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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생명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생명, 여성을 중심에 둔 수평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그는 “정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정치는 ‘인간 중심’이다. 국민의 기본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이 정치에서 다루는 가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이것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사회적 이슈들이 많아졌다. 4대강이 대표적인 예다. 생명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놓고 정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강 변호사는 그의 저서에서 ‘권력’과 ‘생명’의 문제에 집중한다. “권력이란 국민이라고 하는 총체적인 공동체 구성원 전체에게 속하며 공동체 생명의 힘일 뿐이지, 그 누구도 권력을 가질 수 없다”고 확인하며 “대통령이 되려는 의지는 권력 의지가 아니라 철저하게 공익을 추구하겠다는 ‘공동선에 대한 의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촛불집회와 SNS 등을 통해 드러난 ‘생명체 각자의 다양한 창발성을 기반으로 한 유기적 공동체’를 통해 변화된 시대 흐름을 읽고 정치구조가 ‘수평적 네트워크’, ‘수평적 권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조직이 분권, 네트워크, 아래로부터의 조직으로 기본원칙과 방향을 설정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깃발아래 모이는 시스템, 리더와 군중의 시스템으로는 지금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움직임을 담아낼 수 없다.”
그는 한편 여성의 문제에도 천착했다. 여성이 가진 생명에의 감수성에 주목하고 여성성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 모델로 ‘생협’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자신이 사회적으로 주류의 삶을 살았지만 비주류적 감성에 대한 균형을 지니게 된 것은 여성이라는 위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생 시절 300명중 여성은 3명이었다. 1% 세대라고 말한다. 독재정권 시절 사법기관에서 일을 시작해 13년간 판사로 있었고 참여정부 시절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을 지낸 것도 컸다. 법무부 장관이 통일부, 외교부, 재경부와 함께 권력 4위의 요직인데 여성장관이 있었던 적이 없다. 이런 경험들이 나의 문제의식의 기반을 형성해왔다. 여성과 권력의 문제가 나의 화두일 수밖에 없다.”
여성성이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를 꿈꾸는 그는 근래에 계속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표현했다.
“<생명의 정치> 출판 기념회에 참석했던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를 두고 ‘여성에 대한 모독이며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표현이다.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성인 젠더(gender)로, 공동체 속의 여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일사 분란한 지위명령체계를 보라. 소통이 부재하는 권위주의의 표상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집권 40년간 벌여놓은 여성격차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2011년 세계경제포럼 발표에서 우리나라 여성 격차지수는 135개국 중 107위였다. 이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계속된 군사문화와 남성적 권력이 약자를 배제하고 억압해온 역사의 결과다.”
▲ 강금실 변호사. 그림과 문학을 좋아하는 그의 책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권력에 대한 깊은 회의 속에서 권력으로부터 죽임당한 예수를 가슴으로 만나다
자신에게 요구되었던 사회적 역할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인간 강금실’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고 힘이 되어준 것은 신앙이다. 강 변호사는 2004년 법무부장관 시절 세례를 받고 이한택 주교(의정부교구)로부터 ‘에스더’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그는 세례를 받기 전에도 종교에 대해, 예수의 삶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많았다. 성경공부 모임에도 참석하고 신학 서적을 탐독하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불교집안이었던 까닭에 ‘그리스도교를 갖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영역의 일이었다. 그랬던 그가 법무부에 간 이후 마음이 힘들어졌다. 일상에서 오는 힘든 문제들도 많았지만 생명을 억압하고 인간을 괴롭히는 국가 권력의 정체, 한 인간이 권력 지향적이 되며 돌변하는 모습들 등에서 권력에 대한 극심한 회의에 빠졌다. 그때,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세속 권력으로부터 죽임을 받은 예수, 그러면서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했던 예수, 거기서부터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내게는 갈망이 있었고, 하느님의 이끄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2009년 생명대학원 재학시절 로마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오래된 영혼>(2011, 웅진지식하우스)이라는 제목의 기행문을 세상에 내 놓기도 했다. 기행문을 쓸 당시 그는 “바오로의 회심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을 잡아들였던 권력자에서 하루아침에 복음의 사도로 돌아선 그의 회심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오랜 시간을 뒤척였다. 결국 해답을 찾지 못했고 책에도 쓸 수 없었다. 해답을 찾기 위해 그는 작년부터 혜화동 가톨릭대학교에서 백운철 신부로부터 신약입문과 공관복음 수업을 듣고 있다.
“바오로 사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그 분의 확고한 믿음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어려움이 올 때 이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가, 정체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아니라 밀고 나가는, 그냥 믿는 굳건한 믿음 말이다. <생명의 정치>를 쓰면서 그런 믿음이 나에게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적 성찰을 통해 상처를 넘어 생명공동체로 향해야
그는 책에서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권력을 부정적으로 보는 개인들에 대해서도 ‘성찰’을 요구했다. 성찰은 “생명가진 존재의 본분”이며 “자기 성찰에 의해서만이 생명 공동체의 축제를 향해 나갈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에게 성찰은 ‘우주와의 관계’속에서 나오는 총체적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어디로부터 왔는가’를 물으면 과학적으로는 40억년 된 생명계로, 역사적으로는 부모의 부모를 거슬러 올라가는 삶의 궤적으로 올라간다. 성찰이란 것은 이렇게 과학적이고 역사적이며 또 종교적인, 복합적인 측면을 갖는다.”
