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가는 협상전략]
협상의 대가 서희와 강동 6주
지혜로운 협상은 단결·화합의 軍 문화 이끈다
갈등 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익점 찾는 것이 협상의 출발점
최고의 국내 사례는 ‘강동 6주’ 협상, 사례·성공 요인 알아야 향후 대비
고려 성종 12년(993) 거란의 소손녕이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하자 거란 군영에 들어가 소손녕과 담판하는 서희. 전쟁기념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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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경기대학교 김홍국 교수의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수많은 연구와 실전, 강의를 통해 축적된 ‘성공 협상 전략’의 노하우를 연재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성원 바랍니다.
세상은 갈등과 대립이 가득한 모순투성이다. 특히 나라 간, 조직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노동관계, 환경문제 등 모든 부분에서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82조 원에서 최대 246조 원에 달하고, 이 같은 사회갈등지수가 10%만 낮아져도 국민총생산이 1.8~5.4%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갈등이 심화될 때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협상’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협상의 출발점이다. 군에서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협상을 할 경우 많은 갈등 비용을 줄이고, 화합과 단결하는 군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왜 협상이 필요한가
협상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갈등하거나 대립하는 당사자들의 입장 차가 클 경우 싸움 등 폭력 행사, 법적 분쟁, 전쟁 등 강제적인 해결책을 찾게 된다.
비극적 결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권력이나 경제력 또는 무력이 일방적으로 강하고, 양자 간에 일정한 조정이나 화해의 장치가 없다면 강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승자 독식 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가 될 것이다. 법적 소송을 위한 비용은 아무런 대가 없이 소멸해 버리는 비용이며, 무력 충돌이나 전쟁이 발생할 경우 수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협상의 대가 서희와 강동 6주
협상의 사례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한 사례를 분석하고 성공 요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향후 협상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협상 사례는 어떤 것일까?
협상 전문가들은 최고의 국내 사례로 고려 시대 서희 장군의 거란을 상대로 한 강동 6주 협상을 든다.
고려 성종 때인 서기 993년, 당시 동아시아 정세는 907년 당(唐) 제국이 몰락한 이후 오랑캐로 불리던 거란이 파죽지세로 만주 일대를 장악하면서 요동쳤다. 거란은 고려와 송의 관계를 사전에 차단하고 고려를 복속시키는 것을 외교적 목표로 삼고,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로 쳐들어왔다. 적장 소손녕은 고려를 향해 “강변까지 나와서 항복하지 않으면 섬멸할 것이니, 고려의 군신들은 우리의 군영 앞에 나와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대군의 위세에 놀란 조정은 거란에 즉각 항복해야 한다는 ‘투항론’과 평양 이북 땅을 거란에 넘겨주자는 ‘할지론’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패배주의가 조정을 가득 채웠고, 투항하자는 맥없는 소리들이 커졌다.
이때 한 신하가 나섰다. “도대체 거란이 ‘왜’ 침입했는지 이유도 알아보지 않고 항복부터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선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분위기가 일순 바뀌었다. 협상 명장 서희(942~998)였다. 결국 왕명을 받아 적진으로 찾아간 서희는 소손녕과 7일 밤낮으로 담판을 지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거란군을 철수시키는 한편 압록강 이남의 ‘강동 6주’를 새로 얻어 국경선을 넓혔다.
서희가 소손녕과 벌인 협상을 분석해보면,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꿰뚫어보고, 상대방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협상가의 자질이 유감없이 발휘됐음을 알 수 있다. 서희는 소손녕과의 대화를 통해 거란이 영토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침입을 한 것이 아니라, 고려의 항복을 받아냄으로써 더는 거란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게 하려는 데 의도가 있음을 파악해냈다. 서희의 세치 혀가 만들어낸 사상 최고의 협상이었던 것이다.
상생하는 윈윈협상이 최고의 협상
마이클 윌러 하버드대 교수는 『무엇을 주고 어떻게 받을 것인가』라는 저서를 통해 성공적인 협상원칙 9가지를 제시한다. 그는 협상의 핵심을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능력과 융통성이라고 보고, ▲임시목표를 세워라 ▲플랜B를 마련하라 ▲협상의 최종 결과를 미리 그려라 ▲학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라 ▲재빨리 현실을 수용하라 ▲경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설득하라 ▲자발적으로 거래를 결렬시켜야 할 때를 알라 ▲항상 협상의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라는 9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협상가에게 신뢰구축은 가장 중요한 기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법학대학원에서는 여러 가지 협상기술을 가르친다.
이들 대학원의 협상 프로그램은 특히 협상 과정에서 신뢰를 쌓는 일은 협상가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라는 점에서 협상에서 상호신뢰를 구축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
성공하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는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협상을 통한 합의안에 대한 최선의 대안)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협상에 의한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쪽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협상이 실패할 경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알고 대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과 같은 9단계 협상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치면 서로 상생하는 윈윈협상 속에서 나 역시 성공적인 협상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협상을 위한 준비원칙 9계명
1단계: 서로에게 바람직한 결과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라. 2단계: 잠재적 가치 창출의 기회를 찾아라. 3단계: 당신의 배트나(BATNA)와 유보가격을 확인하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파악하라. 4단계: 당신의 배트나가 약화되지 않게 노력하라. 5단계: 협상 권한과 관련된 문제에 대비하라. 6단계: 상대편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 목표, 특정 이슈에 대한 접근방식 등에 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라. 7단계: 상황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8단계: 공정성과 관련된 외부적인 표준과 기술을 확보하라. 9단계: 협상 프로세스를 유리하게 변경하라.
<김홍국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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