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그 여름의 끝
출처 부산일보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80618022641453
이성복(1952~ )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시집 〈그 여름의 끝〉(1990) 중에서
‘끝’은 절정의 감각이다. 완만한 기울기로 넘어감이 아니라 절벽 위에 서서 천 길 나락을 내려다보는 느낌. 절정은 이미 하나의 세계가 완성된 것이기에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고, 만약 다음 단계가 있다면 그것은 현재의 차원을 봉인하거나 절연하여 초월, 곧 윤회로의 비약만 있을 뿐이다. 계절의 상징에서 여름도 절정의 감각을 환기한다. 여름은 뜨거운 기운으로 생명의 활동이 정점에 이르도록 하는 계절이다. 그 이후는 가을·겨울로서 ‘조락(凋落)’의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 여름과 끝은 내포적 의미에서 필연적 상관성을 가진다.
한 사람이 ‘폭풍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어떠한 희망도 발견하지 못한 채 ‘절망’하게 된다면, 이것도 ‘끝’의 감각으로서 생의 절정감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절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생의 모든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그것을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는 일로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하여 ‘여름의 끝’은 한 세계가 완성되어 무너지고 또 다른 세계가 탄생하는 일이다.
김경복 평론가
빛명상
광심光心
이른 새벽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근원에 올리는 감사와 공경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참다운 마음을 일깨워주는 광심光心은
초겨울 비가 되어 내립니다
하늘 위 하늘 저 높은 곳에서는
세상 사람과 신神들이 행하는 선업과 악업,
진실과 거짓이 빠짐없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깊은 고요의 밤하늘 향해
햇살 같은 별빛 모아
용서 실어 올립니다
그 기록에는 선하고 아름다운 복록들로만
채워지기를 바라며···
힘든 세상, 아픔으로 얼룩진 마음에
터질듯한 고뇌와 초미세먼지 속에서도
메마른 가지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어 나오듯···
한결같은 님을 향한
빛명상 기도는
별빛되고 햇살 되어서
가뭄에서 희망과 치유의 빛비가 되어
쏟아져 내립니다
그래도 근원의 빛마음은
우리 인간의 좋은 면만을
보시고 축복하나 봅니다
출처 : 甲辰年 그림찻방3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3
2024년 6월 22일 초판 1쇄 P. 88-86
여름의 끝은 그토록 무서운데...
우주마음에 용서를 빌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빛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