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의 여름 기후는 습기가 많은 점을 제외하곤 사람 살기에 좋은 편이다. 혹자는 무척 덥다고 하나 서울에서 한낮 불볕 더위 속을 늘 헤집고 쏘다니던 사람에겐 청도의 더위가 암 것도 아니게 느껴진다. 따마이다오 시장 앞 정류장에서 내려 해양대 유학생 기숙사까지 걸어 오를라 치면 땀이 삐질삐질 나기도 한다. 더구나 청도대와 해양대 따마이다오 분교를 양 옆에 끼고 있는 칭따이루는 조금 경사져 있어 오르막길엔 숨이 찬다. 허나 이건 청도 날씨가 유독 더워서도, 비스듬히 누워 있는 칭따이루 때문도 아니다.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 한 탓이요, 그 기름진 중국 음식이 입에 맞아버려 정신없이 먹다 퉁퉁 불어버린 체중 때문이다. 중국에 1년 여 머무른 동안 체중이 6㎏이나 늘었으니 말이다.
한국 유학생 가운데 유독 여학생들은 몸무게가 기학급수적으로 는다. 남학생들은 날마다 술을 마셔도 살이 빠진다고 아수성인데, 여학생들은 하루하루 빵빵해지는 허릿살, 허벅지살을 보며 한탄을 한다. ‘나 이러다 한국 가서 친구들한테 따 당하는 거 아냐? 뚱땡이라고 친구들이 모른 척하면 어쩌지?’ 여학생들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그러면서 오늘 점심에는 노란간판 가서 뭘 먹을까 궁리한다. 또 저녁에는 저스코, 까르푸에서 시장 잔뜩 봐다가 맛난 거 많이 요리해서 실컷 먹는다. 오늘은 이 방에서 삼겹살 파티, 내일은 저 방에서 닭도리탕을 해 잔치한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감자볶음 등 한국에서는 엄마가 맛있게 해줘도 잘 먹지 않던 음식이 그렇게 맛날 수가 없다. 거기다 옆방, 앞방, 4층, 5층 친해진 친구들 불러 함께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이렇게 배불리 먹고 나서는 산책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따마이다오 시장에 들러 맛좋은 복숭아, 수박 한 아름 사온다. 오면서 양꼬치 하나, 지단삥 하나도 낼름 해치운다.
재밌는 tv 프로그램도 끝나고 조금씩 심심해질 무렵 맥주 한잔 하자는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싸디싼 중국과자와 꽈즐에 한국 식당에서 주문한 맛난 음식 등을 안주삼아 맥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새벽까지 이어지고, 어느새 문 앞에는 빈 병이 앞뒤 길게 병렬해 있다. 이런 제안이 아니더라도 친하게 지내는 패밀리 중 누가 생일이거나, 귀국을 한다거나, 여행을 떠난다거나 할 때 반드시 ‘파리’를 해준다. 1차 아미가 또는 해운대, 2차 노래방, 3차 투다리 등 정해진 코스를 돌면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어서고, 맛있는 안주로 빵빵해진 배는 소화됨과 동시에 허벅지, 허리, 팔뚝살로 자리를 잡는다.
물론 어떤 여학생들은 중국 음식을 무척 싫어해 날마다 진미도시락 등을 시켜 먹거나 우르르 택시타고 한국식당을 찾기도 한다. 중국에서 10년을 살아도 중국 음식이 안맞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허나 한국 여자 유학생들의 옆구리살이 하루하루 부풀어 오르는 데는 기름진 중국 음식과 양꼬치, 꽈즐 등 주변부리가 일등 공신임에는 틀림없다. 그때 쪄버린 살이 한국에 와서도 좀체 빠지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을 날마다 먹고사는 중국 샤오지에들이 그토록 날씬한 이유, 정말 연구해 보고 싶은 분야다.
중산로, 지모루, 저스코, 까르푸, 타이둥 외에는 갈 만한 곳이 없는 청도에 와 갑작스레 활동범위가 좁아져 버린 것도 살찌는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첫댓글 누가 얘기했더라..마음이 허~하면 마구 먹어서 채운다 하네요.혹 그런현상일까요?
예전에도 1년 어학연수 하고 귀국할때 여권사진이랑 실모습이랑 달라서 입출국시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ㅋㅋ
에이고 부럽습니당! 전 장단기 관계 없이 해외만 나가면 없는 살에서 더 쪽 빠지더라구요. 몇년 전 탄자니아에 있을 때는 10kg 빠졌는데 한국에 들어 왔더니 집에서 난리가 났고 저희 사장님 왈 빨리 병원가봐라 하시더군요. 근데 중국와서도 벌써 5kg 줄었어요. 해외 체질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저도 지금 보약먹고 있슴다...ㅜㅡ:; 킬리만자로님과 자유살은 도대체 누가 다 가져가는 것입니까아~~~ ㅠㅠ:;
여기서 튼실하게 생긴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식당에서 가끔 마주칠때 저를 놀라게 만들데요... 어떻게 저 많은 것을 다 먹을수 있지~~~
저도 그렇답니다. 먹는것도 중요하지만 처음 중국 왓을때 기숙사 옆건물이 바로 수업본건물이라 살이 어마어마하게 쪄버려 처음 방학에 들어간날 엄마가 보구 우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6개월에 찐 문제의 살이 유학생활 6년간 빠지지를 않네요. 비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