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틀즈 노래를 나만 안다면?'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 <예스터데이>의
간략 후기입니다.
스포는 피하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분은
영화를 본 후 봐주세요.
1. 음악 영화는 최소한 본전은 합니다.
당장 생각나는 영화가...
우리나라의 <고고 70>이 있었고,
물 건너 온 <원스>,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
<위플래쉬>, <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 봐야 되는데...ㅠ)
그리고 작년의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몸서리칠 정도로 좋거나,
나빠도 아주 나쁘진 않는...
최소한 돈은 아깝지 않은 게 음악영화죠.
그런데... 이제 '비틀즈'랍니다!
팝송도 잘 모르고 '비틀즈'를 그리 즐겨듣지도 않았지만,
그런 저마저도 "이건 꼭 극장에서 봐야 해!"
다짐케한 그 '비틀즈!'
게다가 '비틀즈' 멤버와 그 가족들의 지지를 얻어
저작권도 해결했다고 하니 이건 무조건 극장가야
하는거죠.
몇 달전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에 흠뻑 젖었던 걸
생각하며 신나게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2. 그래서 영화를 본 기분이 어땠냐면...
시원하게 몸을 적시려고 옷을 홀딱 벗어던졌는데,
정작 물이 쫄쫄 흘러나와 오히려 더 헛헛해진 기분?
아무튼 전 세계적으로 정전 사고가 나고,
주인공은 자전거 사고를 당합니다.
의식을 차려보니 앞니가 날라가 있고,
이 세상에서 '비틀즈'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비틀즈'가 얼마나 위대한지 떠들어봤자
정신 병자 취급이나 받고,
대한민국의 교과서에도 실린 '예스터데이'를 불렀더니
돌아오는 반응은 '따분하다', '지겹다'도 아닌
"콜드플레이의 'Fix You'랑 비벼볼만 하겠다"이니
이 위대한 노래들을 알리고, 이참에 나도 떠야겠다 싶어
주인공이 '비틀즈'를 꿀꺽해버립니다.
이후 자신의 노래인양 '비틀즈'의 명곡들을
한곡 한곡 풀어놓는데,
첫곡이 무려 <Let It Be>입니다.
이제 시작이구나 싶어 '비틀즈'에 젖어들기 위해
팬티까지 벗어던졌건만,
주위에서 자꾸 방해하고 찔끔찔끔 부르다 말아요.
이렇게 유머 좀 치다가 나중에 감동의 선율을
폭포수처럼 쏟아붓겠지 했지만,
결국 끝까지 '비틀즈'에 시원하게 젖진 못했습니다.
다끝나고 생각하니 <Let It Be>때가 새삼 화나더군요.
엔딩 크레딧 때는 왜 또 <Yesterday>가 아닌건지.
저작권이 시원하게 해결 안된건진 몰라도 '비틀즈' 노래만 생각하면 영화 <I am Sam>이 더 좋았네요.
물론 저보다 '비틀즈'를 더 좋아하고, 잘 알고,
더 특별한 감정을 가진 분들은 더 좋았을수도 있습니다.
저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좋았거든요.
어떤 사람은 덕분에 '비틀즈'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하던데.
제가 너무 원없이 듣고 싶었나봐요...ㅠ
3. 어쨋든 이 영화는 '비틀즈'의 주크박스 무비보단
'워킹타이틀'의 로맨스 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워킹타이틀'의 영화를 보면 기분이 좋고 훈훈하죠.
영국 특유의 억양과 유머도 재미있고.
띵작 <어바웃 타임> 이후,
'워킹타이틀'의 로맨스 영화를 오랜만에 봤는데,
<노팅힐>에 <비긴 어게인>을 곁들이고,
'비틀즈'로 슴슴하게 간을 한 느낌이랄까...?
무려 <트레인스포팅>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이 감독했는데도 심심~합니다.
4. 한마디로 '비틀즈가 최고!'라는거죠.