그는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상처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그 치유의 과정 또한 ‘성찰’이라고 말한다. 가족, 사회, 역사에 대한 통합적 성찰을 통해 자기 삶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찰은 ‘자아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내 인생이 나만의 인생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와 지구와 나아가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나’라는 고립되고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확장된 우주적 자아로 내 개인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랬을 때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은 연관된 삶에 대한 각성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존재의 근원을 물으면 닿게 되는 것이 종교이며 공동체 속에서 구체적인 삶의 근원을 물으면 닿게 되는 것이 정치일지도 모르겠다. 종교인이며 정치에 대한 고민이 깊은 그에게 근원은 파편화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으니 근원으로 물어나가면 이 둘이 하나로 만나는 것이 아니겠냐고 물었다. 강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은 모두 합쳐져야 한다”고 답한다.
“파편화되고 층층이 나눠진 차원이 아니다. 모두 통합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치가 자꾸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삶과 생명이 담겨야 정상적인 정치가 될 것이다. 일상 속 정치가 종교성을 포괄할 정도로 회복이 되어야 한다.”
그는 이런 고민을 담아 ‘생명의 정치’를 넘어서 ‘영성의 정치’를 말하고 싶다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언제 만나도 마음 한 구석이 건드려지는 성경구절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마태오 복음서 6장의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 보아라,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로 시작하는 말씀을 좋아한다고 했다.
“예전부터 좋았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 정치라는 게 온통 먹고 사는 문제 아닌가. ‘염려하지 말고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는 말씀, 늘 마음을 환기시킨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강금실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안 되는 이유는…"
[열린인터뷰] "순수한 문재인-강한 안철수,
가치 연합해야"
지난달 29일,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출판기념회 행사가 있었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세 명의 대선 후보와 전현직 광역자치단체장 등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고, 현장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운집했다.
<생명의 정치>라는 책을 낸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었다.강 전 장관은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프레시안 1층 강의실에서 진행된 '열린 인터뷰'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권력정치를 생명 중심 정치로 바꿔야 한다"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생명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정치에 대해 접근하려는 시도를 했다면서, 자신이 보는 이번 대선의 의미에 대해 독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특히 '변화의 시대에 여성을 다시 묻는다'는 부제와 관련해, 최근 이슈가 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 논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야권의 두 주요 대선주자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이날 인터뷰의 주요내용을 흐름에 따라 재정리했다. 이날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했다. 편집자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5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안 강의실에서 열린 '열린 인터뷰'에서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여성 대통령 박근혜, 안 되나?' 질문에 "안 된다!"
프레시안 : 우리 정치가 '생명의 정치'가 되려면 새누리당이 집권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하셨다. 여당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하는데, 안 되나?
강금실 : 안 되죠.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생명의 정치에서 여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생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젠더'(gender. 생물학적 성과 대비되는 사회·문화적 성 : 편집자)다.
1995년 세계여성대회에서도 여성을 젠더로 규정했다. 여자로 태어난 여성이 아니라 정치·사회·경제적 존재로서의 여성이다. 차별은 거기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자 남자를 놔두고 얘기하면 뭐가 차별이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사회경제체제로 들어왔을 때 차별이 있다.박근혜 후보는 젠더로서의 여성의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
박 후보의 정체성은 '여성 정치인'이 아니라 '2세 정치인'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2세 정치인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 철저히 아버지 모델, 어머니 이미지를 인용하고 있는 박 후보는 독립된 여성 정치인이 아니다. 과거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과거.
더구나 박 후보가 모델로 삼는 그 아버지는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권력 패러다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박정희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쓰는데, 대개 성장 패러다임이라는 뜻이지만 저는 권력 패러다임으로서 이 말을 썼다.
성장 패러다임은 이미 폐기한 것이고 그러니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는데, 권력 패러다임으로서의 '박정희 패러다임'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여성이 대통령 할 때가 됐다'는 말에 대해 박 후보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이유 중 하나가 4.11 총선이다.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을 받은 223명 가운데 여성이 10.8%다. 새누리당은 231명 가운데 16명, 7%다. 박 후보가 여성 대표성을 갖고 있다면 이런 수치는 나올 수 없다.지금 새누리당 정치인들 중에 여성 현역의원이 눈에 띄는 사람이 있나? (공천헌금 파동 사태의) 현영희 의원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웃음) 조윤선 대변인도 공천 못 받았고, 이혜훈 최고위원도 국회의원 아니다. 수치가 말해준다.
박 후보에 대해 한 가지 더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제가 법을 전공해서 예민한지 모르지만, 인혁당 사건을 민혁당이라고 했다든지,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했다든지, 정수장학회 기자회견과 관련해 판결을 읽지 않고 나왔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공부를 전혀 안 하는 지성이 부족한 지도자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21세기 정치가 복잡해지고 융합, 통합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데 '두 개의 판결' 얘기를 보고 헌법 인식이 없는 게 아니냐, 불안하고 위험한 분이라는 생각이 있다.
