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은 2년전의 안양과 똑같은 상황에 놓여버렸다. 근래 보기드문 전광석화같은 무브먼트를 선보이며 극악의 통보만을 해버린 SK에게 느낄 황당함과 배신감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분노만 할 뿐, 후속 조치가 없다면 그것은 죽은 분노이기에 지금부터 부천 축구팬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할 수 있겠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부천 쪽에 호기이다. 그나마 부천팬들의 반발을 보도해주는 언론이지만, 그 기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 기간 안에 뭐라도 해야 한다.소송이든, 축구팀 창단이든, 혹은 어떤 다른 방법이든. 시한은 리그 개막인 3월까지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부천에 축구팀 하나 만드는 게 좋겠다.
리그팬들과 부천팬들의 격렬한 반발의 에너지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열정 많은 부천 헤르메스가 축구팀 하나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안양시티즌이 그랬던 것 처럼. 축구로 맺힌 한을 축구로 풀어 SK에 복수하기 위한 길은 그것 뿐이라고 판단한다.
새로 생긴 부천 연고의 축구팀이 처음부터 K2나 K1으로 올라가긴 어려울 것이다. 부천 지역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예전과는 딴판이며, 부천 연고의 기업들도 안양과 비슷하게 '모두 떠나갈 운명'들이라는 것이 가장 큰 악재이다. 그러나 K3(2종)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3월까지라면, 'SK에 분노한 부천 팬들이 자체적으로 축구팀을 창단하여 연고지를 이전한 제주Utd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라는 기사를 언론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언론에서 이 한 줄 써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안양시티즌 또한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동네 축구팀의 위치에 있었으나, 주위의 도움으로 지금은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게 됐다. 부천은 안양보다 가능성이 크다. 부천 서포터 중에서도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그 정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K3는, K2와 K1과는 달리 제한조건이 없다. 심지어는 조기축구 수준의 선수들도 등록해서 뛸 수 있다. 부천에서 2종팀을 지금 창단한다면 선수단은 부천 서포터들로 꾸려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코니그린컵에서 개박살 난다 해도, 그렇게 가야 한다. 지는 것이, 수준이 두렵다면 애초에 출발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분명한 것은, 지는 것도 축구의 일부이다. 지금부터의 행로는 2003년 부천의 최악의 성적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또한 차차 배워 나가게 될 것이다.
K3에서 인정받은 와스컴FC(現 여수 INGNEX FC), 구미 LG실트론, 부산시체육회(現 부산교통공단) 등의 팀이 연고지 지자체의 인정을 받아 K2리그로 승격되고 있다. 인정받는 길은 단 하나, 지역 안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좋든 싫든 부천시를 구워 삶아야 한다. 다행히도 2003년에 부천시는 SK구단 인수를 거부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부천 서포터들이 강력하게 치고 나가는 방법도 선택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의 2종 클럽 중 부천 연고의 팀은 없었다. 부천 서포터들이 2종 클럽을 창단한다면 부천을 대표할 수 있는 최초의 팀이 될 것이다. 안양처럼 지역 내에서 박치게 싸울 필요도 없다. 올해 창단해서 3월에 KFA 2종팀으로 등록한다면 4월부터는 부천시의 대표성을 띄고 FA컵 예선에 출전하는 것이다. 인근에 있는 광명Fevers, 봉신, 안양시티즌, 안산 한샘, 안양 헤르메스, FC Feel 등 강팀들의 도전을 받아야 겠지만 부천 연고의 유일한 팀으로 코니그린컵에 출전하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부천시에게서 뜯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뜯어야 한다. 실제로 2종 클럽 중에서도 시의 지원을 받는 팀이 허다하다. 양주 J, 포항시청, 통영시 대표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부천시의 지원과, 부천에 소재한 정명고 선수 출신들 및 여타 선수들을 영입해 나간다. 그렇다면 2종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팀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스폰서도 받기가 쉽고, K2로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의 사항이 있다.
1. 부천 팬들끼리 절대 합심해야 한다. 물론 지금의 그 열정이 1년, 2년, 3년뒤에도 지속되기는 어렵지만, 똘똘 뭉쳐야 한다. 부천에 새로 생길 축구팀을 응원할 사람은 적기 때문에, 적은 사람들이 합심해서 한명 두명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적전분열은 최악이다.
2. 새로 생길 클럽은 자생적 클럽팀으로 가야 한다.(흔히 회자되는 시민구단) 기업에게도, 지자체에게도 절대로 놀아나서는 안된다. 부천팬들이 바라는 목적은 '축구의 귀환'이지 축구를 이용한 '정치'라든가 '돈벌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축구만을 생각하라.
나는 '축구의 귀환'을 원한다. 우리 자손들이더라도 기업논리와 정치논리를 벗어나 축구가 본위인 축구를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안양시티즌과 부천 FC, 두 팀 중에 어느 팀이 K리그로 먼저 올라가게 될까. 지금부터 내기해도 좋다.
+) 세줄요약:
부천에 2종 클럽팀을 창단한다. 이번 3월에 KFA의 2종 클럽으로 등록, 4월부터 코니그린컵에 본격 출전한다. 선수진이 없더라도 좋다. 올해는 전패하더라도 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은 안양시티즌 측의 충고이다. 빠른 결정을 요함.
출처 - 플라마
첫댓글 동감...부천쪽도 가만히 있을게 아닌듯......난 평택사람
몇 년 안에 K 3 출범해야 이런 상황 그나마 보완 되는건가 ;;
우리나라는 120년전의 영국이 아니라는 것을 잘 숙지해야 합니다............
20년이 넘었습니다. 10년만에 완벽 유럽식으로 정착된 J리그는 뭡니까?? 언제까지 몇년안됐다...그걸로 넘어갈 수는 없지요,.
넘어가란 소리가 아니랍니다. :)
선수는 여기 있다. 날좀 써줘;
억.. 광명에도 k3팀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