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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준의 '호된 신고식', 이창호만 살아남은 넷마블 티브로드 4-1 승리. 넷마블은 이창호만 1승 거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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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브로드,'태풍의 눈'될까? 2013 KB리그가 시작되기 전, 많은 전문가가 최강팀으로 박정환의 정관장을 꼽았고, 이어 한게임ㆍ포스코켐텍ㆍ신안천일염 등이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섣부른 예상 같지만 올해는 티브로드의 약진을 예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장 조한승을 차치하더라도 이지현-안국현-김세동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탄탄하다. 둘째, 이번에 선발 등판해 한몫을 톡톡히 한 류수항을 비롯해 외 김현찬 김성진 등 좋은 락스타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셋째, 감독 2년 차를 맞는 이상훈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용병술이 빛난다. 티브로드가 넷마블을 상대로 기분 좋은 2승을 챙겼다. 13일(토) 벌어진 2013 KB리그 1라운드 2경기에서 티브로드는 락스타 2지명 류수항과 젊은 강자 안국현의 활약에 힘입어 넷마블을 연파했다. 넷마블의 락스타 1지명으로 이 날 두번째 대국에 등판한 신민준은 안국현을 상대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올해 KB리그에서 중요한 달라진 점의 하나는 감독이 눈여겨 본 락스타 선수를 맘껏 정규리그에 쓸 수 있다는 점이다.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벽을 완전 허문 셈인데 이로 인해 각 팀 감독들이 얼마나 락스타 선수들을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마디로 올해 각 팀의 성적은 락스타 리거를 여하히 활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티브로드의 1라운드 승리는 그것이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이야기가 주식 시장에서만 통하는 말은 아닌듯 싶다. ■ 티브로드, 쾌조의 스타트 - 1국 이원영(넷마블): 류수항(티브로드) 락스타 선수들은 한둘을 빼곤 다 어리다. 바둑에서 젊고 싱싱하다는 것보다 좋은 무기는 없다. 나아가 이들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감독 입장에선 잘만 쓰면 이런 보약이 따로 없을 터 . 하지만 선수의 잠재력을 뚫어 보는 혜안이 절대 필요하다. 그 점에서 중요한 티브로드의 선봉을 락스타 류수항에게 맡긴 이상훈 감독의 안목은 칭찬할 만하다. 류수항은 늦깎이 아마 강자 출신으로 지난해 락스타리그에 처음 출전해 4승 3패라는 평범한 성적을 거두었다. 티브로드는 원래 5지명 이원도 가 그런대로 잔뼈가 굵은 선수여서 락스타의 발탁이 쉽지 않을 걸로 여겨졌으나 이상훈 감독은 모험이라 할 파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류수항은 멋지게 그 기대에 화답했다. 초반 흑을 든 이원영은 리그 고참의 관록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거칠게 신참 류수항을 몰아붙였다. 좌변 백집을 크게 내주면서 백 대마를 거칠게 잡으러 간 것이다. 경험이 없는 선수같으면 혼비백산할 상황. 하지만 아마 시절 산전수전을 다 겪은 류수항은 침착하게 대마를 살려낸 데 이어 허술한 포위망의 약점을 추궁해 거꾸로 이원영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이래서는 일찌감치 반면 승부의 양상. 하나 이원영은 이후 집요한 추격에 나섰고, 그 때문에 차이가 크게 좁혀지기도 했지만 결국 2집 반정도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돌을 거두고 말았다. 깜짝 발탁한 류수항의 활약으로 티브로드가 기분 좋게 1승을 가져갔다. ■ '호된 신고식' - 2국 신민준(넷마블): 안국현(티브로드) 신진서와 신민준은 이름도 비슷한데다가 같은 영재 입단 출신이라 항시 쌍둥이처럼 거론된다(나이는 신민준이 99년생으로 2000년생 신진서 보다 한살 위다). 재밌는 것은 재주면에선 여전히 신진서가 낫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성적은 신민준이 월등하다는 사실이다. 올해 성적을 봐도 신민준은 14승 4패(승률 78%)로 다승 5위에 올라 있지만, 신진서는 6승 5패로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진서를 더 쳐주는 눈치다. 미래가치를 현재 가치보다 높게 쳐주는 건 주식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상 면에서도 둘은 아주 대조적이다. 신진서가 날씬한 '조훈현과'라면, 신민준은 말수도 적고 노상 졸린 듯한 표정을 한 전형적인 '이창호과'로 보인다. 이날도 신민준은 저녁 내내 선배들 사이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는 듯 앉아 있었다. 대국을 앞두고 떨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모기만한 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제 신진서가 목진석을 이기고 스타가 된 사실을 어찌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실제로 안국현과의 대국이 시작됐을때 모니터에 비친 신민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초반 몇 수에서는 손의 떨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바둑이란 이러면 원래 더 잘 안되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포석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서 신민준에게서 이상감각과 좌충우돌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이 지나친 나머지 순조로운 대세점을 놓쳤고, 생각대로 안 되자 버릴 돌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시작했다. 신민준에게 더욱 안 좋은 상황은 이 날 안국현이 사람이 달라진 양 컨디션이 좋았다는 것. 