청중 : 혹시 여성 정치인 가운데 눈에 띄는 분이 있나?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차기 여성 대통령 감이다 싶은?
강금실 : 두 가지가 있다. 한국이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발표 성 격차 순위에서 135개국 가운데 108등을 했다. 40년 새누리당 정권에서 쌓인 것이다.
여성 노동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성장했는데도 아예 여성은 사람 취급 못 받는 삶을 살아왔다.
격차가 너무 심해 전체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하나는 전체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다.또 하나는 최초로 벽을 깨는 여성들, 소수자들이 아직도 나오고 있다.
여성 정치인이 15%도 안 될 정도지만, 시장 선거에도 대통령 선거에도 나오는 것이 의미는 있다.
그러나 박 후보가 그런 '최초'(라는 의미)를 가질 만한 여성의 대표성이 있냐는 건 분명히 해야 한다.
전체적인 기반에서 지역 구도도 바뀌고 동등하게 올라와야 한다고 보고, 그러면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문제가 안 되는 사회가 올 거다.
지난 번 총선 속에서도 크게 성장할 여성 정치인들이 나오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얘기하는 건 좀…. 다 거론할 수도 없다. (웃음)
▲강금실 전 법무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순수한 문재인, 강한 안철수에 바란다
프레시안 : 야권에서 다시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상식적으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왜 해야 하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박근혜 후보 지지층에서는 못 할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강금실 : 정치권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모두가 겪는 어려움인데, '왜 사는지' 소신과 철학이 담긴 답을 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다.
개인 문제이기도 하고 여성, 청소년 문제이기도 하고, 세대·정치 문제기도 하다. 중학생만 돼도 아침부터 밤까지 과외하고 성적에 시달린다. 왜인가? 전체적으로 물량주의에 너무 압도당해 있다.
이명박 정부 책임도 있지만 시대흐름에서 놓치고 압도당한 부분이 있다.
정치 용어를 쓸 때 용어에 개념이 담겨야 한다.
오늘 오면서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가치가 굉장히 강조돼야 한다. 2007년 대선 때 '경제 살리기'라는 물량적 가치를 선택했는데 배반당한 거다.
이번 선거에서는 공존해야 하고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고 함께 사는 삶과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왜 해야 하느냐, 권력 패러다임(으로서의),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복해야만 다른 삶을 추구하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말씀드린다. 그러면 정권교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선거는 수평적 권력교체가 아니다. 지역구도에 기반해 사실상 비민주적인 권력정치가 돼왔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정상적 보수정당으로 바뀌기 위해서라도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
새누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권력정치의 방법은 2가지가 가장 큰 수단인데
첫째가 지역주의 공고화다. 선거구제를 통해서 영남 67석 대 호남 30석으로 시작한다.
지금 우리는 정치권이 보혁논란을 벌이면서 동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착시를 일으키는데, 기반과 여건에서 새누리당이 유리한 채 고착된 상태로 가고 있다. 민주당이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여건도 있다.
둘째는 언론과 권력기관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수시기관, 정보기관 등이 집권자를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방식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권교체'라는 말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원탁회의 등 원로 분들이 '이기는 단일화'라는 말씀을 했는데 '뭔가 의미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신 것 같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복지, 여성까지 갖다 쓰면서 정책 차이가 안 나게 됐는데 (예를 들어) '생명의 정권교체' 같은 말을 썼으면 좋겠다.
저는 단일화라는 말, 용어 자체에 좀 부정적이다. 지난 언론 인터뷰에서도 단일화란 말이 불편하다고 했다. '단일화'는 통합이 아니라 배제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최근 학자들이나 원로들이 가치연합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처음부터 조심해서 새로운 가치를 담은 말을 만들어내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혁신, 쇄신, 정권교체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얼마나 절박한가에 대해서는 과연 정치권이 절박한가 하는 지점에서 좀 실망스럽다.
프레시안 : 야권에서는 대선 후보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나왔다. 강 전 장관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에 비춰, 두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강금실 : 그래도 저런 분들이 정치에 나온 건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낙관을 하게 한다.
플라톤의 <국가론>에 보면, 그가 이상으로 꼽은 정치가 철인정치다. 이는 제일 정치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불러다 맡기는 것인데, 권력의지가 있으면 위험하다는 말이다.
문 후보도 총선 때 티베트까지 '도망'가신 걸로 유명하다. (웃음)
안 후보도 1년 가까이 '책임 있는 정치 할 수 있는가' 고민했다.
권력 욕심이 있었으면 '잘 됐네'하고 나왔을 텐데.진심으로 국민을 위하고 헌법을 생각하는, 제가 말씀드린 위험한 권력의지가 아니라 헌법수호 의지와 공동선의 의지가 있는 분들이 야권 후보라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두 분이 이겨서 나라를 이끌어 나가면, 당장 많은 문제가 해결이야 되겠냐마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힘을 합쳐 나가면서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두 후보의 공통점이 있는데, 기존 정치인이 아니면서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진정성과 능력이 있는 지성인이라는 점에서 좋은 후보인 것 같다.
