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오월은 돌아왔고 스승의 날이 됐다. 신록의 계절, 오월의 한 중심에 자리잡은 스승의 날. 그러나 선생을 하는 사람들은 스승의 날이 하나도 반갑지 않다. 징그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날이 스승의 날이고, 소리소문 없이 지나가 주었으면 싶은 날이 스승의 날이다.
도대체 선생 하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겠는가? 그 무엇보다도 명예를 위해서 산다. 명예는 그냥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각고(刻苦) 노력이 있어야 하고 또 타인의 인정과 배려 속에서 자라는 것이 명예이다. 또 곱게 아름답게 지켜야만 빛이 나는 것이 명예이다. 이러한 명예가 스승의 날을 맞아 오히려 금이 가게 되고 얼룩이 생기게 된다는 것은 참 속상한 일이다.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잠자코 있다가도 스승의 날만 가까워지면 교육이 어떻다느니 교직사회가 어떻다느니 생뚱맞은 얘기를 들고 나오고, 교직사회가 부패했느니 안 했느니 따지려 들고 무언가 구린내 같은 것을 좀 맡아보자는 식으로 코를 킁킁거리며 덤빈다. 스승의 날에 선생들은 모두 지은 죄 없이도 죄인의 마음 자리에 서게 된다.
촌지가 무언지 그 말뜻도 모르는 순진한 시골 아이들에게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에 대한 훈화를 해보자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생각이지 싶다. 조회시간에 ‘큰바위 얼굴’에 대한 이야기, 파브르 선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 ‘오세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기도 하는 우리 학교 아이들.
학교 홈페이지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너무도 좋은 이야기를 들었노라고, 나도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 착한 일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하는 길고 긴 훈화 감상문을 적어 넣는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느닷없이 ‘얘들아, 너희들 선생님한테 돈 봉투 가져다주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훈화를 들려준다면 그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학교 홈페이지에 또 무어라고 써넣을 것인가.
나는 올해로 꽉 찬 교직생애 40년을 맞는다. 참 오랫동안 한 직장, 한 가지 일에 매달리며 살아 온 세월이다. 여섯 살 어린 나이로 드나들기 시작한 학교를 아직도 다니고 있다. 물론 앞부분은 배우러 다닌 학교요, 뒷부분은 돈을 벌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러 다닌 학교다.
그러나 앞으로 3년만 지나면 나도 기나긴 학교 생활 졸업하고 교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스승의 날은 과거형이 될 것이고 스승의 날마다 쭈뼛거리는 마음으로 받던 한 송이의 붉은 카네이션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가 되어도 여전히 나에게 남는 부분이 있다. 제자들이요, 제자들과의 추억이다. 이제는 함께 머리칼이 희어지고 주름살이 늘어가는 제자들. 청년교사 시절 저 임진강 가까운 학교에서 만났던 제자들.
평소에는 깍듯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다가도 술이라도 한잔 함께 취하게 되면 은근슬쩍 형님이라고 호칭을 바꾸어 불러주는 제자들. 그런 제자들이 있기에 나의 인생 후반은 쓸쓸하지도 않고 후회스럽지도 않다.
나의 제자들은 가끔 나의 회갑과 정년의 나이를 묻곤 한다. 회갑잔치와 정년 퇴임식 가운데 하나는 자기들이 꼭 맡아서 챙겨주겠다는 뜻에서다. 선생에게 있어서 제자들은 소중한 재산이요, 명예의 뿌리다. 나는 가끔 혼자서 중얼거려 본다. 교직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그리고 또 얼마나 소중한 삶의 터전이겠는가….
첫댓글 참으로 거시기하네요... 교직에 몸담고있는 친구들의 이야기하고 너무 흡사한것같아서... 오늘큰놈이 학교에 간다고 투덜투덜이다 조금늦게 등교한다기에 내가 삼정동까지태워주겠다니 그냥버스타고... 그래서 넌지시 물어봤다 오늘이 스승의날인데 무엇해드리느냐고... 어제 학급에서 일인당 오백원을걷어서 선물을...
나는 순간적으로 참으로 순진한발상이고 진정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옛날에 우리들이하던 백원의 정성이 몇백만원의 정성을 능가하던시절의 일같아서... 셈~~ 그래도 아직은 교단을보는 순진한생각과 순수함이 더많은것같으니... 오늘 스승의날에 축하를 드리며 옆지기님에게도 추카를드립니다 좋은하루 편안한하루
어린 유치원생들도 스승의 은혜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아는지..장미 꽃다발을 한아름 안겨주기도 하며 꼬불꼬불 편지를 적어 사랑한다는 말을 쓰네요..다시금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진심으로 저도 축하의 말씀드리네요..행복하시며 행운만이 가득한날 되세요
스승의 날 기억나는 선생님께 전화를 한 통 합시다. 그리고 스승의 날에 관심을 가져 주신분들께 거듭 감사를 드리옵니다. 여러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렵니다.
교직에 종사를 하시면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여깁니다..늘 수고가 많으시겠지만 .장차 인간이 되나 안되나의 교육의 근간은 셈들이 큰 작용을 합디더..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