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팀장급 영업 직원이 이달 초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24일 LG유플러스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직후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감감무소식이었던 A씨는 약 2개월 만에 입국했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2개월만의 자진 입국 이유는
서울 용산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경찰에 따르면 연락이 두절됐던 A씨가 자진해서 귀국한 이유 중 하나는 돈 때문이었다. 외국에서의 도피 생활이 길어지면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당초 A씨가 회삿돈을 빼돌릴 계획을 세운 것도 돈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선물옵션 투자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횡령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회사 내에서 아는 직원들에게 돈을 빌리고 다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투자에 실패한 A씨는 회삿돈으로 눈을 돌렸다. 통신회사가 다회선 개통 시 인센티브(수수료)를 지급하는 점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회선 개통은 숙박업소나 회사 등 건물 단위의 회선 계약을 말한다. A씨는 대리점주들과 공모해 가상의 고객사가 개통을 한 것처럼 속였고, 허위 매출 발생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LG유플러스가 A씨의 의심스러운 행각을 인지한 건 지난 3월 초다. 회사는 자체 조사 끝에 3월 24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그는 필리핀으로 도피한 뒤였다. 경찰은 연락이 두절된 A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했다.
인천공항서 체포 후 구속…지난 10일 검찰 송치
[중앙포토]
이달 초 공항으로부터 A씨가 입국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를 통보받은 경찰은 이미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인천공항에서 집행했다. 경찰은 용산경찰서로 A씨를 연행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자술서를 작성하는 등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말했으며 조사에도 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체포부터 송치와 수사 종결까지 10일이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대리점주들과 사이가 벌어지면서 혼자서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까 봐 우려한 것도 입국을 결정한 요인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양측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와 대리점주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는 하지만, 조사 내용과 회사 감사실 자료 등을 종합하면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액은 사건 발생 당시 80억원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정상 계약과 허위 계약이 섞인 액수로, 실제 피해액은 그보다 적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금액은 알려줄 수 없으나, 수십억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범죄를 공모한 혐의를 받는 대리점주 2명에 대해서는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기업 횡령 직원들 기소·송치…법원 판단은
오스템임플란트(2215억), 우리은행(614억), 계양전기(246억), 클리오(19억), 아모레퍼시픽(30억) 등 굴지의 기업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사건의 피의자들이 잇따라 구속 송치·기소됨에 따라 직장인들의 간 큰 횡령 사건의 최종 결론은 법원에 넘겨졌다. 지난 10일에는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된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와 공범인 친동생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오는 29일에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의 결심 공판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