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신서(欽欽新書) 읽기, 상형추의(祥刑追議)4
자살과 타살의 구별 17
[상대방을 보고 머리로 받으려다 헛받으며 엎어졌다. 원인은 술에 취한 것이고, 죽은 이유는 목이 부러진 것이다.]
황해도 연안사람 주귀접(朱貴接)이 이동찬(李東贊)을 죽였다.
〇조사관의 보고서 : “다친 흔적과 떨어져 나간 곳이 낭자하니, 발로 차서 다친 흔적이 분명하다. 증언이 모두 죽은 자의 말을 전한 것이지만, 귀접도 모두 숨기지 못하였다. 처음에는 ‘언덕으로 떠밀었으나 목을 찼는지는 술이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중간에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젖 아래 한 곳을 손으로 때렸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주먹으로 치고 손으로 때렸으며 또 머리 아래쪽을 때렸다’고 했다. 이미 서로 싸워 목에 중상을 입히고 어찌 감히 죄를 면하려고 기대하겠는가. 두 번의 조사가 있은 뒤에 갑자기 진술을 바꾸었으나, 주귀접이 정범(正犯)이라는 것에는 결단코 의심이 없다.”
〇평하여 이르기를 : 목을 찼다면 목에 반드시 상처가 있었을 것인데, 어찌하여 그것에 대해 논한 것이 없는가?
〇황해도의 장계: “대개 살인사건의 상처는 비록 많아도 실제 죽게 한 것은 한곳일 뿐입니다. 이동찬을 죽게 한 것이 목의 부러진 상처라면, 때리고 찬 여러 곳의 상처는 제쳐두고 논하지 말아야 합니다. 맨 처음 목을 부러뜨린 이유는 마땅히 우선하여 밝혀야 하는데, 공세준의 최초의 중요한 증언으로, 직접 죽은 자의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내가 먼저 머리로 귀접을 받으려고 했는데 닿지 않고 땅에 엎어졌다.’라는 것입니다. 또 말하기를 ‘머리로 받으려고 했는데 허공을 받아 땅에 엎어졌다.’라고 했습니다. 아마 귀접이 언덕쪽으로 오고, 동찬이 언덕에 앉아서 귀접이 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얼어나 목을 당겨 아래로 받으려 했는데 갑자기 허공을 받아 스스로 엎어졌고, 자신이 높은 쪽에 있었기 때문에 아래로 미끄러져 그 기세가 몸뚱이 채 땅에 떨어진 것으로 목의 부상은 이때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동찬이 목이 부러진 것이 꼭 귀접이 범행으로 인한 것은 아니며, 다만 그가 땅에 엎어진 뒤에 주먹과 발로 연이어 가격하여 이 때문에 다치고 저것으로 목이 부러진 것이 다른 사람인지 나인지 구별하지 못한 것입니다. 두사람이 모두 몹시 취하여 각자 일을 살피지 못하며, 죽은 자만 알지 못한 것이 아니라 범인도 또한 스스로 밝히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전에 동찬이 목이 부러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외 다른 부상으로 반드시 살았을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사건을 판결하는 근본이 실제 죽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이유에 의심이 있으면, 사건자체를 완결하기가 끝내 어려우므로, 이에 감히 의심되는 것을 끄집어 내어 감히 제 의견을 말씀 드리자면, 다친 곳이 심하고 낭자하고, 증언이 모두 부화뇌동하니 오직 가벼운 법으로 하기를 갑자기 청할 수가 없습니다. 전례에 따라 처분해주시기를 기다립니다.
〇임금이 판결 : 귀접이 동찬의 집에 와서 물은 것은 바로 이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유족들의 처음 진술에서 적지 않게 보여지는 것이, 어째서 목이 부러진 것을 내버려두고 언급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피차에 모두 감당하지 못하게 취하였고, 주객이 서로 가슴을 때린 것은, 진나라와 초나라의 싸움에 득실이 비슷하고, 만(蠻)‧촉(觸)의 싸움과 같이 이기고 지는 것이 의미 없는 것과 같으니 승부를 무엇에 쓰겠는가? 바야흐르 저 귀접이 대들자 이쪽 동찬이 목에 힘을 주어 붙잡고 있던 세준의 손을 놓치게 되었으니,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중에 휘청거리며 언덕 아래 풀밭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즉 동찬의 목이 부러진 것은 귀접의 범행이 아니다. 다른 부상들이 심하고 낭자하나 죽은 이유가 이미 목이 부러진 것이니, 이런 것들로 목숨으로 보상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경들은 다시 조사하고 의론하여 보고하라.
〇형조보고는 빠져 있다.
〇임금의 판결 : 귀접이 곧바로 달려오자 동찬이 받아 치려다 버티고 있던 다리가 굳건하지 못했고, 눈의 초점도 맞지 않아서, 이쪽이나 저쪽이나 동쪽도 좋도 서쪽도 괜찮아서 이른바 입장을 바꾸어도 역시 같았을 것이다. 조정에서 살피는 것을 지극하게 하는 방침으로 볼 때, 이것으로 주범을 굳이 정할 수는 없다. 주귀접에게 형장을 더해 사형에서 감형하여 유배하도록 하라.
