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友步.severius]

 충남 내포지방 여사울에 순교자 이존창 있다면 전북 완주군 이서면 초남이에는  순교자 유항검이  있습니다.

유항검.柳恒儉. (1754-1801)은 전주 완산초남이 출신으로 천주교 초기 신자, 전라도 사도였습니다. 세례명은 아우구스티노는 아버지 유동근 어머니 안동권 씨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신분은 양반으로 15,000 마지기 토지를 소유한 호남 제일의 부호였습니다. 1784년 가을날 양근의 대학자 권철신 암브로시오 집에서 문하생들이 서학을 탐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이에 권철신 집을 찾아 간 유항검은 십자가 고상과 천주교 서적을 처음 대하게 됩니다. 이때 내포지방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과 함께 권철신의 아우 권일신 프란치스코 사베리오로부터 교리를 배우게 됩니다. 이후 이벽 권고에 의하여 북경으로 가 세례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됩니다. 입교 후 이존창은 충남 내포지방 여사울로, 유항검은 전주 완산 초남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가족, 친척 노비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였고 1786년 가을 가성 직자단의 신부로 임명됩니다. 신부 임명 후 고향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성무 활동에 집중하였 고이 종 사촌인 윤지충 바오로 집에 자주 모여 동생 유관 검과 함께 교리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1787년 사제서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성사를 집전하다는 것은 부당하며 독성죄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 사실을 이승훈에게 알렸고 이를 계기로 1789년 가을 윤유일 바오로가 밀사로 북경에 파견됩니다.

1790년 10월 윤유일은  두 번째로 북경에 파견되어 귀국한 후 천주교에서는 조상 제사를 금지한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이에 많은 양반 교우들이 교회를 떠났지만 유항검은 교회의 명령을 지키기 위하여 신주를 조상의 무덤 곁에 묻고 제사도 지내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1791년 신해박해가 일어나 윤지충이 처형되자 유항검은 7개월 동안 피신해 있다가 자수한 뒤 배교하고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입을 만한 배교였습니다. 이후 신앙생활을 지속하던 유항검은 1795년 5월에는 주문모. 周文謨 야고보 신부를 전주로 모셔와 미사를 봉헌하였고 상경하여 주문모 신부를 만나는 등 자주 서신왕래를 하였습니다. 또한 1796년 겨울 주문모 신부가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서양의 큰 배가 입국하여 외교적으로 교섭하도록 간청하는 편지를 북경 주교에게 보낼 때는 동생 유관 검, 당질 유중태와 함께 400냥의 돈을 모아 보냅니다. 1801년 신유박 해가 일어나면서 유항검은 그 해 3월 전라감영에 체포됩니다. 그때 체포된 이우 집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유관 검이 서양 군함이 들어와 조정에서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무력으로 한 바탕 결판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전라감사는 유항검, 유관 검을 서울로 압송합니다.

압송된 유항검 형제는 형조를 거쳐 의금부에서 심문을 받은 뒤 1801년 대역부도죄 죄로 능지처참 형을 받고 다시 전주로 이송되어 10월 24일 풍남문 밖에서 처형됩니다. 유항검의 가족 중 동정부부로 유명한 큰 아들 유중철. 요한과 며느리 이순이 루갈다, 둘째 아들 유문석 요한, 부인 신희, 조카 유중성 마티아는 순교하였고 6세 아들 유일석은 흑산도로, 3세 아들 유일문은 신지도로, 9세 딸 유섬이는 거제도로 유배되고 맙니다.

전주시 동남쪽에 있는 한벽당 뒷산인 승암산 또는 중바위산이라 부르는 산이 있습니다. 이곳에  1801년 신유박해 때 전라도 지방에서 제일 먼저 유항검이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어 능지처참 형을 선고받고 전주 감영으로 이송되어 1801년 41세 나이로 풍남문밖에서 처형되어 순교를 합니다. 승암산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자신과 가족들이 묻히면서  치명자 산으로 불리게 됩니다.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의 아들은 특히 결혼 4년 동안 동정을 지키다 처형된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부부는 세계 유일의 동정 부부 순교자입니다. 특히 이 두 사람의 묘 위에 있는 기적에 바위라 부르는 예수, 마리아 바위는 하느님만이 조각할 수 있는 천연바위로서 성지에서 기념 물적 형상으로 순례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곳입니다. 치명자 산 성지는 산비탈을 타고 오르며 기도할 수 있는 골고다 십자가의 길은 세상에 가장 돋보이는 성지순례 기도의 길입니다. 성지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전 구간은 봄, 여름, 가을꽃길이 형성되어 순례자들에게 최적의 명상의 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성역과 재속이 구분되는 성지 입구에  몽마르트르 광장과  약 4,000평의 숲 속 주차장이 있어 장관이며 걸어서만 기도하며 오를 수 있는 묘역과 성당이 정상에 있아 참례에 묘미를 더하는 성지입니다.

전주교구 가톨릭 사진가회에서는 치명자산 성지에서 정기 사진전을 갖는데 금년에도 11월 말부터 12월 초순까지 제15회 정기 사진전을 열어 순례자들에게 기쁨을 전해 주었습니다.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관장으로 재임 중이신  신부님은 바로 김영수 헨리코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께서는 대림 3주일을 맞아 미사를 집전하시며 아래와 같은  대림 3주일 미사 강론을 통하여  순례자를 초대하셨습니다.

