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8시 30분부터 콜럼버스 정토회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작년 사업 보고와 올해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승인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10시에는 시애틀 정토회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중국에서 온 묘하이 스님과 점심식사를 한 후 접견실에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묘하이 스님은 작년 6월에 INEB 정토회 투어 프로그램에 참석한 후 스님과 인연이 되어 지난겨울에는 봉암사에서 동안거를 했습니다. 엊그제 동안거를 마치고 나와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동안거가 어땠는지 묘하이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묘하이 스님은 동안거에서 큰 원을 세웠다고 대답했습니다.
“봉암사 동안거는 어땠습니까?”
“정말 좋았습니다. 산속에서만 이런 좋은 법이 전해지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더 많은 대중에게 이 좋은 법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AI)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명상을 널리 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동안거를 하면서 봉암사 주지 스님에게 12월 24일을 세계명상일로 제정하는 일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동안거하는 동안 유엔에 제출할 청원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일입니다. 대승 불교적 관점에서 말하면 큰 원을 세웠다고 말할 수 있고, 선 불교적 관점에서 말하면 망상을 피웠다고 말할 수 있어요. (웃음)
제가 당신이 봉암사 선방에 들어갈 때 ‘생각을 쉬어야 합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제가 잠깐 방문했을 때 당신은 책을 보고 있었어요. 물론 선문답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책도 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제가 ‘책을 보지 말아야 합니다’ 하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망상을 계속 피운 것 같네요. 한 번은 모든 생각을 탁 내려놓은 후에 다시 세상에 필요한 일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원을 세우고 일을 해도 마음이 지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박사 출신으로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아는 것이 많다 보니 생각을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겠다 싶어요.”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참선을 최소 10년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아요. 이왕 시작한 일이니까 원을 성취하기 위해 꾸준히 해보세요. 그러나 그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치면 안 됩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면 안 돼요. 남이 볼 때 바빠 보이고 큰일을 하는 것 같지만 본인은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 저도 생각을 내려놓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선방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 젊은 사람들이 너무 없는 게 안타까워서 망상을 피웠네요.” (웃음)
“네, 항상 스님이 하시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중국으로 잘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묘하이 스님은 중국에서 출가했지만, 스위스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이 8월에 스위스를 방문할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 후 차담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후 1시에는 필리핀 JTS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오후 2시에는 필리핀 정토회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작년 사업 보고와 올해 사업계획을 함께 검토하고 승인한 후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는 병원으로 이동하여 심장 검진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돈이 없는 데도 소비를 줄이는 게 힘듭니다
“저는 40대 중반이고 프리랜서로 20년 넘게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일을 쉰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일할 때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서 적게 벌고 적게 쓰자고 마음먹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그만두고 나니까 돈이 없는데도 씀씀이를 줄이기가 힘듭니다. 돈을 적게 써야 하는 저 자신이 궁상스럽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조금 위축이 되더라고요. 당장 제가 파산되는 것도 아닌데, 저만 마이너스 인생으로 가는 것 같아서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돈이 적어도 마음의 심지를 꼿꼿하게 세워서 사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의 증상은 소비 중독 증상이에요. 소비하다가 멈춰야 하니까 마치 담배를 피우다가 끊을 때처럼 저항이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단 증상의 대처 방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살려고 담배를 안 피우나', '담배 안 피워서 하루 더 살면 뭐 하나. 담배 피우고 하루 일찍 죽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대로 피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계속 목이 아프다고 걱정을 합니다. 그러면 담배를 안 피우면 되잖아요. 아무리 피우고 싶어도, 죽을 것 같아도 안 피워야 합니다. '담배 없이 무슨 재미로 사나?' 하고 말한다면 모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를 계속하려면 일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할 때마다 '오늘 일 하나 끝내면 커피가 한 잔이다', '이틀 동안 일하면 목도리 하나 살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즐겁게 일을 하세요. (웃음)
일이 힘들고 지치면 왜 일을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행복하게 살려고 일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힘들면서 일은 왜 하는 건가요? 누가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안 하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일을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 내가 수입이 적으면 적게 쓰면 돼요. 집안의 불도 조금 어둡게 하고, 먹는 것도 조금 아끼고, 새 물건은 아예 안 사는 겁니다. 여기 정토사회문화회관에 오면 아나바다 장터가 열립니다. 내가 입지 않는 옷이나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서 나한테 필요한 것으로 교환해 가면 됩니다. 거기 가면 쓸 만한 물건이 꽤 많아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보시하고 가져가면 돼요. 사실 돈을 안 주고 가져가도 되긴 하는데, 그냥 가져가는 게 조금 눈치가 보이니까 그런 물건이 필요하면 보시를 조금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활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한 달간 물건 안 사기' 프로그램에 한 번 참여해 보세요. 한 달 동안 현금을 주고 물건 사는 일은 중단해 보는 겁니다. 음식도 이미 구입한 것만 먹고, 옷도 이미 가진 것만 입고, 이렇게 살아보는 거예요. 100명이 함께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구입한 사람들은 중간에 탈락합니다. 나중에 한 달이 지나면 스무 명쯤 남아요. 이런 시도를 한번 해보는 겁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돈을 안 쓰거나 수중에 돈이 없으면 불안할 것 같은데,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보면 돈이 없어도 사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실제로 돈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돈 안 쓰기를 100일 정도 해보면 소비를 안 하는 게 아주 쉬워집니다.
그런데 그동안 살아온 습관이 있어서 많이 쓰다가 조금 쓰는 것이 무척 어려워요. 소비를 적게 하는 걸 연습하려면 한 번 소비를 멈추어 보아야 합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소비가 줄어들면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고급 식당의 맛있는 음식을 사 먹지 않고도 길거리에 파는 떡볶이만 사서 먹어도 기분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이렇게 소비를 줄이는 연습을 해서 극복을 하든지, 그게 어려우면 밤낮으로 일을 해서 돈 버는 족족 계속 쓰든지, 그건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으니까 불안합니다."
"마음이 불안하다면 이미 소비에 중독이 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돈 없이 살아보기를 한 달 정도만 해보면 괜찮아집니다. 수중에 돈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옛날 사람들은 돈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여러분도 옛날에는 핸드폰 없이도 잘 살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핸드폰이 없으면 연락이 안 되니까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핸드폰이 고장 나 버리면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게 되죠. 돈이 없으면 불안한 것처럼 핸드폰을 안 보면 불안한 것도 일종의 중독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간 명상 수련을 가서 핸드폰 없이 살아보면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불안하다면 이미 습관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핸드폰이 없어도 먹고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관성의 법칙처럼 우리가 늘 해오던 걸 멈췄기 때문에 불안해지는 겁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말씀 들으면서 머릿속으로는 또 돈 계산이 막 됐어요. 아파트 관리비, 대출금 등 한 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생활비에 카드 할부금까지 이걸 다 어떡하지 싶습니다. 더럽고, 치사해도 다시 일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동안 소비 안 하기 운동은 혼자 하면 어렵지만 다 같이 해보면 비교적 쉽습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소비 안 하기 프로그램에 한 번 가입해서 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미국 좋은 벗들과 미주 정토회 이사회를 한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미주 평화운동가들과 점심 식사와 차담을 나눈 후 부탄에 상하수도를 설치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전문가들과 미팅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