프레시안 : 출판기념회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강 전 장관이 단일화의 배후다, 장외 세력이다, 심지어 안철수 편이다, 이런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하시는 역할이 있나?
강금실 :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제가 이번 대선에 얼마만큼이든 미력이나마 기여하는 게 저의 의무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50년 정권 동안 새누리당이 40년 집권했고 야당이 10년 했다. 그 10년 동안 겨우 여성을 끌어올린 거다. 김대중 정권 때 여성할당제를 의무화하고, 여성부 신설하고, 참여정부 초기 법무장관이 저였다. 그 역할을 하고 혜택을 누린 사람으로서, 이번 대선은 제가 원하는 권력 패러다임 극복을 위해 할 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단일화 역할은 제가 원하는 역할은 아니고, 무슨 장외세력이나 중재역할, 이런 것은 제가 비판하는 권력 패러다임이다.
사실을 가치관이나 의미로 접근하지 않고 권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굉장히 안 좋은 발상이다. '출판기념회에 문재인도 오고, 안철수도 오고. 강금실 막강하네. 그 영향력이 어디로?' 이런 거 아닌가.대선에서는 국민이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고 있으니 두 후보가 최고의 권력이다.
단일화는 집권을 위한 과정이고, 후보들이 고도의 정치협상을 해내는 전문성과 노련함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지 제3자가 중재역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제3자가 장외세력으로 끼어드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프레시안 : 그런데 두 후보에게 책을 주시면서 덕담을 다르게 적어 주셨더라. 문 후보에게는 '꼭 승리하소서', 안 후보에게는 '아름다운 승리'라고 했는데 한편에서는 '아름답다'는 게 이상하다, 양보하라는 뜻 아니냐 그런 해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웃음)
강금실 : 그건 아니다. 각자 가까운 분을 통해 책을 보냈는데 같은 날이 아니라 문 후보에게 좀 뒤에 보냈다. 문 후보에게 보냈을 때가 아마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오를 때고 야권이 단일화해도 진다는 분석이 나와서, 승리가 간절해서 그랬나 보다. (웃음)
프레시안 : 트위터에 올라온 강 전 장관에 대한 질문 가운데, 강 전 장관이 보는 두 후보의 매력이 뭐냐는 내용이 많다. 강 전 장관의 눈을 통해 두 대선후보를 보고 싶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강금실 : 안철수 후보와는 밥 한 번 먹고, 초상집에서 인사 한 번 하고, 이번에 출판기념회에서 인사하고, 그게 다다.
문 후보님은 제가 같이 일했는데, 두 분 다 순수한 분이시다. 문 후보는 성품이 보는 그대로다. 문 후보가 민정수석, 제가 법무장관일 때 법무부 검찰국의 검사장 등 검찰 간부들과 회식을 한 적이 있는데, 검찰 간부들이 '문학소년 같다'며 놀라더라.
안 후보는 1시간 이상 마주앉은 게 딱 한 번인데, 굉장히 강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강하고 많이 듣는 분이다. 제가 한 시간을 떠들었는데 딱 두 마디인가, 세 마디밖에 안했다. 그렇다고 안 듣느냐, 그게 아니라 유심히 듣는다. 안 후보에 대해 제가 높이 평가하는 건, 벤처 1세대로 그렇게 비즈니스를 한국사회에서 했다는 점에서 투명성에 대한 대단한 의지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보면 야권의 두 후보는 선거운동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은지?
강금실 : 야권의 승리를 기대하는 국민이 더 많다고 본다.
두 후보 중에 어느 후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두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대선을 치러야 하고, 누가 후보가 되느냐는 국민이 선택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과정이 왜 중요하냐면, 의미와 가치는 '스토리'(이야기) 속에 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가 없으면 삶이 메마르고 가치가 없어진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요즘 왜 여론조사가 매일매일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좀 위험할 수 있다. 거기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과정 속에서 충분히 얘기하다 보면 저절로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얘기가 뭔지 결론이 나지 않나. 그게 다수결이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반대 실컷 하고 결론이 선택돼야 평화로운 공동체가 된다.
프레시안 : 6일 두 후보가 단독 회동을 하기로 오늘(5일) 결정됐다. 기사가 발행될 때쯤이면 이미 회동이 끝난 후일 테지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강금실 : (웃음) 외람되게 제가 무슨 말을 하겠나. 제 입장은 하여간 새누리당 집권을 막아야지만 우리 정치도 바뀔 수 있고 사회 전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분 마음만 합치되는 게 아니라 국민 마음 전체를 '으쌰으쌰'해서 축제처럼 선거가 이뤄지도록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
청중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민들 의식이 향성되면 지도자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정치도 정치지만, 국민들의 정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한 것 같다.
강금실 : 물론 권력자인 국민의 의지나 민도가 중요하지만, 국민 탓이라기보다 정치인들의 책임인 게 사실이다.
