 외관이었으나 전시실에 들어서자 이 미술관이 작품들을 애정하고,
귀히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품 감상을 위해 찾은 곳이지만 마치 이층 양옥에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는 친구집에
방문했을 때처럼 묘한 부러움이 올라왔다.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고 소중한 자료들임은 분명하지만
그 작품을 대하는 전시기획자의, 미술관 기획자의,
이곳의 주체라면 주체인 그 어떤 이의 작품에 대한 사랑이 흠뻑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앙부에 도자들이 자리 잡고 서 있고,
벽면을 둘러 회화 작품들과 글씨들이 있는 제1전시실은 말할 것도 없이
<백매>가 전시된 제2 전시실에서는 그 감정이 훅 더 올라왔다.
부러움에서 더 나가 시기나 질시쯤 되는 곳이었다.
<백매> 작품이 좋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전시공간을 마련해서 조명으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준 다면
이곳에 무엇이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대단한 작품처럼 보이지 않겠냐며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못난 마음이 올라왔다.
작품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을 때였다.
그러다가 제시題詩를 보곤 호흡이 멈췄다.
이 문장을 만나기 위해 내가 오늘 간송미술관에 왔구나, 생각되던 지점이다.
독립눈한청효시獨立漱寒淸曉時 추위에 떨며 홀로 서다,
춥고 맑은 새벽에 홀로 서있네
이제 오시었네요.
이제사 오시었네요.
오래 기다렸습니다.
반갑습니다.
누가 강변의 매화 소식 더디다고 말하는가
푸른 대나무 안으로 늘어진 가지 보이는데
성긴 그림자 은은한 향기 번지는 곳 찾으니 춥고 맑은 새벽에 홀로 서 있네
누가 강변의 매화 소식 더다다고 말하는가 誰道江梅驛信遲수도강매역신지
푸른 대나무 안으로늘어진 가지 보이는데 碧琅玕裏見橫枝벽랑간리견횡지
성긴 그림자 은은한 향기 번지는 곳 찾으니 爲尋潄影暗香處위심수영암향처
춥고 맑은 새벽에 홀로 서있네 獨立嫩寒淸曉時독립눈한청효시
전시관에 있던 작품 설명에서도 '맑은 새벽'이라고 풀이되어 있고,
검색해 본 모든 곳에서 淸曉를 맑은 새벽이라고 일률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淸자의 대표음뜻이 '맑다 청'이기도 하고,
시구의 풀이이므로 설명을 배제하고 짧게 풀이하다 보니 그러하겠지만
나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새벽인데, 깜깜한 새벽이 아니라 푸른빛이 도는 새벽이다.
빛의 색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새벽빛으로 사물의 분간이 가능한 시간임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에 홀로 서있는 누군가가 있음을 형체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추위에 떨며'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맑다는 것이 물이 티 없이 맑은 상태를 도드라지게 하는 표현이므로,
나라면 푸른 새벽이라고 고칠 것 같다.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또 하나, 작품설명에 중국문인 유영의 매'梅'라는 시의 일부를 인용하여
제시題詩로 붙였는데, 원문에는 嫩(어릴 눈)인데 漱(양치질할 수)로 바꾸어 쓴 것은
'아마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매화의 모습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추측된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내가 볼 때는, 단순 오자誤字라고 본다. 수한漱寒이라고 사용된 용례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 근거가 없다면 굳이 저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실수로 보인다면 실수인 것 같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선명하고 정직하게 느껴져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격상시키거나 애써 덮으려 하지 않으면 좋겠다. 아.. 물론, 나 역시도 논리적이고 학문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므로
나중에라도 이 글의 무지함과 무식함이 드러난다면 참 부끄럽겠지만,
공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겠다.
눈한嫩寒은 '어릴 눈, 찰 한'자를 써서 으슬으슬 추운 정도를 표현한다. 눈嫩은 연약하다, 미숙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혹한기가 지나고 봄이 오기 직전의 추운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봄이 온 것 같아서 서둘러 나가 본 것이다.
어디서 매화향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울이 지났을 테고, 추위도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매화향을 듣고 서둘러 나온 것이다.
매화 소식에 대한 반가움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읽는다.
추위에 떨며 홀로 서 있는 것은 절개나 지조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반가움이다.
매화가 와서 반가운 것이다. 오래 기다렸을 것이다.
겨울이 갈 때쯤, 봄이 오기 직전에 맞이하게 되는 매화.
글쎄, 매화나무 자체가, 매화꽃 자체가 추위에 홀로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마 이것이 중론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의 나는,
기다리던, 만나고 싶었던, 오래 기다린, 기다렸던, 당신을 만나 반갑다고,
심히 반갑다고, 그래서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에,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 속에,
홀로 나와, 어깨를 떨며, 당신 앞에 섰다고, 오래 기다렸다고, 왜 이제 오셨냐고,
추위와 어둠을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와 주시어 감사하다고,
이제라도 와 주시어 감사하다고, 봄이 되면 서둘러 떠나시겠지만,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한시도 당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백매에게, 백매에게, 백매를 보고, 저 백매에게 말하며 섰다.
당신이 오신 듯하여 어둠 가시려는 푸른 새벽 서둘러 나와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 속에 섰습니다.
북두성는 기울고 하늘은 아직 지지 않았는데
뱃길의 밤은 이미 깊었구나
멀지 않은 곳에 마음이 있음을 아는 건
바람결에 들려오는 다듬이질 소리 때문이네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감상할 수있는 3방
훈민정음은 28자로써 천지인의 모양과 발음 기관을 사용해만들었다
한자를 모르는 민생을 위해 만든 문자체계 훈민정음을 창조한 세종의 애민정신을 예술적,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대구시민의 복입니다
서울과 대구에서 천년의 이야기를 속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