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현의
인생은 순탄할리가 없다
Written by 에덴
Start. 09년 01월 21일
"결국 허락을 받아내는구나, 너."
"내가 누군데-"
내 방으로 따라 들어온 누나가 뭔가 좀 묘한 표정을 띈 얼굴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 좀 짱이지 않아? 키득. 공부를 하겠다는 내 말에도 제법 떨어진 거리 때문에 못마땅해하시던 부모님을 설득해 결국 전학 허락을 받아냈다. 뭐, 내 설득도 있었지만, 명문이라는 하명사립고의 간판과 그 학교 이사장 아들과 '제법 친한 사이'라 전학 수속이 쉬울 거라는 말에 혹하셨다.
"애들한테는 말 안할꺼야?"
"성산 새끼들 중 내가 전학 간다는 사실을 아는 놈은 단 한명도 없게 할꺼야."
"... 가능해?"
"누나 도움이 있다면야."
"내 도움?"
이 강이현 피신사건에는 민정호의 권력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강아원의 연기력과 높게 쌓아올린 이미지, 그리고 인맥.
누나한테 내 계획을 설명해줬다. 누나 표정이 더 묘해졌다.
"알겠지? 도와줄거지?"
"... 내가 성인이긴 해도 말야.."
"부모님이 바빠서 도저히 시간낼 수 없다고 하면 되잖아. 두분 다 회사 다니시니까 변명은 통해."
"엄마한테 전화가면?"
"일단 엄마한테는 말해 둘 생각이야. 누나가 우리 담임한테 볼 일이 있기도 해서 대신 가고 싶어 한다고."
"내가 고등학교 때 모든 선생님들에게 아양 떨긴 했지만 말야. 이제 와서 또 그짓을 하고 싶진 않은데."
"당신 연기력을 썩힐 참이야?"
"근데 좀.. 귀찮아."
쳇. 좀 순순히 도와주면 안되냐.
"... 뭘 원해, 인간아.."
"네 게임판타지 소설 컬렉션 중 한 시리즈. 완결난거 아니면 안받는다."
"대학생씩이나 되서 동생이 피흘리며 모은 컬렉션을 빼가고 싶냐!"
"응."
"... 씨... 꼭 줘야 되는 거야?"
"뻔뻔하긴.. 도움을 요청하면서 말야. 그럼 좀 봐줄게. 평생 무료 대출권."
"씨발. 불공평해."
"... 안해."
"아!!! .... 3개월."
"... 3년."
"단위가 다르잖아, 단위가.. 그럼 6개월. 자그마치 반년이야, 반년."
"흥. 반년가지고는 성이 안차. 일년. 그 이하는 죽어도 안돼."
눈물 난다.. 강아원, 저 인간이 책을 막 다루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 돈 모아 산 책을 공짜로 읽게 해주기는 정말 싫어.
"그럼 필요할 때 콜해- 이 누님은 당분간 프리하시단다."
"소설이나 써라, 마녀."
"사흘 전에 마감 끝냈어, 바보야. 내가 네 복부에 커다란 멍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지, 아마-?"
"응, 알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 복부를 향하고 있는 그 잘 쥐어진 주먹은 좀 펴줄래."
웃고 있는데 사람을 쫄게 만드는 저 능력. 누나 남자친구는 대체 얼마나 용감하길래 저 지옥의 여제랑 사귀는걸까.. 아니지, 누나의 이런 모습을 늘 대하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뭐.. 누나 남친은.. 아직..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속이고 사귀는 건가!!
핸드폰에서 민정호의 번호를 찾았다. 이제 준비는 끝났으니까 시작해야지- 제발, 제발 성공으로 끝나라-
"갑자기 결정되었다니 놀랐다. 그것도 네 입이나 부모님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하명고 측에서 네 전학 문제로 연락와서 더더욱."
"죄송해요, 선생님. 말해 드릴 틈이 없었어요."
"으구. 머리는 좋으면서 공부엔 조금의 관심도 없더니.. 하명고에 특수학생으로 편입되는 거라며?"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에요. 근데 선생님, 전학 수속 때문에 부모님이 학교에 오셔야하죠?"
"그래. 그냥 서류 받아가시면 돼. 그쪽에서 복잡한 절차들은 자신들이 처리하겠다고 해서 말야. 이현이 너희 집, 하명 이사장 측이랑 연이라도 맺게 된거니? 응? 후후."
은근 날카로우시네.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쌤.. 저희 부모님이 요즘 굉장히 바쁘시거든요.."
"학교 잠깐 들리실 시간도 없으셔?"
"저희 아버지가 거래처랑 문제가 좀 생겼다고 하셔서 요즘 집에도 잘 못들어시거든요."
무슨 소리. 우리 아버지는 사장이라는 지위 덕에 칼퇴근은 물론 귀찮을 때는 아예 안나가신다. 그래도 능력은 있으신지 돈은 제법 벌어오시지만. 바쁠 때는 바쁘셔도 요즘은 여유롭게 10시에 나갔다가 외식 안하는 날이면 저녁 먹기 전에 들어오신다.
