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8만원, 양평 메덩골정원
양평의 깊은 골짜기, 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메덩골’이 있다. 배고픈 시절 마을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아련한 전설을 품은 순우리말 골짜기에, 국내 유일의 인문정원이 나직이 들어섰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연 한국정원에 이어, 올해 6월에 현대정원까지 더해지며 마침내 온전한 사유의 숲이 완성되었다.
입장료 8만원. 분명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한번 쯤은 가볼 만한데 워낙 가격대가 있어 2번은 가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5만원이 적당한 것 같다.
비싸다고 소문난 대구의 사유원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금액이기에 평일의 정원은 종업원의 수가 손님보다 많을 만큼 호젓하고 고요하다.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탄산수 한 병과 작은 음료권, 그리고 두꺼운 50페이지 분량의 리플릿이 손에 쥐어진다. 그것은 단순한 안내서가 아니라 문학과 철학으로 들어가는 비밀 지도가 된다. 하루 세 번(10:30, 12:00, 15:00) 숲의 숨소리를 닮은 큐레이터의 목소리를 따라 걷는 1시간 반 동안, 발길이 머무는 바위 하나와 풀 한 포기는 모두 저마다의 의미를 품은 예술품으로 다가온다.
만약 두 곳 중 단 한 곳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현대정원의 문을 두드리라 권하고 싶다.
현재정원은 크게 2구역. 대한민국 이야기 그리고 생각의 섬.
대한민국이야기 구역은 거대한 대한민국 잔혹사와 번영의 연대기가 정원의 언어로 역동적으로 흐르고 있다. 갓의 유려한 선으로 표현한 ‘선비의 나라’를 지나, 거북선의 굳건함을 담은 ‘불굴의 정신’, 그리고 6·25의 비극을 새긴 ‘고난의 시대’와 오늘날의 ‘번영의 시대’로 이어지는 길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현대정원의 심장부에는 사방이 네모와 원으로 이루어진 ‘위버하우스’가 서 있다. 니체가 말한 ‘초인’을 형상화한 기둥들을 지나 옥상에 오르면, 정원 전체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붉은 벽이 미로처럼 얽힌 ‘생각의 섬’을 헤매다 그 중심에서 ‘니체의 나무’와 마주하는 순간, 삶의 진리를 깨달은 듯한 묘한 전율이 흐른다.
불교의 대웅전을 본뜬 공간인 ‘깨달음’에서는 사방의 유리가 기묘한 마법을 부린다. 그 한가운데 서면 신기하게도 내 모습은 사라지고 오직 타인의 존재만 거울에 비친다. 나와 세상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유기적 깨달음이, 한때 버려졌으나 이제는 단단한 바닥이 된 폐철도 침목 위로 묵직하게 전해져 온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광장에서 추는 자유의 춤이, 어린왕자를 만나는 붉은 사암 계단 ‘여정’이, 그리고 플라톤의 이데아를 상징하는 100개의 금속 기둥이 차례로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그에 반해 한국정원은 아늑한 여백의 미로 가득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고샅길을 걸으며 ‘고향의 봄’과 ‘과수원길’의 따스한 멜로디를 정원 곳곳에서 만난다. 민초들의 애환과 선비들의 풍류,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흐른다.
특히 시선을 붙드는 곳은 건축가 승효상이 안동 병산서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선곡서원’이다. 나무와 물, 하늘과 바람이 건물 안팎으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이곳은 유교 철학의 결정체다. 탑 형식의 제향 공간 꼭대기에 뚫린 구멍으로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손에 잡힐 듯 내려앉는다.
서원 앞 돌밭을 가만히 바라보면 웅성거리는 유생들의 얼굴이 보인다. 가장 커다란 바위는 선생님.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린 바위들, 그중에는 공부가 싫어 슬그머니 개울가에 빠져버린 장난꾸러기 돌도 있어 미소를 자아낸다.
용반연 푸른 물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희단의 춤과 소리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최고의 호사를 선사하고,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식 암자에서 울리는 은은한 종소리는 마음의 해묵은 찌꺼기까지 말끔히 씻어내 준다.
비싼 입장료 탓에 두 번 걸음 하기는 망설여진다. 그러나 한 번쯤은 나를 비워내기 위한다면 비싼 수업료를 내볼만하다. 서두르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바위의 말을 듣고 풀잎의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무거웠던 마음이 하얗게 비워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행 팁
관람료는 한국정원과 현대정원 각각 5만원, 통합권은 평일 8만원, 주말 9만원,
하나만 선택하라면 현대정원을 추천. 통합권을 추천한다. 한국정원을 둘러보고 현대정원을 거니는 것을 추천한다.
온라인(https://medongaule.com)에서 30분 간격 입장으로 사전예매를 해야 한다. 월요일 휴무.10:00~18:00.
하루 3차례(10:30, 12:00, 15:00) 한국정원과 현대정원 큐레이터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한국정원 큐레이터는 해설 중간에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입장할 때 탄산수 한병과 카페 음료권 티켓을 준다.
레스토랑은 제법 가격대가 있다. 식사는 3만 5천원.30cm 이상 큰 가방을 가져갈 수 없으며 삼각대는 금한다. 외부음식 반입은 금한다. 담배, 전자담배도 허용하지 않는다. 드론도 금지. 반려동물은 입장 제한
동양평IC에서 10분 거리
첫댓글 무어라 형용할수 없는 귀한 정보?
만날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세계 위인들의 철학과 인문학에 문외한이면 이해가 힘들듯.ㅎ
모놀의 위상을 높여줄 곳이 가까운 곳에 있네요.
많이 궁금하기는 해요^^