25년 전(87년 대선)에 이미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놓쳤다. 놓친 다음에는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3당 합당을 하는 바람에 상황이 더 악화됐다. 그걸 국민 탓이라 하긴 어렵다.
청중 : 안철수 후보가 강조하는 정당 혁신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강금실 : 그건 민주당이나 안철수 캠프의 정치인들이 고민할 문제지 제가 답할 문제가 아니긴 한데, (웃음)
4.11 총선에서 기대 이하로 패배했잖나. 그런데 패배한 과정과 원인에 대해 충분한 평가가 없었던 것 같다.
국민들이 뭔가를 기대했는데 왜 나빴는지 분석하고 평가해야 대안이 나온다. 그런 과정을 잘 보여주지 않은 것이 부정적 느낌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촛불집회, 희망버스…생명정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프레시안 : 최근 출간된 강 전 장관의 저서 <생명의 정치>는 반응이 어떤가?
강금실 : 책을 좀 홍보하려고 기자간담회도 하고 매스컴에 열심히 나갔다. 그런데 오늘이 당분간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다. (인터뷰를 하면) 처음에는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하다가 다 정치 현안, 단일화로 넘어가서…. (웃음)
제가 대선 현안에 대해 거론하고 그럴 입장이 아니다.하면서 좋았던 건 여성들이 많이 공감해 주셨고, 여성운동·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이 반가워해 주시더라.
두물머리 미사를 3년째 하고 계신 윤종일 신부님께서 여러 번 메시지로 격려해 주셨고,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에서도 여성 이슈를 제기한 것에 굉장히 공감하면서 '북파티'를 지역 순회로 하자고 해주셔서 같이 하게 될 것 같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다.
프레시안 : 출판기념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책 내용을 잠깐 언급하던데, 현직 정치인들로부터 반향이 좀 있었나?
강금실 :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출판기념회에 초대하느라 통화할 때 굉장히 공감하신다고 하더라. 길게 통화는 못 했지만, 생명정치라는 주제를 꺼낸 것 자체가 잘 한 것 같다, 공감한다고 말하셨다.
프레시안 : 아직 못 읽은 독자들을 위해 책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면?강금실 : 여성, 생명, 생태, 권력을 다뤘다. 생명에 대해 과학적, 철학적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하려 했다.
대선 시기에서는 생명과 권력의 대립적 측면, 권력정치를 생명 중심 정치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조금씩 배운 공부인데 책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니, 생명의 관점에서 역사를 정리하면 일관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문명 속에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권력이 있고 그에 저항하는 힘이 있어 민주주의로 역사가 발전하는데, 그 저항하는 힘의 원천이 생명이다.
프레시안 : 책에서 이런 부분이 와 닿았다. 김주열 열사가 돌아가시고 4.19가 일어났고, YH노동자 김경숙 씨가 사망한 이후 부마항쟁이 터져 박정희 정권이 몰락했다.
이한열 열사 이후 6월항쟁이 생겼고, 광우병 촛불시위도 생명과 연관된 부분이다.
강금실 : 저의 첫 발견인지는 모르지만 여성과 생명으로 (근대사를) 돌아보며 저도 느꼈다.
생명이 직접 희생당하는 상징적 사건이 기폭제가 돼서 저항이 시작되더라.
학교 급식을 통해 미국 쇠고기가 들어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모차부대, 여중생, 여고생들이 나왔다. 학생들 가운데 80%가 여학생이었다.본능적으로 생명에 대한 자각에서 여성이 빨랐던 게 아닌가 싶고 그 흐름이 희망버스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한다.
YH 노조 사태 때는 여성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지만, 희망버스에서는 다 몰려가 축제를 벌이며 여성 노동자(김진숙 지도위원)를 살려냈다.
그 흐름이 (10.26 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으로 이어지는데, 무상급식은 10년 전부터 어머니들이 '무상급식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하다가 정치 아젠다가 됐고 서울시장이 바뀌었다.
또 원전 문제도 그렇고 이미 우리는 생명이 이슈가 되고 주제가 되는 사회로 들어와 있다.
그러나 아직 정치가 그 준비를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꼭 바뀌어야 한다. 중요한 시기다.
프레시안 : 촛불집회, 무상급식이 긍정적으로 보면 생명정치의 씨앗이지만, 아직 '정치'라고 하면 누가 권력을 잡느냐 하는 권력투쟁이라는 인식이 깊다. 쉽게 바뀔 수 있을까?
강금실 : 우리 시대와 사회가 이미 생명이 아젠다가 될 정도이고 생명의 원리와 닮은 네트워크 사회가 시작됐는데, 정치가 지나치게 과거에 매여 있으면 사회가 굉장한 혼란과 지체를 겪을 것이다.
5년의 퇴행을 겪었는데 5년을 또 겪으면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권력 패러다임 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
새누리당이 패배해야만 새누리당 중심으로 진행돼 온 권력중심 정치가 바뀔 수 있다.
프레시안 : 생명이 중심이 돼야 하고 전통적인 권력의지를 버려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민주통합당은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나?
강금실 : 저도 박정희 패러다임의 시대에 성장하고 세계관이 형성된 세대다.