한때 '대어' 소릴 들었던 안국현은 이 날 신민준을 상대로 노련한 투우사가 성난 소 다루듯 매섭게 찌르고 빠졌다.그 때마다 신민준은 피를 철철 흘리며 비틀거렸다. 최후에 안국현의 우히귀에서 수를 내고자 했으나 이조차 빈틈없는 수비에 걸려 완전 전멸. 결국 신민준은 바둑리그의 무서움을 절절히 깨달으며 돌을 던지고야 말았다(186수 흑 불계승). 1라운드 1경기에서 보여준 신진서의 스타 탄생 드라마와 비교하면 극과 극의 데뷔전이었다. ■ '팬더 곰'을 일축하다 - 3국 민상연(넷마블): 이지현(티브로드) 전날 티브로드에 두 판을 헌납했기에 넷마블로서는 뒤가 없는 한 판이었다. 이 판에서 민상연이 지면 뒤는 하나 마나다. 하지만 만약 이기면 이창호, 박영훈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이 때문에 한종진 감독과 검토실의 선수들은 대국이 시작되자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니터를 뚫어지라 보고 있었다. '팬더곰' 민상연이 제발 둔갑술을 펼쳐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는 중반에 들어서자마자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티브로드의 2지명 이지현은 'KB리그의 사나이'라 불릴 정도로 지난해 활약상이 뛰어났던 선수(13승 5패). 랭킹도 10위권을 위협하는 강자여서 36위의 민상연이 이기기란 객관적으로 버거운 일이었다. 이걸 모르는 한종진 감독이 아니었지만 어쩌랴, 이 판에 모든 기대를 걸 수밖에. 그렇더라도 이 판은 너무했다. 야속하게도 겨우 50 수를 넘기자마자 민상연의 패착이 등장하면서 집으로 해볼 수 없는 바둑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후엔 사실 둬보는 것에 불과했다. 민상연은 너무 일찍 던지기가 그랬던지 이리저리 흔들기를 시도했지만, 상대 이지현은 이미 셔터를 내린 상태. 아무리 분투해도 6집반의 덤은 천근의 무게가 되어 떨쳐낼 수가 없었다. 결국 끝내기 무렵에서 민상연이 항복 선언을 했고, 이 순간 티브로드의 3대0 승리가 확정됐다. "멘붕이야 멘붕." "못 둬도 너~~무 못 두네..." 내내 탄식을 거듭하던 한종진 감독은 이 패배로 할 말을 잊었다. 지난해 사이버오로 감독 시절, 감독 데뷔 첫판을 이렇게 당한 충격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얄궂은 현실은 한감독을 또 한 번 수렁으로 몰고 있었다. ■ 이창호의 분전, 그러나 충격적인 박영훈 패배 4국 이창호(넷마블): 조한승(티브로드) 5국 박영훈(넷마블): 이지현(티브로드) 이미 패배가 확정된 상황. 그나마 넷마블 입장에서 위안인 것은 장고대국에서 이창호 9단이 현국수 조한승을 상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이창호 9단이 이겨주면 다음은 주장 박영훈 판이니 아쉽지만 뒤의 2승을 챙기는 형태다. 같은 패배라도 3대2와 4대1은 데미지가 다르다. 참고로 이창호와 조한승의 대국은 이 판이 2008년 이후 5년 만의 대국. 둘의 전적은 2004년 이전까지는 15승 2패로 이창호 9단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가 2005년 이후는 9승 9패로 호각의 형태. 최근엔 오히려 국수 2연패에 성공한 조한승에게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등판한 이창호 9단은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 백을 들고 조한승을 요리해 나갔고 중반 들어 낙승을 거두었다. 빛바랜 승리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진가를 보여준 명국이었다(196수 이창호 불계승). 넷마블 입장에서 이창호란 존재는 단지 1승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 박영훈만 이겨 주면 그런대로"라고 한종진 감독은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던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주장 박영훈이 한 수 아래라 여겨지는 티브로드의 김세동에게 패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티브로드의 4지명 김세동은 지난해 9승 7패의 성적을 거둔 복병이지만 그래도 박영훈이 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마지막 대국 생방송 전에 검토실에 들른 유창혁 9단조차 박영훈에게 "오늘 일찍 집에 가게 해주는 거야?" 농담을 던질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팀의 패배에 박영훈의 실망이 컸던 탓일까? 아니면 김세동을 너무 얕잡아 본 때문일까. 좌변에서 김세동을 가볍게 혼내주자고 잽을 던진 것이 공연한 손찌검이었다. 순간 김세동이 최강으로 반발했고 이후는 판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박영훈이 원치 않았던 대마 수상전의 형태가 벌어졌다. 결국 수를 조여봤지만 단패도 아니고 한 수 늘어진 패.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박영훈의 대마가 속절없이 잡히는 믿기지 않는 사태가 펼쳐지고야 말았다. 불씨를 지피려는 찰나에 물을 끼얹는 듯한 박영훈의 패배. 팀의 사기를 위해 심정은 우울해도 늘 농담을 던지던 한종진 감독도 이 패배는 아팠던지 한동안 허공만 보고 있었다. 다음을 기약하고자 하는 넷마블의 소박한 희망에 짙은 먹구름이 끼는 순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박영훈을 앞으로 내보낼 걸' 후회해 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편 다음 주에는 박정환의 정관장과 김승재의 Kixx, 최철한의 SK에너지와 이세돌의 신안천일염, 두 경기가 펼쳐지는데 일단 전자는 전력상 크게 우세한 정관장의 승리가 예상된다. SK네너지와 신안천일염의 대결은 본 리거 5명만 놓고 본다면 이세돌 말고도 강유택-김정현-온소진을 보유한 신안천일염이 우세. 하지만 SK에너지는 KB리그에서 늘 제 몫 이상을 해줬던 김형우와 아마 시절 '프로 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한태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변수다. 윤현석 감독이 이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체크해 활용한다면 승부는 예측불허일 것 같다. [기사제공 ㅣ 2013KB바둑리그 운영본부] | |||
첫댓글 신구미월령인가요 ㅎㅎ 첫단추가 중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