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자기 의를 버리지 못한다. 이 말은 자신의 노력이나 지혜로 이룬 것이라면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값진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평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흔적 남기기(의 쌓기)에 온 정열을 쏟는 것이 인생이다.
또 이런 노력의 자취에 근거해서 행복이 오고, 천국을 갈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고, 신으로부터 내리는 은총도 챙길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신 관념이고, 축복 개념이다.
따라서 모든 이들의 행위는 이런 자기 행복을 위한 씨 뿌림이며 그것을 통한 욕망 챙기기인데, 본문에 등장하는 욥이라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부지런히 그리고 착하게 살았다. 가난한 이웃에게는 의복과 음식물을 제공했고, 외로운 이웃에게는 따뜻한 친구가 되어 주었으며, 고통과 실의에 빠진 자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절제하며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자제했다. 즉 여인을 탐하지 않았으며,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비록 자신이 거느리는 종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요청을 경청했고, 하나님 아닌 우상을 섬기지도 않았고, 세상 물질에 취해 살아가지도 않았다.
이런 철저한 섬김과 봉사와 절제의 삶을 살았기에 그는 누구보다 더 많은 은총과 복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고, 이웃으로부터 칭찬과 사랑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하나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무지의 소치이다. 죄인은 어떤 행동을 해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다 죄다. 그래서 스스로 쌓는 행위들이 몽땅 불의한 것이며 칭찬의 대상이 아니라 책망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니 무슨 행위를 얼마나 했는가에 따라 스스로의 은총 분량이 정해진다고 착각하는 자들은 교만의 극치를 달리는 것이며, 심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끝까지 자기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들의 심성을 잘 아시는 주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 같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5:20)고. 이것은 무엇을 말씀하심인가? 너희들은 자꾸 행위를 거론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데 이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라는 말씀이다.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을 제대로 만난 사람은 자기 행위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모든 것들이 더럽고 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세우는 유일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다. 이 십자가야 말로 자신의 허물을 정결케 하는 유일한 능력이기 때문에.
십자가를 모르는 자는 스스로의 행동을 자랑한다. 자신의 성실함과 지혜와 열심과 헌신과 봉사 등등을 내세우며 그것을 근거로 영생을 꿈꾼다. 그리고 이 땅에서의 행복도 같이 소망한다. 욥이 바로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 자신의 의를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이런 내가 왜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하나님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당연히 과거 풍성함과 강건함과 평안함을 누렸던 것이 정당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그동안 우리는 참으로 지루하리만치 다양한 인간들의 엉터리 신관, 축복관, 영생관을 살펴보았다. 그 누구도 하나님의 참 뜻과는 동떨어진 인간들의 주장이었다. 하나같이 하늘의 일을 이 땅의 사건과 연결 짓고 있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이 땅에서 근거를 찾는 자체가 어리석음 아닌가. 어찌 하늘의 일을 이 땅에서 근거를 찾으려 하는가?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 스스로의 계획과 목적에 따라 펼쳐질 뿐인데.
모든 것이 그분의 뜻대로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그분께 의지할 뿐이며, 우리가 기대하고 소망하는 모든 것은 그분의 손에 달려있다. 은총이 그분에게서 오는 것이며, 죄와 허물의 씻음도 그분이 주시는 것이다. 그리고 주와 함께 영생하는 것도 그분의 용납하심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이래도 아직 내 행위를 내세울 것인가? 내 선행, 내 열심, 내 희생을 자랑하며 하나님을 협박할 셈인가? 이런 자들은 자신의 그 완악한 행위 때문에 영원한 심판을 면치 못한다. 그리고 이런 자들을 위해 주님은 지옥을 마련하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