비틀즈의 노래는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라는 건데,
이미 오랜 세월 검증받아 온 새삼스런 얘기죠.
그런데 '진짜 그럴까?'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힙합, EDM 같은 음악이 즐비한 이 시대에 비틀즈가
처음 나왔더라도 '브리티쉬 인베이션'이 가능했을까?
아마도...
애드쉬런의 인기나 BTS를 향한 10대의 전폭적 지지를
넘어서리라곤 장담못하지만
폭넓은 사랑을 받을 것 같긴 합니다.
그쪽 동네에선 밴드 음악이 원체 탄탄하니까.
그런데!
비틀즈가 없었다면 후대 가수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을 가수는 누구였을까요?
팝알못이라 예상도 못하겠네요^^;
5.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를 한다면...
비틀즈 대신 어떤 가수가 사라지는 게 좋을까?
이미자? 남진, 나훈아? 조용필? 서태지?
가장 먼저 딱 생각난 건 '이문세'였습니다.
적당해보이시나요?
6. 영화에서는 비틀즈말고도 사라진 것이 많습니다.
또다른 전설적인 밴드가 사라졌고,
주인공이 사랑하는 음료도 사라졌죠.
뭔가 그쪽 계통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들이 사라진
모양샌데(그래도 셰익스피어는 안 사라졌어요ㅎ)
왠지 남아있는 게 뻘쭘하고 분한 그런느낌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또 뭐가 사라졌을까 상상하는 것도
재미가 있는데, 제가 상상하던 것들 중 하나가
영화의 마지막에 언급되더군요^^
7. 주인공의 꿈을 유일하게 지지하는 매니저이자
오랜 여사친인 여자 주인공은
영화 <베이비 드라이브>의 그녀 '릴리 제임스'가
맡았는데,
세상에 참 이런 여자 없습니다.
물론 어정쩡한 어장관리를 하긴 했는데,
상대남도 상처 안받았으니 됐고,
아무튼 참 매력있었습니다.
애초에 왜 그녀가 그녀석을 오래도록 짝사랑했는지
이해 못 하겠는데,
둘이 끝까지 친구 사이이기만 했어도 좋았을 걸
그렇게 꼭 사랑이 피어났어야만 했냐! 싶어요.
마지막 고백은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었을 것 같은데..
혹시 이 영화보고 그 고백을 따라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비스게이입니다!
8. 아쉬운 소릴 많이 했긴 한데, 돈이 아깝진 않습니다.
적당히 기분좋고 훈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네요.
후반부의 깜짝출연도 아주 좋았구요^^b
첫댓글 개봉일에 봤는데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주인공이 관객한테 고백할때부터 결말까지 좀 아쉬웠어요
사랑고백 그건 좀 아니다 싶죠. 오히려 싫어할 것 같은데;;;
요즘 제일 좋아지는 여배우가 여주인공이고 소재가 무려 비틀즈라서 예고편부터 엄청 기대했었는데.. 영화가 너무 심심하고 소박하고 찌질했어요. 남주를 너무 루저로 만들어서 보고있으면 속터지고, 비틀즈 음악으로 성공하는 과정도 그닥 재밌지가 않았죠. 결국은 두명의 러브스토린데 그것도 식상한 클리쉐.. 러브스토리는 무슨 80년대 영화보는거 같음. 소소한 재미는 있지만 기대하면 실망하는 영화.
기대만큼은 아니었죠 확실히ㅠ
저런 생각 자주 했었는데 ,영화로 나왔네요 ,그것도 비틀즈 ,,,
네, 그것도 비틀즈!
솔직히 좀 작위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귀여운? 영화 같더군요 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비틀즈에 흠뻗 젖지 못한건 아쉬웠습니다.
말씀하신 후반부의 깜짝 출연은 그 분 얼굴 보는 순간 아닌거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울컥하더군요 ㅎㅎ
비틀즈팬들에겐 선물같은 장면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