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월) 27킬로
생장과 산티아고의 중간이 떼라디요스라고 한다. 순례길의 중간지점. 반을 왔다는 이야기지만 가야할 길이 반이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침에 숙소에서 빵과 바나나로 식사를 하고 7시 까리온을 출발하여 떼라디요스에 도착할 때까지 쭉 뻗은 곧은 길, 걷고 걸어도 제자리에서 걷는 느낌의 메세타 평원을 또 걸었다.
세상의 어버이들을 위한 위한 묵주기도 두 꾸러미를 바치고 길옆 산속에서 호젓하게 미사를 봉헌하며 지인들과 기도를 부탁하신 분들을 기억하며 주님의 자비를 청했다.
17킬로를 걷고서야 첫동네를 만나고 23킬로 지점에서 성당을 만나고 지친 발걸음을 재촉하며 27킬로를 다 걷고서야 동네 초입의 숙소에 도착했다. 씻고 빨래하고 저녁식사 후에 동네에 있는 산 베드로 성당을 방문했다.
생장에서 시작한 여정이 반을 넘어섰다. 명재형 덕분에 즐겁게 순례길을 걷는다. 배낭에 붙여온 성모 꽃마을 식구들의 기도 이야기를 매일 들려준다. 암환자들이 들려주는 기도 이야기. 갈수없지만 신부님 등에 매달려 신부님 시선과 함께 하며 감사하는 이야기들.
끝이 정해진 우리들이지만 그 끝이 언제 인지 모르는 우리들. 다만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은 남겨진 희망이 아닐까.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 가도록 걸어가는 길.
하루종일 흥얼거린 박인희 노래 한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