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연꽃의 자비
출처 동아일보 :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805/126353264/2
연꽃의 자비폭염 속에 활짝 핀 붉은 연꽃. “시들기 전에 꿀 가져가렴.” 꽃잎을 열어 꿀벌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네요.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빛명상
걸뱅이 왕초 스님¹
1. 청송과 안동, 영주 일대를 돌아다니며 나눔을 펼쳤던 혜명 스님의 애칭
Ⅰ. 내가 떠나더라도 빛선생님께
공양 올리는 것 잊지 말고,
빛선생님 뵙거들랑
부처님 대하듯 하라!
주완산 백련암 주지
걸뱅이 왕초 스님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고아였던 혜명 스님은
여섯 살에 행자 생활을 시작해
열두 살에 비구니가 되었다
일흔에 임종할 때까지
육십 년의 시간을 불도를 닦았다
탁발하러 갔다와도
돌아오는 길에
청송 주왕산과 백련암 모습
부엌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담장 넘어 모두 툭 던져주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왕초 스님
사심도 욕심도 없는 마음에
모든 이가 존경해 마지않았다
Ⅱ. 스님도 일흔이 가까워
췌장암 말기에 이르자
사후의 갈 길을 방황하던 중
빛명상 책을 읽고
꿈에서 나를 만난 뒤
빛VIIT과의 인연이 되었다
빛VIIT을 받고 건강해짅 스님은
겨울 새벽 꽁꽁 언 바닥도
마다 않고 감사 예불을 올렸다
스님의 건강이 걱정되어
갈비탕을 권해 드렸더니
고심 끝에 생전 처음
고깃국을 맛보셨다
― 세상에 이런 맛도 있었습니까?
극락에서 먹는 밥맛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겁니다
헤어질 때마다 고사리, 산나물을
바리바리 싸주시던 그 마음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빛터에 모습을 드러낸
선홍빛 수련꽃 한 송이를 보며
천상의 빛향기를
고이 띄워 보내드린다
출처 : 甲辰年 그림찻방3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3
2024년 6월 22일 초판 1쇄 P. 172-17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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