통합진보당 사태나 여러 가지를 보면 우리 스스로도 그 패러다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똑같냐, 그렇지는 않다. 민주당은 개혁정당의 정통성을 가진, 생명을 해치는 억압에 저항한 명실상부한 정통 야당이기 때문에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 뭐가 문제냐, 과거의 권력 패러다임이라는 관점에서는 정통 야당이지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
안철수 후보 출마 선언에 대한 20대들의 반응을 보고 뭘 느꼈나 하면, 20~30대는 정당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당의 미래다. 민주당이 미래세력이 되려면 미래세대의 가치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아직 전환이 안 됐달까?또 하나 이번 대선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권력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공존·소통하는 정치로 넘어가는 가치의 문제다.
우리 사회 전체가 무한경쟁, 물질주의에 사로잡혀 다 힘들다. 정치권도 자유롭지 않다. 왜 민주당이 총선에서 평가를 못 받고 지금도 지적받을까? 대통합은 했으나 가치를 부각시키지 못한 게 아닌가 한다. 물량주의 접근으로 흐른 게 아닌가 한다. 야권연대도 그랬고, 합치는 건 되는데 '무엇을 왜 합치냐'라는 가치의 얘기를 안 하면 나중에 효과가 없어져 버리는 딜레마가 있다.
의미를 묻고, 가치를 담고, 그런 용어를 써야 한다.
프레시안 : 네트워크 사회와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생명 같다고 책에 쓰셨다. SNS가 생명정치로 바꾸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강금실 : 이미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세상이 바뀌는 체험을 나누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 뿐 아니라 월드컵 때, 효선이 미순이 사태 때를 겪으면서 이미 그때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모이고 축제를 벌이는 게 가능해졌다.
그 힘은 4.19까지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저항이 축제의 형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1987년 이애주 선생의 '시국춤'이다. 추모이면서 저항이면서 승리의 축제를 벌였고 그게 2002년 월드컵으로 넘어왔다.
이미 우리 사회는 바뀌었는데 권력 중심 패러다임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강금실, 정치 다시 하나?' 질문에 "내년부터 적극 활동"
프레시안 : 책에 좋은 말씀을 많이 쓰셨는데, 정치판이 '아싸리판'인데 이게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느낌이 있다. 강 전 장관도 국무위원 외에 서울시장 선거 출마도 하셨고 2008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내셨다. 지금은 정치와 한 발 떨어져 계신데, 정치에서는 손을 떼신 건가?
강금실 : 민주당 최고위원 잠시 한 후에 대학원 가서 공부하고 변호사 하면서 생활해 왔고, 지금도 그 활동 계속해 왔다. 현역 정치인으로 복귀 의사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책 내면서 내년부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은 있다. 책에서 드린 말씀을 많이 나누고 심화·발전시키는 독서모임이나 포럼 등을 생각하고 있다.
프레시안 : 직접 정치는 아니라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활동을 하시겠다는 말인가?
강금실 : 사회활동이라도 할 수 있고, 정치하게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웃음) 좀 유연하게 생각해 달라. 너무 이분법적인 것 같다.
프레시안 : 강 전 장관이 보는 이번 대선의 의미는?
강금실 : 저는 권력중심의 정치 패러다임이 극복돼야 한다, 소통과 네트워크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 강연에 가서 강조한 것은 권력과 생명의 관계 부분이다.
헌법에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돼 있지만, 많은 분들의 무의식·내면에는 권력은 집권세력의 것이라는 게 각인돼 있다.
권력은 국민의 것이고,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권력은 국민의 힘인데, 그것은 국민 존재 자체가 지구로부터 우주를 통해 받은 생명의 힘이다.
새싹도 언 땅을 뚫는 힘이 있다. 그게 권력이고, 내가 권력이다. 그런데 너무 거꾸로 생각한다.
▲5일 '열린인터뷰' 행사 전경. 프레시안(최형락)
"검찰개혁? 검찰 권력의 근본은 정경유착 사회에 있다"
청중 : 생명의 정치로의 권력 패러다임 변화라는 면에서 주로 정치권력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하셨을 만큼 시장의 힘이 세졌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강금실 : 박정희 패러다임이라는 유산이 한국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데, 어떤 분이 기업도 군사 문화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
우리 경제와 기업은 국가권력과 결합해 성장했다. 군사문화가 우리 사회를 만들었다. 시장권력이라는 요소 중에도 가장 밑바닥에 남아 있다 본다.
제왕적인 CEO 등을 보면 정치조직 문화가 전 사회의 모델이 됐다는 것이다.경제의 힘이 강해도 저는 근본적으로 정경유착 사회라고 본다.
검찰의 힘이 세다고 비판하지만 그걸 받쳐주는 게 정경유착이 해결 안 되는 후진국형 권력구조다.
뇌물 문제가 터지니 (정치인과 기업인을 수사하는) 검찰의 권력이 셀 수밖에 없다. 그런 후진국형 구조를 청산한다면, 최소한 정치와 경제가 단절되고 자체적으로 투명하다면, 검찰의 힘이 세질 수가 없다.