"엄마도 이번 주에 이리저리 약속이 많으셔서 힘드실 것 같데요. 회사랑 학교랑 어느 정도 거리도 있어서 오가기 힘드시구요."
엄마가 친구가 많아서 약속이 이리저리 잡혀있는건 사실이지만 설마 학교 한번 못들리겠어-
"그래서요, 선생님. 저희 누나 아시죠? 강아원."
"아원이-? 그럼 잘 알지! 우리 학교 자랑이잖니. 내가 말했던가? 아원이 3학년 때 영어 선생님이 나였다고."
네, 저희 누나는 영어를 너무 싫어한 나머지 영어 담당인 선생님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만, '선생님한테 잘보이면 이점이 따른다'라는 모토로 극복해내었죠.
"아원이 책은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사 읽을 정도 거든- 걔는 어쩜 그렇게 머리도 좋고 글도 잘 쓴다니-"
"어렸을 때부터 글쓰는 거 좋아했어요. 꿈을 이룬거죠, 뭐. 하여튼 누나가 대신 오면 안되냐고 묻던데 괜찮을까요, 선생님?"
"아원이가?"
"네. 오랜만에 학교 선생님들도 뵙고 싶다면서요."
키득. 선생님 표정이 제법 괜찮다. 분명 이건... 성공이다.
"참, 선생님. 제가 전학 간다는 건 비밀로 해주세요. 애들 좀 놀래킬 생각이거든요."
"이현이, 네가?"
"네. 재밌잖아요-"
"그래, 알겠어. 대신 애들보고 오늘 대청소니까 도망가지 말라고 못박아주렴."
"제가요?"
"이현이 네 말은 잘듣잖아, 우리 반 애들."
"하아- 네."
잘 듣나, 그 녀석들이?
좀 날리는 '미친개'라지만, 반 애들이랑 사이가 멀다거나 걔들이 나한테 쫀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다른 애들 공부할 때 싸움을 해버리는 바람에 좀 유명해졌을 뿐, 애들이랑 내가 다른 세계 사는 사람은 아니지않는가. 같은 학년이고 같은 반인 이상 동급이다. 뭐, 학기 초에 같은 반이 된 나를 보고 좀 움찔거리던 녀석들 반응은 무시하고, 그냥 평범하게 굴고 평범하게 대했더니 여름방학이 끝난 지금에 와서는 내 뒷통수를 후려갈길 수준으로까지 발전해버렸다. 젠장맞을 새끼들.
"강이현-"
"뭐야, 반장자식이냐."
"거칠긴- 병신됐으면서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냐? 아까 신지후가 와서 너 찾던데."
"반장이 같은 반 친구한테 '병신'이라는 단어를 내뱉어서야 쓰겠나. 내가 재교육을 시켜주마. 이리온."
"너한텐 안잡힐란다!"
"너가 우리 반 반장이라는 사실이 쪽팔려."
무진장 쪽팔리게 뛰어가는 녀석. 언젠가 학기 초에 친해질겸 축구를 할 때, 녀석이 뛰어가던 모습을 보고 우리 반 애들은 전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외쳤다. '다신 뛰어다니지마, 씹새꺄!!!'
"하아.. 이번 주로 끝이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자. 언제든지 반장을 팰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던 주먹을 폈다.
이제 곧 저 우스꽝스러운 반장의 뛰는 폼도 못보게될테니까 참자, 강이현.
*
에덴입니다! 조금 늦었죠-? 그래도 오늘 안에 올렸ㅇ_ㅇ.... 한시간 남았네요.. 아.. 음.. 죄송^^;
반장녀석!! 아.. 저 아이.. 이제 대사 몇마디 안나왔는데도.. 이름 마저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맘에 들어버렸어요*_*
어쩔까나- 누군가랑 커플로 맺어줘버릴까> < (즉흥적)
오늘은 짧게 짧게!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리플은.. 더 감사드려요ㅜ_ㅜ♥(솔직)
사실은 조회수가 하나만 들어나도 기뻐죽겠어요ㅇ_ㅇ*
그럼 에덴은 5편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장말재밌어요ㅋㅋ다음편 기대기대~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다립니다.ㅋㅋㅋ
다음편이 얼른 나오길 기다릴게요 ♡
재미잇게 읽고가요^^ 담편두 기대할게요
꺄하하 빨리오세요 궁금해서 미치겠네 ㅋㅋ 도대체 어떻게 뛰길래 뛰지말라고 그럴까 ㅋㄷㅋㄷ 아무나 상관없지만 다공일수도 좋답니다 ㅎㅎ
ㅋㅋㅋㅋㅋ 넘 재미있네요 ㅋㅋㅋㅋㅋ 일편부터 보고 왔답니다~ 에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ㅋㅋㅋㅋㅋㅋ 재미있어요~~~~~~~~~~~~ ㅋㅋㅋㅋ
이현이 누나가 정말 대박이네요ㅋㅋㅋ저도 영어 제일 싫어하는뎅ㅋㅋ아 이번편도 재밌게 보구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