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도
이문재(1959~ )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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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선의 시 명상
오래된 기도를 읽다보면 기도란 순간에 집중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의 집중은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그 순간에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쏟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달리 말해 행동하느라 시간을 아껴쓰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오롯이 머물러 존재하는
일을 말한다. 순간을 정성스럽게 보내는 일인 것이다.
하루는 수많은 순간으로 이뤄져 있다. 그 하루에 나를 스쳐가는 지금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우리는 지금 여기보다 과거에 매달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바쁘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는 건 마음을 모은다는 의미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는 건
그런 의도를 낸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걷는다는 것,
섬과 섬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준다는 것, 그 모든 행동이 순간이 되어 내 의도가 발현되는 행동이다.
인간이 이러한 일들을 행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 아니 이러한 일들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거나 숨을 천천히 들이 마시지 않는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기실 기도는 인간의 모든 순간에 존재한다. 단지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 평범한 사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