경제와 시장 권력의 밑바닥에는 그렇게 형성된 힘이 발휘되고 있다. 정치권력이 공정거래를 철저히 보장해서 정말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본다. 방치하다가는 권위주의 정치가 국가기관을 사유화해서 이용하려 든다. 실제로 불법사찰, 문화방송 문제가 일어났지 않나? 정치집단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본다.
근원에서 투명해지고 공평해지면 다는 안 되겠지만 상당히 많은 문제가 해결될 거라 본다.
청중 : 검찰개혁 얘기가 나온 김에, 참여정부에서 검찰개혁을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강금실 : 아주 직접적인 건 대선자금 수사다. 검찰의 수사 중립을 지켜주면서 인사권으로 검찰도 개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자금 수사야말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중요한 연결고리인데 그게 검찰개혁과 맞물린 거다.대선자금 수사는 역사상 처음 일어난 거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결단을 내린 것이고, 사회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칼을 뽑아서 실험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대선자금 수사는 됐지만 검찰개혁은 할 수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그 큰 개혁을 하고 싶었다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까지 당했고 미완으로 그만둔 것인데, 이번 정권은 그 미완의 개혁을 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 정부) 10년이 재평가돼야 한다. 잘한 것도 많고 잘못한 것도 많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특검도 하고 있는데 그 특검을 언제 처음 했나? 김대중 정부 당시가 첫 번째였다. 생각해 보면 거의 모든 권력 견제 장치가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만든 것이다. 생각 밖으로 많은 일을 했는데 저평가된 측면 있다.== 프레시안 기사입력 2012-11-08 오전 8:20:59 곽재훈 기자(정리) ==
강금실, '엇갈린' 문재인과 안철수에 당부한 말은?
[현장]박원순·심상정 등 야권 정치인 총출동…
대선주자 간 만남 불발
강금실 전 참여정부 법무장관의 책 <생명의 정치> 출판기념회에 야권 정치인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나란히 축사를 했다. 그러나 관심을 받았던 대선 후보들 간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으나 박 시장과 후보들과의 만남 역시 없었다.
29일 저녁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강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한 '손님'은 총 5명. 강 전 장관이 먼저 인사말을 하고, 이후 시간 순서대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 후보, 박 시장, 안 후보,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연단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이 한 자리에 나란히 서는 '그림'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연사들이 차례로 행사장에 나타났다 자리를 떴기 때문.
행사는 3시간에 걸쳐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문재인, 참여정부 시절 일화 소개하며 친분 강조문재인 후보는 오후 5시45분경 행사장에 들어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부겸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연단에 올라 참여정부 시절 강 전 장관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조각 당시 환경부·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제의했을 때 강 전 장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으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법무장관을 제의하자 "그건 하시겠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문 후보는 강 전 장관 재직시 이뤄진 대선자금 수사 등을 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됐고 시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고 강 전 장관을 추켜세우는 한편, 내년도 집권 이후의 중요한 과제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뿐 아니라, 독립된 검찰이 제대로 민주적 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시민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9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원순 시장은 문 후보가 축사를 마치고 이석한 이후 도착해 6시5분경 인사말을 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일을 상기시키며 "서울시장 후보로 선배가 되신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당시 강 전 장관이 당선됐더라면 자신보다 시정을 더 잘 했을 것이라면서, 강 전 장관과 함께 시장 선거를 치른 인물들에게 지난해 선거에서나 시정 운영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시장이 짧은 인사를 마치고 6시10분경까지 행사장에 남아 있게 되면서 취재진과 좌중의 관심은 박 시장과 안철수 후보가 만남을 가질까 하는 데 쏠렸으나 원래 6시10분 도착 예정이던 안 후보는 박 시장이 자리를 뜬 후인 6시25분경 도착했다.
안철수 "국민은 21세기인데, 정치는 70년대"안 후보는 강 전 장관의 마중을 받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와 민주당 박영선, 이언주, 은수미 의원 등과 인사를 나눴다. 안 후보를 수행해 온 박선숙 선대본부장과 조광희 비서실장, 유민영·정연순 대변인, 허영 비서실장도 법조계 또는 민주당에 함께 몸담았던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같은 시민사회 출신인 민주당 김기식 의원과 안 후보 측 송호창 본부장도 행사장 내에 함께 있었지만 장내가 혼잡해 서로 만나지 못했다.
안 후보는 축사에서 강 전 장관이 책에 쓴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낡은 권력의 질서를 혁신한다"는 내용을 들며 자신의 정책 싱크탱크 '열린네트워크 내일'이 바로 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축사를 한 대선후보 3인 중 유일하게 일부나마 책을 읽어 온 후보였다. 강 전 장관의 책 서문에 자신의 이름이 실렸다며 "영광이다"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정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라며 "정치혁신, 정권교체가 저는 두 개가 아니라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국민은 21세기에 살고 계신데 정치는 아직도 70년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강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대선 후보에게 각각 책 첫 장에 덕담을 적어 보냈다면서 문 후보에게는 "꼭 승리해 주소서"라고, 안 후보에게는 "아름다운 승리"라고 썼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두 분이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다. 새로운 정치, 정권교체를 이뤄 주시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축사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마지막으로 축사를 한 심상정 후보는 강 전 장관의 책 가운데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수평적 네트워크 시대를 열기 위해 여성성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 당선이 정치쇄신'이라는 주장으로 말을 이어 갔다.