〇신이 삼가 살펴보건대 : 귀접이 처음 진술에서 이미 밀쳤다고 말했고, 두 번 째 진술에서 머리를 때렸다고 하였는데, 사건의 조사기간이 길어지자 ‘허공을 받았다’는 말로 꾸며서 살 꾀를 낸 것으로 보이니, 믿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심하게 취해 있던 상태라 고의가 없어서 용서함은 괜찮지만, 헛 받아서 스스로 엎어져 목이 부러졌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이치에 맞다고 할 수 없습니다.
*〇'평하여 이르기를'(평왈)이 누구의 말인지 분명하지 않다. 판부왈(判付曰)이나 별도 유시 같이 임금의 말인지 분명하지 않다. 초검보고서와 재검 보고서 사이에 있는 評曰도 있어서 다산 선생의 평가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 사례에서 보면 임금 또는 상부의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또 다산 선생은 '임금의 판결'(判付曰)에 붙이는 '신이 살펴보건대'(臣謹案)있고, 같은 사례에서 案, 按을 덧붙인 경우도 있어서 評曰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하지 않다.
*사건의 결론에 대해 다산 선생은 정조임금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있고, 더 합리적이고 명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증거가 없으면 살리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또 죽은 사람과 죽인 사람이 모두 술에 많이 취했을 경우 가능하면 고의가 없다는 쪽으로 보는 것이 정조임금의 판결인 것 같다. 도에서 명에 따라 재조사를 할 때는 이런 정조임금의 뜻(?)에 맞추어 보고를 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례는 둘 다 해당되고, 임금으로서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더욱 돋보이는 사례인 것 같다. ‘이런 것으로 목숨으로 보상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는 말씀은 많은 사건 많은 일, 성과독촉에 치여서 사람 하나하나를 숫자로 보기 쉬운 우리를 조용히 일깨운다.
自他之分 十七
[望敵迎觝, 仆於虛觸, 根由使酒, 實因折項 ]
延安民朱貴接, 殺李東贊.
〇查官報狀曰: “痕損狼藉, 明是蹴傷之跡. 詞證具備, 皆傳死者之言, 貴接亦不能全諱, 初則曰‘推擠岸邊, 而蹴項與否, 醉不能記’, 中則曰‘拳撞其胸, 而乳下一處, 果亦手打’, 終則曰‘拳撞手打, 而又打其腦下’, 旣與鬪鬨, 而重傷其項頸, 何敢圖免乎? 再推之後, 忽又變詞, 朱貴接之爲正犯, 斷然無疑.”
〇評曰: “蹴項則項必有痕, 胡無所論?”
〇本道啓曰: “大凡殺獄傷痕, 雖有許多, 實因不過一處. 今此李東贊之實因, 明是項頸折傷, 則諸般打踢之痕, 姑捨勿論. 原初折項之由, 宜先理會, 孔世俊以最初緊證, 身聽死者之言, 其言曰, ‘我先一欲觝貴接, 未及抵觸, 自顚於地.’ 又曰, ‘一欲觝, 虛觝仆地.’ 皆貴接向岸而來, 東贊據岸而坐, 望見其來, 忽然起立, 初若引頸而俯觝, 乃忽虛觸而自仆, 其身旣從高而跌下, 其勢必委身而倒地, 項頸之傷, 在於此時. 然則東贊之項折, 非必貴接之手犯, 特其仆地之後, 拳踢隨加, 此傷彼折, 人我莫別, 重以兩人共醉, 各不省事, 非但死者之不能自知, 抑亦犯人之不敢自明, 向使東贊, 雖不折項, 其他痕損, 難保必生, 第念斷獄之本, 實因而已. 實因苟有可疑, 獄體終難完決, 玆敢점出疑端, 妄陳愚見, 傷處旣甚狼藉, 詞證又皆雷同, 惟輕之典, 不敢遽請. 依前囚推, 抵俟處分.”
〇判付曰: 貴接來問東贊之家, 則此獄緊情, 則屍親初招中, 不少槩見者, 果何委折, 彼此皆不勝酒, 主客互相撞胸, 秦楚之戰, 得失惟均, 彎觸之鬪, 勝負何居? 方其貴接之挺身, 有此東贊之引頸, 而扶執之世俊, 未免放手, 不知不覺之中, 滾下於側岸滑莎之地, 則東贊之折項, 非貴接之所犯. 其他傷痕, 雖甚狼藉, 實因旣是折項, 則以此償命, 果涉凌遽, 卿等更加論理回啓.
〇 曹啟闕.
〇判付曰: 貴接直前東贊撞著, 而拄脚旣不堅牢, 轉睛又不端的, 於此於彼, 可東可西, 此所謂易地則然, 在朝家審極之政, 不可以此硬定元犯. 朱貴接身 加刑減死定配.
〇臣謹按: 貴接初抄, 旣有推擠之說, 及其再招, 又有打腦之語, 及獄旣老, 及粧虛觸之說, 以爲求生之計, 恐不可信. 直以沈醉中事, 恕以無情則可, 虛觸自仆, 至於折項, 則臣未知合理也.
첫댓글 정말 연휴가 끝날 때는 마음이 아쉽^^
잘 지내셨지요?
다행인지 다음 주가 한주 휴식이네요. 흐흐(놀순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읽지 못해 휴식이 개운치 못하고 죄송하지만... 그래도 일정대로 히히 ... 10월 첫주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