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1. / 김영
이제, 어둠에 대하여 말할 차례이다.
혼돈과 공허의 겹이불 속에서 태초에 빛이 태어난 것이라면
땅 속에도 빛이 있다는 가설(假說)을 증명하기 위하여
달맞이꽃이 피는 것이다.
승냥이의 배설물이 썩고 있는 묵전의 둔덕에 뿌리를 박고서서
달도 없는 이 먹먹한 밤을 밝히기 위하여
캄캄한 저 흙 속에서 손톱 다 헤지도록
물관으로 눈물을 퍼 올려 제 몸 사루는 것이다
보아라, 저기 둥둥
달맞이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아느냐, 미물도 땡볕 아래서는 교미를 하지 않는다.
어둠이 어둠만이 아닌 것은 그 어둠 속에서 생명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숨 있는 것들은 죄다 어둠의 자식들이지
잊지마라, 빛도 어둠에서 나왔다는 것을, 어둠이 곧 빛의 포궁이었음을.
꽃이고자 하는 그대여,
이 짙은 어둠을 힘겹게 밀치지 말아라. 이 밤에 그대의 탯줄을 어찌 세웠는지
아침 해가 그대 꽃 잎의 색깔을 볼 것이다.
첫댓글 아름다운 작품 감사합니다.
네. 좋은 날 되십시요.
............놀랍습니다. 땅 속에도 빛이 있다니/ 어둠 속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니...../ 달맞이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네요. 오늘밤에도 어둠 속에서 꽃향기가 나겠지요.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하여.........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