심 후보는 "박근혜 후보는 권위주의 태내에서 태어나 정치적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지 않으신 분"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아, 생각해보니 내가 여성이었어' 이렇게 커밍아웃하고 정치쇄신이니 혁명이니 말하는 것은 그 동안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와 맞서 싸웠던 다수의 여성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심 후보는 "그게 언제가 됐든 첫 여성 대통령은 진보정치가 책임지겠다"며 여성 진보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의 출판 '파티'에는 심 후보와 함께 온 진보정의당 박원석, 김제남 의원도 참석했고, 안 후보 측 박선숙 본부장과 유민영 대변인도 후보가 자리를 뜬 이후 한동안 남아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 등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안 후보 측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도 참석했었으나 이들은 축하의 뜻만 전하고 금방 자리를 떴다.
강 전 장관이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만큼, 장내에는 '친정'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측 인사들이 역시 가장 많았다. 안희정 지사, 이광재 전 지사 외에도 당내 경선에서 문 후보와 경쟁했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정세균 전 대표도 왔고, 박병석 국회부의장, 김한길 최고위원, 원혜영, 박영선, 김재윤, 서영교, 김현미, 민병두, 신경민, 전순옥 의원 등도 참석했다.
강금실, 단일화에 '역할' 할까강 전 장관의 기념회에 이들 야권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강 전 장관은 여론의 단일화 압박을 받고 있는 문, 안 두 후보 모두와 친분이 있으면서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등거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때문에 향후 단일화 등의 국면에서 강 전 장관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아침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라는 말 자체가 연합정치 또는 가치연합으로 바뀌고 있고 그게 굉장히 바람직하다"며 "단일화라는 말을 하게 되면 누가 이기냐는 시합처럼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과 의지만 있으면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국민들한테 정말 감동을 주는 그런 과정들이 가능할 것이다. 시간의 문제는 아니고 의지와 진정성의 문제"라며 "누가 단일화가 되느냐는 저절로 국민들이 선택을 해낼 것이다. 국민들을 믿고 가는 게 중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한 민주당 입당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그 국민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않고 '먼저 당적을 가져라. 민주당에 입당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의미를 놓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들이 대선에서 원하는 민심이 뭔가를 분명하게 읽으면 민주당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계신데, 새로운 정치는 새누리당의 집권이 막아져야만 가능하다"고 하기도 했다.
==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기사입력 2012-10-30 오전 9:21:12 ==
격분한 강금실 "박근혜, 뻔뻔하고 무개념" "제 입으로 여성을 말하다니" 새누리 여성대통령론 비판
"뻔뻔하다… 대통령 되려고 수단방법 안 가리는 권력의지"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여성은 생명입니다'를 출판하고 서울 중구 프렌스센터에서 열린 출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여성대통령론'을 내세우는 데 대해 정면 비판했다.
강 전 장관은 7일 트위터에서 "뻔뻔한 박근혜. 지금의 열악한 여성 격차는 새누리당 40년 집권 결과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의식 없는 후보가 제 입으로 여성을 말하다니. 대통령 되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무개념의 권력의지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최근 이어진 여성대통령론 띄우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여성'은 표 얻으려고 혈안이 되어 내거는 장식품이 아니다"며 "새누리당은 여성을 팔아먹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 전 장관은 "이번 대선의 목표는 새누리당의 패배”라며 “동원정치, 후안무치 정치를 과거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누리당 정권종식이고, 그래야 보수와 정치가 바뀐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이 여성대통령론을 비판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에서 여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생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젠더(gender/ 생물학적 성과 대비되는 사회 문화적 성)'"라며 "박 후보는 젠더로서 여성의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자로 태어난 여성이 아니라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존재로서의 여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전 장관은 박 후보가 강조해야 할 정체성은 '여성정치인'이 아니라 '2세 정치인'이라고 했다. 그는 "철저히 아버지 모델, 어머니 이미지를 인용하고 있는 박 후보는 독립된 여성 정치인이 아니다"며 "아버지의 과거에 갇혀 있다"고 했다. 이어 "박 후보가 모델로 삼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권력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2007년 박 후보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거론될 때도 부정적이었다. 강 전 장관은 당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최초로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점만큼은 기록된다"면서도 "한 개인이 두드러진다고 해서 갑자기 여성 인권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주최 행사에 참석해 여성대통령론을 거듭 언급했다. 박 후보는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예로 들며 "버락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흑백 갈등의 벽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의 길에 앞장서는 지도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가 쇄신이고 우리 사회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여성들을 정부 요직에 참여시키고, 여성의 고위직 비율이 높은 회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일보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입력시간 : 2012.11.08 15:37:29수정시간 : 2012.11.08 16:28:27==
<인터넷 프레시안,한국일보에서 퍼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