순례의 의미를  살피고 신앙인으로서의 생각과 행위 전반에 대한 귀감으로 삼아도 좋을만한 강론이라  올려 드려봅니다.

저는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관장 머슴 김영수 헨리코 신부입니다. 저는 올해로 신부가 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그 세월 중에 열두 해를 넘게 순교자를 모신 성지에서 일하면서 참으로 큰 은총과 축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성지는 참된 생명을 얻기 위해서 생명을 내놓아야 했던 순교자들에 얼이 살아 숨 쉬는 영적인 터전입니다. 이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에 신원을 증거 하는 성사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성지에서 살았던 지난 시간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쳐 선택한 신앙은 어떤 것일까? 그분들이 선택한 곳에 은전이 집중할 수 있었던 열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 내는 생명의 열매를 나는 과연 맺고 있는가? 지금도 이런 질문 앞에서 늘 부끄러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제는 언제나 정 중앙에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나무는 아닙니다. 자세를 못 잡고 기우뚱거릴 적도 있고 또 떨구지 못한 잎새들이 너무 많아서 하늘을 가릴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지 안에 깃든 생생한 영적인 생명에 기운이 제 무디고 나약한 제 신앙을 다시 일깨워 주고 제 자신을 변호하기보다는 돌이킬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은총에 터전이었습니다. 굳 세워져라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에 하느님을 그분께서 오시 어 너희를 구원하신다.

대림 3번째 주일은 오늘 미사에 말씀 식탁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하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마음이 불안한 이들에게 맥 풀린 손에 힘을 불어넣고 꺾인 무릎에 힘을 모듬으라는 이 말씀은 혼란의 시대, 상실에 시대,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포하시는 구원의 메시지입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온갖 절망과 혼란 속에서도 깨달은 것은 온갖 하느님만이 우리에 기다림 채워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기다림에 대한 하느님에 응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겸허와 분노로 갈라져서 혼란의 어둠 속에서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입니다. 참된 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상실에 시대를 살아가는 맥이 풀린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말씀입니다. 풍요와 발전의 그늘에서 무릎이 꺾인 채 숨죽이면서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르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반복되는 일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짓하게 하는 내면의 발열음을 듣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은 어떤 모습이며 내 신앙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는 무엇을 바라며 살고 있고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가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고 바라는 것을 향하여 나가기 마련이고 그 바람이 성취되기를 기다리면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주님은 무엇인가를 바라고 기다리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떠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아니라면 무엇을 보러 나갔떠냐? 고운 옷을 입은 사람이냐? 고운 옷을 걸친 자들은 왕궁에 있다. 아니라면 무엇을 보러 났더냐?  예언자냐?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 한다. 예언자 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다. 신앙인은 신앙인 다운 기다림이 있어야겠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세상 풍조에 흔들리고 휩쓸리는 사람들 고운 옷을 걸치고 자신의 왕궁에서 그들 만에 잔치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바라고 살아갈까요? 우리에 삶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참된 선택 없이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나를 만족시키려는 것이라면 이것저것 다 차지하려는 마음은 우리에 삶을 천박한 생각과 말과 행위로 가득 차게 합니다. 개걸스러운 눈 길로 이곳저곳을 기우 리 면서 살아가는 삶은 권태와 허무 속에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쉽게 선택하는 사람은 쉽게 절망하게 마련이지요. 절망 속에서 열정은 식어버리고 냉소적인 태도로 자신의 삶으로부터 삶의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하느님으로부터 돌려세웁니다. 그리고 헛된 것들 만을 움켜쥐고 하느님께서 주신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리고 멸망하고 마는 불행한 삶이 되는 것입니다.

대림절이 진정한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기다림은 지루하고 허망할 뿐입니다. 우리가 비롯 갈대처럼 흔들리며 자주 하느님을 잃어버리고 하느님보다 내 눈에 멋지고 그럴듯한 것을 찾아 돌아다녀도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들 끝까지 기다리신다는 것입니다. 대림절은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그분에 기다림을 굳게 믿고 삶으로 응답하는 것이 순교자들의 믿음이었고 우리가 따라가야 할 신앙의 여정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오늘 말씀에서 하느님을 애타게 기다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형제 여러분 주님의 재림 때까지 참고 기다리십시오.  땅에 귀한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그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립니다. 여러분도 참고 기다리며 마음을 굳게 가지십시오 저는 순교자들이 살아낸 신앙의 자취가 선연한 이 성지에서 살면서 순교자들이 기다렸던 히느님을 저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치명자산 성지에는 어두움 속에서 빛을 갈망하는 사람들에 순례와 기도에 발걸음이 멈추지 않습니다. 코로나 팸더믹에 소용돌이 속에서도 빛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골고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빛을 찾았고 산 정상에 묻혀 계신 무덤에서 그분들이 견디어 낸 치열한 삶에 여정을 비쳤던 그 빛을 갈망하면서 기도합니다. 바로 그곳에서 하늘을 향해 기도하시는 예수님과 십자가를 향해 오로지 서계시는 성모님을 만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힘들고 어려울 때에는 치명자들이 비추는 신앙의 빛이 가득한 성지로 오십시오 하느님 사랑의 빛 속에서  순교자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